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 웃을 일이 생긴다

우리 스님/쌍계사 승가대학 교수 월호 스님

2007-12-06     관리자

월호 스님은 동국대학교 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쌍계사 고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쌍계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제방선원에서 참선 수행하였으며, 고산 스님으로부터 강맥(講脈)을 이어받았다. 현재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로 불교방송에서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진행을 맡고 있다. 저서로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화로 떠나는 불교여행』, 『휴식』이 있으며, 조만간 스님이 불교방송에서 진행한 ‘참선백문백답’을 불광출판사에서 정리, 보완하여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스님 통쾌한 웃음소리가 바로 살아있는 법문이군요. 무거운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지는 듯 힘이 납니다.”라는 청취자, “하하하, 하루에 몇 번만 크게 웃어도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고 합니다. 밝게 살다보면 밝은 일이 생깁니다.”라는 월호 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광덕 스님이 생각났다.
사실 생각조차도 습(習)인지, 해마다 월간 「불광」 창간 특집호(11월호)를 준비할 때면, 아니 전법을 게을리 한 과보를 느낄 때면 광덕 스님(본지 초대발행인)이 그리워진다. 얼마 전엔 특히 그랬다. 학력위조사건(일명 신정아 게이트)이 일파만파로 퍼지더니, 교계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불자들은 하나같이 자성(自省)과 전법을 힘주어 말했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인가 보다. 이런 상황에서 월호 스님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스님은 행복 전도사
마포 불교방송(FM 101.9), 월호 스님은 생방송을 진행하고 계셨다. 불교방송에서는 ‘보이는 라디오’라 하여 인터넷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포교 프로그램으로는 처음 시도한 것이란다. “접속자가 너무 많아 다운이 되어서 홈페이지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라며 담당작가 김수정 씨가 대박 사인을 보낸다. “방송 들으며 배시시 웃고 다니는 애청자.”(김혜숙) “스님은 행복 전도사, 이런 행복바이러스는 많이 퍼질수록 좋겠지요.”(정경옥) “스님 방송 들으며 업무를 시작한답니다. 정말 행운아죠!”(김현희)라는 열성팬들, 인터넷동영상을 통해 스님을 뵐 수 있는 기회를 어찌 그냥 흘려보냈겠는가.
“스님은 방송MC로서도 센스가 탁월하십니다. 깜짝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10대부터 80대까지 폭넓은 청취자층을 갖고 계시죠. 할머니들이 손주들한테 인터넷과 문자메시지를 배워서 사연을 보내십니다.”라는 최윤희 PD. 불교방송을 청취하면서 마음과 삶이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보람이 크단다. 그녀의 찬탄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올봄 참선백문백답으로 시작했는데, 첫 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충성도가 높은 프로그램은 없을 겁니다. 사실 방송에서 참선수행을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웠는데, 정말 스님이시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감동시키기 힘든 법, 스님의 법력을 알 만하다. 불법의 핵심을 찌르는 명쾌한 스님의 말씀, 갖가지 질문에 대한 즉설주왈을 들으면 시원해진다. 불자로서의 자긍심이 생긴다. 밝고 당당해지니 열성팬이 많을 수밖에 없단다. 행복전도사의 행복바이러스는 이렇듯 빠르게 전염되는 것이다.

나의 선지식은 어머니
“광덕 큰스님은 육조단경 수행의 핵심을 끄집어내 실천 수행하신 분입니다. 육조단경에서 전하는 수행법은 구념심행(口念心行), 마하반야바라밀을 입으로 염하고, 마음으로 행하라는 것입니다. 마하(큰 마음: 선악을 포용하는 온 우주가 나인 마음) 반야(지혜의 성품, 성품이 근본인 것을 알아서) 바라밀(저 언덕으로 건너간다)하라, 깨달음을 이루라는 것이지요.”
월호 스님은 ‘당신이 주인공입니다’를 진행하면서 육조단경(육조 혜능 대사의 법어집)을 강의하고 있다. 방송을 시작할 때 마하반야바라밀 염송을 세 번 한다. 마하반야바라밀 수행법을 대중화시킨 분이 광덕 스님이시니, 은근히 영향을 받았다는 대답을 기대했지만 그렇지는 않단다. 하지만 광덕 스님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는 되었단다. 깊어지면 통하는가 보다. 세상일도 좋은 스승을 만나 지도를 받으면 성취가 빠른데, 수행자는 오죽하랴. 스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스승은 누구일까?
“어머니께서 불심을 심어주셨지요.”
독실한 불자였던 어머니는 정신적 스승이었다. 수행력이 깊고, 정신적 체험이 많았던 어머니는 자식으로 하여금 수행의 기쁨을 느끼도록 해주었다. 늘 수행하고 공부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대로 훈습된 것이다. 스님이 학창시절부터 참선에 매료되었던 것도 어머니가 건네준 경허 스님 법어집 덕분이었다. 세속적으로 성공이 보장된 아들이 출가하겠다고 했을 때 보통어머니들은 어떠할까? 머릿속으로는 “한 집안에 출가자가 하나 나오면 구족(九族)이 생천(生天)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세속적인 미련 때문에 만류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스님의 어머니는 오히려 독려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평소 존경하던 은사스님(고산 스님: 쌍계사 조실)을 소개해주셨다.

