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 동화] 은혜 갚은 소

연꽃마을 동화

2007-12-03     관리자

   옛날, 아주 옛날에 먼 나라에 <환우>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농사를 짓고 살았지만 성품이 착하고 부지런해서 항상 학문을 가까이 하며 공부를 하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 취미가 있었는데 그것은 소를 기르는 일입니다. 어느 해 좋은 소를 사려고 여기저기 소장수를 찾아 갔다가 마음에 드는 송아지를 샀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농사짓고 글 읽는 것 못지않게 송아지를 돌보았습니다. 송아지에게 <환희>라고 이름을 지어 주고 먹이로는 젖죽과 사람들이 먹는 좋은 음식을 주었고 잠자리는 아들들과 같이 지내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주 목욕 시키고 쓰다듬어 주며 극진하게 사랑했습니다. 소는 무럭무럭 자랐고 힘도 매우 세었습니다. 하루는 <환희>가 생각하기를
  「우리 주인님은 살림살이가 넉넉하지도 못한데 나를 소중하게 길러 주었다. 나도 이 만큼 자랐으니 주인님의 은혜를 갚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마도 이 세상에서 나만큼 끄는 힘이 센 소도 없을 것이다…」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주인님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말하였습니다. 
  『주인님, 주인님은 친구가 많으십니다. 소를 가진 어떤 장자에게 가서 내기를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소는 짐을 가득 실은 수레 백 대를 끄는 힘이 있다. 우리 천금을 걸고 내기 하자>해보십시오. 저도 주인님의 은혜를 갚아야 하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주인은 매우 기뻐하였습니다. 자기 소가 워낙 웅장할 뿐만 아니라 지혜가 있고 힘이 센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를 가진 어느 장자에게 가서 이야기를 하던 끝에 물었습니다.
  『이 성안에 누구네 소가 제일 힘이 센가요?』
  『누구누구 소가 세다고 하지만 이 성안에서는 우리 소가 제일 힘이 셀거요.』
  『내게도 소가 한 마리 있는데 수레 백 대를 끌 수 있습니다.』
  『그럼 말씀 마시오. 그런 소가 어디 있겠소.』
  『우리 소는 힘이 셉니다. 우리 천금을 걸고 내기 합시다.』
  『좋소. 해봅시다.』
   이렇게 되어 내기는 시작되었습니다. 날이 되자, 자갈을 가득 실은 수레 백 대가 밧줄로 연결되어 광장에 줄을 섰습니다. <환희>는 목욕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어깨를 꽃으로 장식하고 당당하게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맨 앞의 수레에는 큰 나무로 만든 멍에가 놓여 있었습니다. 환희는 멍에를 거뜬히 이고 이제 전진의 신호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인 <환우>는 채찍을 손에 들고 나왔습니다. 집에서 나올 때 머슴이 잘못 하였다 하여 꾸지람을 하고 나온 끝이어서 기분이 유쾌하지가 않았습니다. 이윽고 채찍을 휘두르며 소리쳤습니다.
  『앞으로 가라. 거짓말쟁이 소야. 어서 앞으로 달려라. 이 못난 놈아.』
   소는 뜻밖이었습니다. 이렇게 큰 내기에서 자기를 격려해 주기는커녕 억울하게 욕을 하다니 매우 괴이하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네 발을 기둥처럼 버티고 움쩍도 않고 서 있었습니다. 결국 이 내기는 <환우>가 졌습니다. 그래서 천금을 잃었습니다. 내기에 진 <환우>는 억울하고 화가 치밀어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몸져누웠습니다. 이 모양을 본 <환희>는 주인 앞으로 나아가 말하였습니다.
  『주인님, 왜 누워 계십니까?』
  『이놈아, 어째 누워 있지 않겠느냐. 나는 천금을 잃었다.』
  『주인님, 제가 주인님 댁에서 이만큼 자랐지만 언제 내가 한번이나 그릇을 깨었다거나 아무데다 똥오줌을 싼 적이 있습니까?』
  『그런 일 없었지!』
  『주인님, 그런데 왜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욕을 합니까? 천금을 잃은 것은 주인님의 잘못이지 내 잘못은 아닙니다. 이제 다시 내기를 거십시오. 이번에는 2천금을 거십시오. 이번에는 나를 욕하면 안 됩니다.』
   이 말을 들은 주인 <환우>는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턱없이 욕을 했다. 환희는 힘을 내지 않더라도 다시 한 번 내기를 해보자.>하고 앞서의 장자에게 가서 또 내기를 제의하였습니다. 날이 되어 전날과 같이 백대의 수레가 광장에 줄을 섰습니다. <환희>는 다시 멍에를 메었고 주인은 그 곁에 서서 소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습니다.
  『환희야 나아가자. 천하제일 환희야 달려라.』
   환희는 백 대의 수레를 끌고 달리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광장을 한 바퀴 돌아갔습니다. 이 내기를 구경하던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올렸습니다. 일찍이 이렇게 센 소는 처음입니다. 내기에 진 장자는 2천금을 내놓았고 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각기 환희에게 상금을 주었습니다. 물론 그 돈은 모두 주인인 <환우>의 차지입니다.
   이래서 환우는 단번에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성안에서 제일 힘센 소의 주인」이라는 명예를 얻었습니다.
   꾸짖으면 누구나 기분 나쁜 것입니다. 다정한 말을 쓰고 거친 말을 결코 쓰지 말아야 합니다. 소도 다정한 말을 쓰는 주인을 위하여 무거운 짐을 끌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재산과 명예를 얻게 하였습니다. 우리 모두 모든 친구에게 언제나 다정한 말, 착한 말을 써야 할 것을 다시 배웁니다.
(남전본생 제3장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