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불교미술] 16. 감실 부조 불상군

16. 감실 부조 불상군 龕室 浮彫 佛像群

2007-12-03     문명대

  어느 건물의 감실{龕室}구조나 장식으로 사용했던 보주형감실{寶珠形龕室} 안에 부조한 부처님 일행과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공양자들을 새긴 불상군이다.

  중앙에는 부처님이 설법자세로 서 있는데 얼굴을 정면으로 향하고 왼무릎을 살짝 굽히면서 오른손을 들어 시무외인{施無畏印]을 짓고 왼손을 내려 옷주름을 잡은 당시 유행하던 부처님의 자유스러운 입상자세인 것이다.

  큼직한 상투, 곱슬곱슬한 물결머리칼{彼狀髮}, 봉안에 매부리코와 아리안 풍의 고상한 얼굴, 유연한 신체의 자유분방한 자세 등 간다라 불상 양식 가운데서도 초기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까운형의 대의{大衣}도 오른쪽으로 치우쳐 U자형으로 휘어져 내린 옷주름과 뒤집은 목깃 등 역시 간다라불상의 특징을 그대로 묘사해 주고 있다.

  부처님의 좌우에는 부처님에게 자세를 돌린 두 명의 시자{侍者}가 서있는데 아마도 부처님의 시중을 들거나 청문하는 대중을 표현한 것 같다. 왼쪽상은 오른쪽으로 몸을 비틀어 부처님을 쳐다보고 있는데 특이한 머리장식, 작고 예쁜 얼굴, 보다 유연한 체구, 여기에 큼직하게 액센트를 준 띠줄 등에서 보이다시피 보살형의 모습과 비슷하다. 오른쪽상은 왼쪽상과 반대방향으로 부처님을 향하고 있는데 얼굴, 체구, 머리스타일 등이 부처님과 흡사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 좌우에도 각각 한쪽 무릎을 꿇고 이른바 합장한[ ?坐像}이 있는데 옆에 서있는 협시상들과 헤어스타일, 얼굴, 신체형태, 착의법 등이 통일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설법하고 있는 부처님을 중앙에 두고 좌우로 대칭되게 두 협시상들을 배치했는데 반원형의 테두리에 맞추어 끝의 두상은 합장궤좌상을 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러나 불상과 협시상들은 엄격하게 구별하지 않는 묘사법을 쓰고 있다.

  즉 상의 굵기나 비례면에서 불상이나 협시상들이 크게 차이나는 것이 아니며 다만 부처님은 정면을 바라보게 하며, 협시들은 부처님을 바라보게 한 것으로 구별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아직 부처님의 권위가 신적{神的}인 위치로 보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며 종교적인 원근법을 개발하지 않았던 때의 작품임을 알려 주고 있다.

  이들의 위에서 초생달 모양의 구획이 있는데 여기에는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구불구불하게 뱀모양 꼬리를 한 인어{人魚}를 佛?을 중심으로 대칭되게 새기고 있으며, 이러한 좌우대칭의 인어는 그리스 조각과의 관계를 시사하는 것이어서 퍽 흥미있는 작품이다.

  여기서 보다시피 서방미술과 관련있는 초기 간다라 조각 양식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며, 불상과 협시상을 종교직 원근법으로 처리하지 않으면서도 군상의  집중과 조화를 잘 살리고 있는 초기 불상으로 불상의 기원과 발달 문제를 알려주는 좋은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리라 이들 조각들을 보고 있노라면 부처님이 제자들과 즐겁게 토론하며. 부처님이 자신이 깨친 오묘한 진리를 쉽게 담소식으로 설법하고 있는 인간적인 분위기를 훨씬 느끼게 하고 있어서 권위적인 그리고 신비적인 후세 불상들과는 다른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동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