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적인 측면에서 본 인간

나는 누구인가

2007-11-20     관리자


인간인 내 나이는 35억세 60조(兆)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140억개의 뇌세포가 사령탑을 지배하고 있다. 각 세포마다 DNA(Deoxyribo Nucleic Acid)가 하나씩 들어 있고, 그 DNA 속에는 A(adenine 아데닌), C(cytosine 시토신), G(guanine 구아닌), T(thymine 치민)이라 불리는 4종류의 염기(塩基)가 60억개나 들어 있다. 말하자면 이 AㆍCㆍGㆍT라는 4문자로 된 암호문의 배열방법이 나 ‘김정흠’이라는 인간의 모든 것, 즉 그 유전방법에서부터 생김생김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을 결정해주고 있는 셈이다.
또 화학적으로 나는 약 60%의 수분와 C(탄소)ㆍN(질소)ㆍO(산소)ㆍH(수소)등 주로 가벼운 원소로 구성되어 있는 유기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 원소를 전부 합쳐 보았자 몇푼어치의 값도 되지 않는다. 아마도 많아야 1만원 정도나 될까? 이것이 화학적 원소로 분해되었을 때의 나의 값의 전부이다.
그러나 나의 값은 돈으로 환산될 물리적ㆍ화학적 존재만은 아니다. 돈으로는 도저히 따질 수 없는 귀중한 정신을 나는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생애
나의 나이는 35억세이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인 회임기(懷妊期)까지 넣는다면 아마도 나의 나이는 지구의 나이와 같은 46억세가 될 것이 예상된다. 과학자들은 나의 일생을 다음과 같은 3기로 나누어 보는 것이 통례이다. 즉 (1) 화학진화기 : 45억년전 ~ 35억년까지의 11억년, (2) 생물진화기 : 35억년전부터 현재까지, (3) 사회적 진화기 : 현재

(1) 화학진화기
내가 회임(懷妊)되기 전 즉 지구가 막 태어났을 46억년전 당시 지구의 내면은 뜨겁고 뜨거운 작열(灼熱)의 세계였다. 따라서 생명이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는데 따라 지구표면은 점차 냉각되었다. 그 결과 갈라진 지반의 틈새로부터 분출된 화산재며 화산폭발시에 분출된 분출가스속에 들어 있던 수증기가 얽히고 섥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굉우(轟雨)를 쏟아내렸다 한다. 그 결과 현재의 바다가 태어났다고도 한다.
어쨌든 당시는 지금보다는 무척이나 수증기나 구름이 많아 하늘을 꽉 메꾸었고, 그 결과 천동과 뇌성과 낙뢰(落雷)는 그칠줄을 몰랐었다. 그 천동과 더불어 발생하는 방전(放電)효과에 의해 원시 대기중에 많은량이 포함되어 있던 매탄(CH₄), 암모니아(NH₃), 수소(H₂)로부터 글리신(glycine, H₂NCH₂COOH) 글루타민산(glutamic acid, HOOCCH₂CH₂CH(NH₂)COOH)등등의 아미노산을 위시로 생물체와 유관한 유기물이 20여종이나 합성될 수 있음은, 노벨화학상을 받은 유레이(Urey)와 그의 조수인 밀러(Miller)가 실험적으로 증명한바 와 같다.
이리하여 실로 11억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거쳐 당시의 대기로부터는 다량의 원시유기물질이 만들어졌으며, 그것이 어느날 더욱더 큰 덩어리인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로 성장을 한 것이다. 무기생명체와 세포사이의 다리를 놓는 이 코아세르베이트는 여러가지면에서 세포와 닮은 성질, 예컨대 대사(代射)작용과 같은 성질도 갖고 있었다. 그리하여 11억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거쳐 원시대기는 천동에 따른 전기방전의 영향을 받아 점차 고차의 유기물체쪽으로 화학적 진화를 거듭했던 것이다.

