[연꽃마을 동화] 고양이 재판

연꽃마을 동화

2007-12-11     관리자

  옛날에 어느 큰 강가에 고양이 한 쌍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고양이 부부는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하루는 각시고양이가 신랑고양이에게 말하였습니다.

  "여보시오. 생선이 먹고 싶습니다. 붉은 도미가 없겠습니까?"

  신랑고양이는 점잖게 말했습니다.

  "좀 기다려 보시오. 내가 찾아 보지요."

  고양이는 어슬렁 어슬렁 강가로 나가 보았습니다. 그 강은 바다와 통해 있어서 종종 큰 고기를 구경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붉은 도미를 얻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근처 바다에 살던 물개 두 마리가 그곳에 이르렀습니다.

  물개 하나는 안다라고 하였고, 또 한마리는 차린이라고 하였습니다. 안다와 차린은 서로 물에서 놀고 고기도 잡았습니다. 물고기를 몰고 쫓아다니다 놓치기도 하고 물장구를 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큰 물고기를 발견하였습니다. 물개들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구석으로 몰았습니다. 그런데 고기를 쫓다가 그만 놓쳤습니다.

  강뚝에 올라와 사방을 살피고 있는데 안다가 먼저 그 큰고기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첨벙 물에 뛰어들어 헤엄쳐가서 고기를 붙잡았습니다. 그러나 그 고기는 크기도 하였거니와 날쌔기도 하고 힘이 워낙 세었습니다. 안다는 아주 놓칠 지경이 되어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리소리 지르면서 차린을 불렀습니다.

  "차린이여, 빨리 오시오. 고기를 놓치게 되었소. 어서 오시오."

  강뚝에서 한눈을 팔고 있던 차린은 그때서야 물에 뛰어들었습니다. 서로 앞뒤에서 길을 막아 큰 고기를 잡아올리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안다와 차린은 고기를 강가에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만족스럽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습니다.

  "아 참, 맛있겠구나. 이만하면 내일까지 실컷 먹어도 남겠다."

하고 좋아하였습니다.

  그러나 고기를 나누게 되자 서로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서로 대가리 쪽은 내가 갖겠다, 너는 꽁지나 가져가라며 다투어서 나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와서 공정하게 나누어 주었으면 좋을텐데'

하고 다툼을 멈추고 물개들은 생선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 때에 고양이가 왔습니다. 물개들은 고양이를 보고 반가와서 정중히 예를 드리고 말하였습니다.

  "백옥의 천사의 옷을 입은 고양이님, 우리 둘이 이 고기를 잡았는데 나누지 못하여 이러고 있습니다. 수고스럽지만 우리들을 위하여 공평하게 나누어 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고양이는 제법 위세를 부리면서,

  "나는 재판관으로서 많은 재판을 하여 왔습니다. 당신들의 재판도 내가 공정하게 해드릴 터이니, 염려 마시오."

하며 고기 앞에 나가선 고양이는 한참 동안 생각하였습니다.

  이윽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안다가 먼저 고기를 발견했지요? 그러니 안다는 머리를 가지시오. 차린은 나중에 도와주었지요? 차린은 꽁지를 가지시오. 그러니 가운데 토막은 재판관의 차지요."

  안다와 차린이 재판관 고양이의 말을 듣고 억울하고 기가 막혀서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고양이는 번개같이 덤벼들어 고기 가운데 토막을 물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이 일을 당한 안다와 차린은 천금을 잃어버린 것처럼 힘이 쭉 빠져서 움직이질 못하였습니다.

  "억울하다. 힘들여 잡아서 고양이 좋은 일만 했구나. 우리가 다투지 않았더라면 고기는 우리 것이 될 터인데. 내일까지 오래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아, 고기의 가운데 토막은 고양이가 가져갔다. 이 꽁지와 대가리, 이게 다 뭐냐."

  물개들은 탄식하며 울고 있었습니다.

  생선을 얻은 고양이는 신바람이 났습니다.

  "빨리 집에 가서 각시 갖다 주어야지."

  숨가쁘게 달려갔습니다. 신랑고양이가 뛰어 오는 모양을 멀리서 바라보던 각시고양이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저 먼데서 달려 오시는 분은 누구신가요. 임금님과 같이 위엄을 떨치면서 당당히 오시는 분은 누구신가요. 임금님이 나라를 다스려서 기뻐하는 것처럼 나는 우리 신랑이 고기를 물고 오는 것을 보니, 참 오늘은 기쁜 날이야."

  이윽고 고양이는 집에 돌아왔습니다. 각시가 물었습니다.

  "육지에 사시는 당신이 어떻게 물 속에 사는 고기를 잡으셨나요? 당신의 그 뛰어난 재주를 말씀해 주시오."

  고기를 앞에 놓고 고양이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다투면 몸이 마르고 다투면 재산을 잃어버리지요. 물개들은 다퉜기 때문에 고기를 잃었지요. 우리 각시님아, 이 고기를 맛있게 잡수시라. 우리는 오래 오래 다투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