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과 端正身

대보적경의 세계(中)

2007-11-20     관리자

  1) 어린 소녀의 경지

  대보적경(大寶積經)의 제 30회는 수마제보살회(須摩提菩薩會)로 되어 있다. 수마제보살은 어린 소녀의 몸으로 나타난다. 그 이름을 한역에서는 묘혜(妙慧)라고 번역하고 있다. 따라서 이 회(會)는 묘혜동녀회(妙慧童女會)라고도 불린다.

  이 경의 주인공은 묘혜동녀 즉 수마제(須摩提, Sumagadhi)라는 보살이다. 왕사성(王舍城, Rajagrha)에 사는 욱가(郁迦) 장자의 딸인 이 소녀는 목련(目連)이나 문수사리(文殊舍利) 보살도 따르지 못할 정도로 탁월한 공덕을 지닌 보살의 화신(化身, Nirmana-Kaya)으로서 등장한다.

  8세의 수마제가 부처님이 계시는 영조산(靈鳥山)의 정상으로 찾아가 부처님에게 보살행에 관해 10개 항목을 질문한다.

  1. 어떻게 하면 보살이 단정(端正)한 용모를 갖출 수 있습니까?

  2. 어떻게 부귀를 얻을 수 있습니까?

  3. 어떻게 하면 가족끼리 평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까?

  4. 어떻게 하면 장차 부처님 앞에 연화좌 위에 태어날 수 있는 것입니까?

  5. 어떻게 하면 항상 불국토에만 머물게 되는 것입니까?

  6. 이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원한(怨恨)없이 살 수가 있습니까?

  7. 어떻게 하면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8. 어떻게 하면 법장(法障)을 벗어나는 것인가?

  9. 어떻게 하면 마구니에게 사로잡히지 않는 길인가?

  10. 어떻게 하면 죽을 때 부처님 앞에 서서 설법을 듣고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가? 하는 10항목이다.

  부처님은 그 하나 하나에 대하여 각 각 네 가지 방면에서 가르친다. 즉 그 내용은 육도십선(六度十善)을 주로 한 것이다. 이에 목련이 그러한 사십사(四十事)는 보살만이 이룰 수 있는 일이지 나이가 어린 한낱 계집아이가 말할 수 있는 것이 못된다고 한다. 그러자 대지는 진동하고 하늘 꽃이 비오듯 내려 수마제가 능히 그것을 행하리라고 증명한다.

  수마제보살회는 다시 문수사리법왕자(文殊舍利法王子)로 하여금 수마제와의 대화를 통해 이 소녀로 하여금 보살의 의미와 보살행의 뜻을 말하게 한다. 소녀는 이윽고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의 경지에는 남녀노소의 차이가 있을 수 없음을 선언하면서 30세의 비구의 모습으로 몸을 바꾸어 보인다.

  수마제는 다시 말하기를 "내가 성불했을 때, 그 국토에 사는 모든 사람은 황금빛을 띄우리라"한다. 그리고 "이 말이 지성(至誠)이며 지금 모인 대중이 모두 금빛을 띄우리라"고 한다. 그러자 곧 회중의 모든 사람이 금빛으로 변한다. 부처님은 이 소녀가 그 초발심의 큰 공덕으로 말미암아 반드시 성불하리라고 보살행의 탁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신다.

  2) 열 가지 질문과 단정신

  이제 수마제의 물음과 부처님의 교훈을 통하여 보살과 단정신(端正身)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도록 하자.

  소녀의 첫째 질문은 어떻게 하면 보살이 단정한 용모를 갖출 수 있습니까 하는 것이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1. 성냄을 일으키지 않고 원수집 보기를 선지식(善知識)과 같이 함이요

  2. 항상 일체 중생에게 자비한 마음으로 향함이요

  3. 항상 위없는 정법을 구함이요

  4. 부처님의 형상(形像)을 만드는 일이다 라고 하신다.

  둘째 질문은 어떻게 부귀를 얻을 수 있습니까 하는 것이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1. 꼭 필요할 때, 꼭 필요한 사람에게 보시를 행하는 일이요

  2. 주고는 배나 더 기뻐함이요

  3. 주고 난 후에는 다시 후회하지 않음이요

  4. 이미 주었거든 그 과보를 바라지 않을 일이라고 하신다.

  셋째 질문은 어떻게 하면 가족끼리 평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까 하는 것이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1. 나쁜 말을 전하여 서로 싸우게 아니함이요

  2. 사견(邪見)에 빠져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견(正見)을 가지도록 하는 일이요

  3. 만일 정법을 헐뜯거나 해치는 자가 있으면 보호하여 그것을 오래 머물도록 하는 일이요

  4. 모든 사람들을 가르쳐 부처님의 길을 따르도록 하는 일이라고 하신다.

