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불교미술] 18. 간다라 불좌상(佛座像)

사진으로 보는 불교미술의 역사 [18]

2007-12-05     문명대

   간다라불상의 매력은 종교적인 숭고성을 극도로 신비화시킨 데 있을 것이다. 이 점을 가장 잘 묘사한 간다라불상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의 하나가 여기 소개하는 편마암 불좌상이다. 아름다운 녹색의 이 불상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불(佛)의 숭고성에 빠져들고 만다. 그것은 석존(釋尊)이 녹야원에서 그의 제자들에게 불교의 심원한 진리를 쉽게 풀이해서 들려주던 그런 모습을 숭고하게 조형화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즉 부처님의 전체 모습에 신비감이 감돌고 있는 것은 바로 불교의 심원한 진리를 부처님의 모습에 성공적으로 균형화 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둥근 머리 광배를 배경으로 간다라 특유의 신비한 두상이 묘사되고 있다. 구불구불하게 곡선진 물결머리칼[파장발(波狀髮)]은 흐르는 듯한 곡선미를 아름답게 묘사한 것이며 길게 패인 눈, 날카로운 매부리코, 예쁜 입, 침착한 얼굴 등은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사색과 오묘한 사상을 적절하게 나타낸 것이다. 말하자면 연기(緣起)의 진리를 체득한 불(佛)을 이지적인 분위기가 이 불안(佛顔)에 절로 감돌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사각형의 대좌위에 앉아 있는 상체에서도 느낄 수 있다. 자연스러운 어깨의 굴곡, 옷 속에서의 생동하는 팔다리나 가슴의 율동성은 물론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수인에서 보다 선명히 나타나고 있다. 오른 손으로 왼손을 감싼 듯하게 표현했지만 두 손을 좌우로 겹치면서 손가락을 미묘하게 움직이는 이 수인이야말로 오묘한 진리를 대중들에게 납득시키려는 자비로운 의지가 약여하게 상징화한 이른바 전법륜인(轉法輪印)인 것이다. 미묘한 진리의 수레바퀴를 영원하게 굴려야 하는 부처님의 결의가 이렇게 잘 묘사될 수 있을까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하는 그런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미묘성은 불의(佛衣)의 표현에서도 보이고 있다. 간다라 특유의 통견의(通肩衣)는 신체의 굴곡을 드러낼 듯 말듯 표현했고, 발전되는 목깃 U유형으로 흐르고 있는 유려한 옷주름의 곡선미 등은 물결머리칼과 함께 진리의 미묘함을 율동적으로 상징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부처님의 숭고함을 찬탄하는 무리들이 여기에서도 예외 없이 배치되고 있는데 광배에는 연화좌에 서있는 범천(梵天), 제석천(帝釋天)을 좌우로 배치하였고, 대하의 좌우에는 부처님을 우러러 보고 합장 배례하는 승려상을 배치하여 부처님을 지키면서 예배하는 불세계(佛世界)의 분위기를 잘 묘사하고 있으며 장엄한 부처님의 세계를 효과적으로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간다라 불좌상(佛座像), 높이 77cm, 녹색편마암(綠色片麻岩), 일본 동경 국립박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