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그늘] 억만장자가 바로 나인데

보리수 그늘

2007-11-29     근일

  불{佛}은 심[心}이요, 각{覺]이며 중도{中道]이다. 그러므로 께닫기 위하여 믿고 알고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고인이 말씀하시기를, [ 믿음은 도{道}의 근원이요, 공덕의 어머니가 된다]고 하였다.

  우리 주위에 세 가지 병이 있으니 첫째는 허영이요, 둘째는 불신{不信}이며, 셋째는 비정{非情}이다. 허영심은 허세와 낭비와 거짓이며 실속이 없다. 불신은 우리의 가장 큰 병인데 , 성자{聖者}도 믿지 않고, 내 이웃도 믿지 않고, 자기 자신도 믿지 않는 풍조가 말세일수록 더욱 커진다고 한다.

  허영과 불신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이 비정이다. 상루층에서는 알면서도 가르쳐 주지 않고 잘 살면서도 도와 주지 않으며, 하류층에서는 자기 게으름과 잘못을 탓하지 않고 불편과 불만을 일삼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자기의  무한한 능력과 영원한 생명력을 믿지 않고, 행하지 않기 때문이며, 남을 위하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하는 것인 인과의 법칙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복개공사 자재를 싣고 안동에서 고운사[孤雲寺}로 오는 차 중에서 한 노동자와 자리를 같이 했다.

  [스님,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습니까?]

  그가 내게 물었다. 아마도 그 분은 돈이 많아야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돈이 얼마나 있으면 좋겠습니까?] 하고 내가 물었더니 그는,

  [한 5억 원만 있으면 소원을 풀겠습니다. ] 하였다. 이렇게 해서 그와의 문답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다면 어느 눈 먼 부자가 눈을 사려고 하는데 5억 원을 주면 눈을 팔겠소?]

  [그럴 수 없지요.]

  [그럼, 이 세상 모든 것을 준다면 그것과 몸을 바꾸겠소?]

  [제 몸이 없으면 세상 모든 걸 가져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바꾸지 않을 것은 당연하지요.]

   [그것 보시오. 당신은 5억 원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모두 가진 부자보다도 더 부자가 아니오?]

  [참말 그렇군요. 그 말씀을 듣고 나니 어깨가 펴집니다. 부자가 전혀 부렵지 않군요.]

   [그런데, 이 몸이 이 세상 어느 보물보다도 귀중한데 이 몸은 백 년도 못 간직합니다. 그런데, 영원히 죽지 않고 없어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바로 그것입니다.]

  그렇다. 모른다 해도 무방하고, 안다 해도 좋다. 마음이라 해도 옳지 않고 물건이라고 해도 맞지 않으며 부처라 해도 옳지 않다면,  마음이라 해도 옳고 부처라 해도 좋고, 하느님이라 해도 그르지 않으며 어느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좁게 쓰면 겨자씨 속에도 있고 크게 쓰면 우주를 남김 없이 감싸고 있으니, 어찌 너와 내가 따로 존재하며 생사{生死}를 걱정하리오, 가고 옴이 이대로 묘용[妙用]이며 반야[般若}요, 열반{涅槃}이며 구경{究竟}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