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그늘] 해를 넘기면서

보리수 그늘

2007-12-09     이현종

천자만홍 (天紫萬紅)이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가 했더니  벌써  나무에 스치는  세찬 바람 소리만이  전기줄에  부딪치면서 나오는 휘파람 소리와  함께  추위를  채찍질하며   섣달을  실감케 한다.

이젠  옛날처럼,  지붕위에  올려놓은  빨간 고추가 따뜻한 가을볕에  말려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박이  하얗게  익어가는 오붓하고 소박한  농촌의 모습을 보기 어려워져고  다만  문인(文人)들이  남겨 놓은 글에서나  옛 정서를  되찾아 볼까.  하기야  시멘트문화 속에서  지내면서  그런 정경을 이전에  본 것만으로 이제는 다행이라고나 할까. 푸릇 푸릇 새싹이 돋던 무렵에 내나름대로 세워본  일들을 되돌아 보면서 먼 하늘을 의지하여 본다.  새삼스러이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고  한 해의 계획은 초봄에 있고  일생의  계획은 청춘에 있다]는 고전의  명귀를 어릴 때처럼  되새겨   보면서 일년의 계획이나마  제대로  되었는지. 모든 열매는 거두어져 새봄을 기다리는데  스스로 이룩하지 못한  해의 일을 되돌아 보면서 부끄러워 하기도 하고......

하기야 인간은 항시 부족속에서 살면서  그것을  충족하려하는 의지로 산다는 일면을 생각해  볼 때 다행이  그런 공통점을 찾아, 나도 거기에 기대어 위안을 가지면서  금년에  못한  연구의 부진을 내년에는 더 잘하여 금년분까지  하여볼까, 욕심이 지나치면  이성(理性)을 잃는다고  선현(先賢)들은  말씀하셨는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노력이 부족한 한 해를 보내면서  어리석게  바보같은  구두선(口頭禪)이  되나보다.

이제 광복 36년 째인  금년을  보내면서 지난날의  역사도  되돌아 보아진다.  우리의  주권을 잃은지  36년만에 광복이  되고  금년은 바로  광복된지  36년을 보내면서 세월로  다지면  이제 상쇄가  되는 것이요, 민족사적인 의식면에서  보면 광복전후   36년간은  하늘과  땅차이가 되게  달라져서  광복 36은  우리를 위한, 우리의 것을 건설하여 왔다. 우리는  그러느라고  여러가지 소용돌이 치는 엄청난  일과  시련도  있었지만  그것은 우리의  발전을  위한  교훈과 밑거름으로  꾸준하게 다지면서  우리의 초석을  굳게 다지는  민족적 의지로  일관해 오기도 하였다.

 정말 식민통치하에  36년은 고난과  지루한 것이었지만  광복 36년을  의욕과  발전의  터전으로 우리가  역사의  주인이  되어  일해온   지난 날이었다.  이제  식민통치 36년간의  모든  잔재는  개끗이  씻고  한  해가  넘어가는  새해의  문턱에 서서  금년에  얻은 열매는  내년에 새 싹을  내기위한  준비기간으로,  그리고  지나온  36년간의  체험은  통일을  위한 새싹으로  민족적 의지를  길러  통일절(統一節)의   열매로  승화 시키고자 스스로 염원해  보기도  하면서  밝아오는  새해부터  빛나는 새로운 장(章)으로  전개 되기를  천지신명께  세환신구(歲換新舊)의  문턱에서  정성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