(2) 생물진화기
그 결과 지금으로부터 35억년전 어느날 나는 갑자기 코아세르베이트 상태에서 원시적 세포의 하나로 돌연변이를 하면서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난 것이다. 이렇케 태어난 나, 이미 독자는 알아차렸겠지만 ‘생명’ 그 자체를 대표하는 ‘나’라는 존재는 이렇게 35억년전 어느날 코아세르베이트에서 돌연히 하나의 산 세포로서 태어난 나는 그 이래로 끊임없이 생물적 진화를 거듭해왔던 것이다. 즉 생명체가 갖는 가장 중요한 기본성질인 번식과 생명체 생식작용에 의해 대를 이어 가면서 나는 살아왔고, 또 다윈(Darwin)이 주장한 바와 같이 진화를 거듭해왔던 것이다.
생명의 한 개체는 항상 다음 세대에 바톤을 넘기면서 그 자체는 죽는다. 그리고 다음 세대는 주변환경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에 의해 자기자신을 강화하고 개량해가면서 진화를 해나간다. 비록 어미세대는 죽지만 자손은 계속해서 생을 이어 받는다. 따라서 20세기 현재 살고 있는 나의 생명은 실은 35억년전부터 한번도 끊긴 일이 없이 35억년의 기나긴 세월을 살아왔다고도 할 수가 있다. 그리하여 나는 35억년전 단세포로 태어나서 지금까지, 비록 몇 100대 아니 몇 100만대를 이어받기는 했지만 죽지 않고 살아왔으며 단 진화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현재의 나는 60조(兆)개라는 어마어마한 세포의 집합체로 구성되는 엄청난 존재로 만물위에 군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35억년전의 단세포로부터 오랜 진화과정을 거쳐 드디어 인간이라는 가장 고귀한, 존재로까지 발달이 된 것이다.

(3) 사회진화기
그리고 이제 나는 새로운 진화기에 들어가고 있다. 다름아닌 사회진화 말이다. 11억년에 걸친 긴긴 화학진화기를 거쳐 태어난 생명은 그 후 35억년이라는 긴 생물진화를 거쳐 오늘날과 같은 최고의 지능을 갖는 인간으로까지 진화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진화과정은 무엇인가? 그것이 곧 사회진화이다.
사회진화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윤리진화, 원숙화된 인간으로서의 진화를 뜻한다. 사회진화에 의해 인간은 비로소 성숙하게 된다. 사람이 사회진화에 의해 도달되는 이상사회를 노벨물리학 수상자이자 저명한 사회학자이기도 한 데니스가보르(Dennis Gabor)는 성숙사회(Mature Society)라 부르고 있다.
그 성숙사회에서는 적어도 인류는 핵전쟁의 공포에서는 벗어나게 된다. 또 독재시대에서도 벗어난다.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면서 자유롭게 살 수 있으면서도 협조와 조화를 잊지 않고 있다. 그럴려면 윤리적으로 완숙한 상태에 도달해야 한다. 그리고 물론 그때가 되면 각자가 믿는 종교에서 새로운 삶의 경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데니스 가보르를 위주로 여러 사회진화론자는 주장을 한다. 필자도 물론 그런 사회진화론자의 한 사람이다.

선택가능한 미래
이런 사회진화론자들을 선택 가능한 미래를 그 신조로 삼고 있다. 선택가능한 미래란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미래는 숙명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각자의 노력에 의해 가능한 미래중에서 자기에게 알맞은 가장 바람직한 미래를 쟁취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미래란 운명론자가 말하듯 태어났을때 부터 또는 태어나기 전부터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증거로 이세상의 누구나 자기운명을 미리 감지하고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저 최하의 생활을 고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말이다.
에컨대 숙명론자 또는 딴말로 말하면 비관론자(이 둘은 사실상 같다)인 쇼펜하우어 마저도 대학에서의 자기 철학강좌에 모여든 학생수를 늘리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노력만 한다면 그의 미래는 더 밝은미래(청강생이 많아지는)가 될 것임을 그는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좀더 좋은 성적, 따라서 좀 더 좋은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열심히 시험공부도 하고 독경공부도 하고, 국회의원 입후보자라면 될 수록 많은 선거민과 악수를 나누고 미소를 띠우는 것은 모두가 그의 이런 노력이 그에게 밝은 미래를 제공해주리란 기대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세상 사람은 근본적으로는 비숙명자이며, ‘선택가능한 미래’ 신앙자였던 것이다.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현실적 애로를 타파하고, 닥쳐올 여러 미래중에서 될수록 스스로에게 유리한 미래를 골라 노력을 하게 된다.

결 론
결국 나란 무엇인가? 그리고 나란 누구일까?
물리ㆍ화학적으로 분석해보면 단 돈 1만원어치도 안되는 나. 그러나 그 나는 돈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절중한 존재이다.
그 나는 35억세, 아니 회임기까지 따지면 45억세의 나이를 가지며, 화학진화ㆍ생물진화를 거쳐 현대인처럼 생물진화로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까지 이르른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정신진화, 또는 사회진화, 또는 윤리나 도덕적 진화, 또는 철학적 진화나 종교적 진화뿐이다.
그 진화를 위해 우리는 ‘선택 가능한 미래론’의 신조를 내걸자는 것이다.   佛 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