하루를 살아도 알고 살아야
“가까운 사람들이 갑자기 두 명이나 죽었습니다. 죽음이 그렇게 가까이 있는지 몰랐어요. 하루를 살아도 알고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생사(生死) 일대사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책에도 파묻히고, 산으로 쏘다니기도 했다. 간절했기에 일취월장하였다.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영주 부석사에서 기도할 때, 불안한 마음으로 가득 차있었는데 기도하면서 불안감이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한번은 산속에서 혼자 참선하다가 상기병(上氣病)이 들었다. 죽을 정도로 머리가 아팠다. 산꼭대기에 가서 누웠다. 하늘에 구름이 떠가는 것을 보았다. 순간 ‘일체가 나이고 부처다’라는 게송이 흘러나왔다. 수행을 하면 생사 일대사를 해결할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출가하고 싶었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쌍계사로 출가하였다.
스님은 신언서판(身言書判), 빠진 구석이 하나도 없는 데다 부모 복, 스승 복에 공부 복도 많다. 석겧迷�마치고 출가한 뒤 강원공부, 선방수행, 지금까지도 강원에서 학인스님들을 가르치며 공부하고 있으니 얼마나 큰 복인가.
“방송하면서 진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각계각층 청취자들의 생생한 사연과 질문을 접하다 보니 삶의 현장감을 많이 느낄 수 있었지요. 책상머리에서 공부만 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샛길로 빠질 수가 있습니다. 어떻게 법을 전해야 할지 방송을 통해 공부하고 있지요.”
순간순간이 공부거리다. 역경계든 순경계든 모든 것을 공부의 계기로 삼고 정진하면 삶이 업그레이드된단다. 생활 속에서 욕심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인정하고, 욕심을 돌려 대신심으로, 화내는 마음을 돌려 분발심으로, 어리석은 마음을 큰 의심으로 돌리는 터닝 포인트가 중요하다. 밖으로 치닫는 것을 내 마음속으로 돌이키면 본마음 자리로 오게 된다. 그 마음을 전환시켜서 쉬어가기만 하면 찾을 필요도 없고 닦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교육기관에서 강원, 선원을 벤치마킹해야
“앨빈 토플러가 한국교육을 두고 거꾸로 간다고 지적했습니다. 개성, 독창성을 기르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지요. 요즘 지식경제사회라고 하는데 이 때 지식은 평균적 지식이 아니라 창의적 지식을 일컫는 것입니다. 출가 전 빼곡한 교과과정을 배우고 익히기 위해 얼마나 분주하게 살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강원에서는 하루 종일 단 석 줄 공부하는 겁니다. 세속의 공부가 쌓는 공부라면 불가의 공부는 놓는 공부, 쉬는 공부입니다. 잡다한 지식은 안 쌓일지 모르겠지만 쉬고 놓는 가운데 지혜로운 생각의 힘이 길러지는 것입니다.”
21세기 들어 최대의 화두가 혁신이라고들 한다.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지식경영, 창조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스님은 강원과 선원의 교육을 벤치마킹해야 우리나라 교육이 제대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력이 생긴다면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학교처럼 직관력학교, 창의력학교를 세우고 싶습니다. 참선, 명상 등 쉬는 공부를 통해 직관력, 창의력을 길러서 세상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인재를 교육시키고 싶습니다.”
교육을 통한 사람의 변화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때가 때인 만큼 대통령상에 대해 여쭙자, 우회적으로 답하신다. 경제에 앞서 교육에 대한 마인드가 제대로 확립된 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단다. 종교인도 마찬가지다. 사람들로 하여금 내면의 성찰을 통해 스스로에게 깃든 무한한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어떤 분야건 편협된 사람은 시비를 끌어들이기 마련이다.
“부처님은 신의 스승인 부처도 될 수 있다는 엄청난 희망의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긍정적인 생각과 말을 하면 긍정적인 현실이 펼쳐집니다. 부처 행을 하면 부처로서의 삶이 열립니다. 희망은 불러일으키는 자의 몫입니다. 웃어야 할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먼저 웃으십시오. 그러면 웃을 일이 생깁니다.”라는 월호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우울감을 완전 연소시킬 수 있었다. 앞으론 걱정하지 말고 희망의 염력을 보내리라. 만사가 잘 될 것이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