  넷째 질문은 어떻게 하면 장차 부처님 앞에 연화좌 위에 태어날 수 있는 것입니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1. 우발(優鉢) 꽃과 파담(波曇) 꽃과 구문(拘文) 꽃과 분타리(分陀利) 꽃을 가늘게 찧어 부수어 이 네 가지로 하여금 먼지와 같이 가루를 만들어 구충(句蟲=晋譯에는 軟妙華라 하였음)에 가득히 담아서 부처님과 탑과 사리에 공양함이요

  2. 절대로 남에게 손해를 입히지 말아야 하는 것이요

  3. 부처님의 상(像)을 만들어 연꽃 위에 봉안하는 일이요

  4. 최상각(最上覺=부처님) 얻은 이에게 문득 기꺼이 머무시기를 권함이다.

  다섯째 질문은 어떻게 하면 항상 불국토에만 머물게 되는 것입니까 하는 것이었다. 부처님은 대답하셨다.

  1. 다른 사람들이 공덕짓는 일을 해갈 때 그것을 보고 시기와 질투를 하지 않는 것이며

  2. 설법을 들을 때마다 모르는 일을 남기지 말아야 하며

  3. 등불을 항상 밝히고 여래의 탑을 공양하는 일이요

  4. 언제나 부지런히 삼매를 구함이다.

  여섯째 질문은 이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원한없이 살 수가 있습니까 하는 것이었다.

  1. 친구를 사귈 때 아첨하지 말아야 하며

  2. 인색하고 아끼고 타인의 재물을 탐내지 않음이요

  3. 보시하는 사람을 보면 그를 도와 기뻐함이요

  4. 보살행을 하다가 싫증을 내거나 경솔히 생각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곱째 질문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1. 말과 행동이 언제나 일치해야 하는 것이며

  2. 좋은 친구에게 자기의 잘못을 숨기지 않는 것이요

  3. 남의 말을 듣고 그 잘못을 캐내지 않는 일이며

  4. 설법하는 사람에 대해 악한 마음을 품지 않는 것이라 했다.

  여덟째 질문은 어떻게 하며 법(法)에 걸리는 일을 벗어나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1. 마음과 뜻에 생각하는 바는 항상 선(善)에 있음이요

  2. 항상 계(戒)와 삼매와 지혜를 지님이요

  3. 보살의 뜻을 처음 발하나 문득 일체지(一切智)를 일으켜 도달하는 바가 많음이요

  4. 모든 사람들을 자비와 평등으로 대하는 일이라 하셨다.

  아홉째 질문은 마구니에게 사로잡히지 않는 길이다.

  1. 항상 부처님을 생각함이요

  2. 항상 정진(精進)함이요

  3. 항상 경법(經法)을 생각함이요

  4. 항상 모든 공덕을 다 회향하는 일이다.

  열번째 질문은 어떻게 하면 죽을 때 부처님 앞에 서서 설법을 듣고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다.

  1. 모든 사람을 위하므로 모든 소원을 만족하게 함이요

  2. 어떤 사람이 보시하는데 부족한 것을 만족하게 해주기를 생각함이요

  3. 사람이 여러 가지로 보시하는데 만일 작거나 짧은 것이 있음을 보면 문득 보태어 도와 줌이요

  4. 항상 삼보께 공양 올리기를 실천함이라 하였다.

  수마제 소녀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40가지 교훈을 다 듣고 이 40가지 행 중의 어느 하나라도 이행치 못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거역하는 것이 되고 여래를 속이는 일이 될 것이니 하나도 어김이 없이 꼭 성취하고야 말겠다는 대원(大願)을 발한다.

  이 수마제보살회는 바로 보살의 길이란 이 40가지 교훈을 남김없이 성취하겠다는 대원을 발하는 거기에 있음을 가르쳐 주고 있다. 또 이것은 수마제를 빌려 보살의 길은 출가한 사문만이 짓는 바가 아님을 강력히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이상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우리는 보살과 단정신의 원리를 수마제보살의 40가지 대원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는 수마제보살의 대원을 우리의 원으로 삼아 실천 수행할 때 시방진계(十方塵界)가 상락아정(常樂我淨)의 세계가 아님이 없으며 육취중생(六趣衆生)이 묘각여래(妙覺如來)가 아니겠는가. 佛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