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중생(同業衆生)

룸비니 동산

2007-11-29     관리자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면서 한 가지 동업(同業)을 부여받았다. 그것은 함께 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살아가고 있는 형태는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 부리는 자와 부림을 당하는 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등 항상 상대성 있는 심한 격차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나만 잘 살면, 우리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철통같은 아집(我執)의 울타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너와 내가 뚜렷이 별리된 상태에서 말이다.
   그러나 네가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는 철칙을 진정 몰라서 그러는 것일까?
   지난해 여름, 나는 강원도 오대산 적멸보궁을 다녀오는 길에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버스 맨 앞좌석에 비스듬히 기대어 차창 밖을 내다보던 중 매우 안타까운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아마 지방도로 확장공사였을 것이다. 창백하고 야윈 모습의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현장에서 온 몸에 돌가루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쓴 채 힘겹게 돌 깨고 나르는 작업에 몰두하고 계시었다.
   그분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자세를 바로하고 이렇게 편하게 앉아서 그분들의 일하시는 것을 내다보는 내 자신이 꼭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저토록 지긋하신 나이에도 불구하고 힘겨운 노동을 하셔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살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런 생각은 우울하던 내 마음을 잠시 후 아주 밝게 해 주었다. 한 생각 돌이켜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분들이야말로 지금 가장 훌륭한 보람된 일을 하고 계시지 않은가. 저분들의 땀과 노력으로 우리는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지 않은가. 수많은 차량들이 통과하는 그 길을 개척하시는 저분들이야말로 숨어있는 봉사자요, 희생자이시다. 물론 누구나 막론하고 일을 한다. 그러나 육신 편안히 회전의자나 돌리고 있는 사람들보다 얼마나 값지고 보람된 일을 하시고 있는가, 모두가 꺼려하는 일을 서슴없이 하고 계시는 모든 근로자들께 우린 감사해야 한다.」
   나는 가슴이 벅찼다. 내가 그분들을 위하여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오직 한 가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다. 건강하고 행복과 굳센 용기와 신념을 가지시라고 말이다.
   물질적인 풍요는 누리지 못하더라도 이 세상에서 가장 크나큰 정신적인 부자로 살아가게 해달라고 진심으로 부처님께 기도 드렸다.
   이 길을 통과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처럼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분들을 위하여 기도한다면 분명 시원스럽게 트여진 이 도로가 그냥 된 것이 아닌 무수히 많은 분들의 피와 땀과 정성이 깔려진 것이라 생각하고 한 번씩만 그분들을 위하여 감사하는 마음과 간절한 기도를 드릴 수 있다면 분명 그분들은 수천수만의 기도은덕으로 다복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들은 혼자만의 삶이 아닌 것이다.
   너와 재가 따로이 존재할 수 없다. 내가 곧 너일 수 있고 네가 곧 나일 수 있다.
   너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나의 기쁨을 너의 기쁨으로 받아들일 때 이 땅엔 사랑과 평화가 공존할 것이다.
   우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부처님께 감사하고 나라에 감사하고 부모에게 감사하고 모든 중생들에게 감사하는 자세로서 살아가야겠다.
   백년 안에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은 죽음으로 돌아간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야 할 처지이다.
   그 누구도 동전 한 닢 가지고 간 사람이 없지 않은가
   내가 배부르면 다른 내가 굶주리고 있다고 생각을 하자.
   우리 모두 아집의 울타리를 헐어 버리자.
   다 함께 손에 손을 잡고 서로 사랑하고 남을 위해 살아가자.
   이 땅엔 무수히 많은 내가 나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출생이라는 시발역에서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하여 달리고 있는 인생열차 안의 동업중생임을 잊지 말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