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다실

2007-11-10     관리자

 * 9월이다. 푸른 하늘, 맑은 바람, 온 몸 구석구석에 스미는 것 같다. 찌는듯 했던 여름의 작업은 풍성한 결실을 영글게 하고, 이제 막 결실의 향기가 온 산과 들을 넘쳐 흐른다. 10일이 추석, 23일 추분, 올해라는 인생 승부가 이렇게 한 철을 넘겨 간다. 모두가 왕성하게 성장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결실을 맺어가는 그런 시원하고 줄기찬 수레바퀴가 도는 것 같다. 자연도 인간도 함께, 왕성한 성장 새로운 결실 또 하나의 전진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 부처님께서는 성도하신 기쁨을 나누어 주는데 맨 먼저 교진녀등 5비구를 생각하신 것은 불전이 전하는 바다. 당신과 더불어 함께 고행하던 순직한 벗들을 생각 하셨다. 그리고 고행을 버렸다 하여 타락자라 규정하고 부처님이 외면하고 잇는 그들에게 간곡히 간곡히 정성을 기울이셨다. 부처님 말씀을 듣지 않으려는 저들에게 마침내 이런 말씀까지 하셨다. <그대들은 내가 일찌기 지금과 같이 얼굴이 빛나던 것을 본적이 있느냐 ... > 5비구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 부처님 말씀을 듣는다.

 그러기를 며칠을 지난다. 몇 사람이 걸식한 밥을 함께 나주어 먹으면서 불이 나게 정진했다. 이윽고 교진녀가 깨달았을 때 부처님은 기쁘셨다. 당신답지 않게 소리 치셨다. <참으로 교진녀는 깨달았다...>

 부처님께서 성도의 기쁨을 나누시고자 하는 거룩한 뜻을 맨 먼저 그의 수행 벗이었던 5비구를 선택하신 것은 몇가지 뜻이 있으리라.

 저들이 근기가 순숙하였다든가 도를 구하는 뜻이 간절하다던가 대화할 수 있는 친분이 있다던가, 그러나 도를 구하는 진실성이 있는 친구라는 면은 무엇보다 먼저 생각이든다. 부처님은 저들에게 참으로 겸양하시고 착실하게 저들의 맺힘을 풀어 주시고 믿음의 싹을 키워 가셨다.

 전법은 군중을 모아 큰 목소리로 하는 것보다 한 사람 한 사람 차근차근 저들이 진실에 눈 뜨도록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미흑속을 헤매는 사람들에게 진실의 등불을 정성껏 밝혀 주는 그 정진을 5비구를 대하신 거룩한 행적에서 우리는 배운다.

 <중생무변서원도>는 우리가 밤낮으로 외우는 서원이지만 서원은 서원문을 소리 높이 외워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착실히 한 사람 한 사람의 편이 되어 저들에게 기쁨을 가르침을 알려 주는데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 전법을 말하면 많은 수행 많은 학식을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모인 높다란 법상을 생각한다. 그러나 실로는 그런 것이 아닌 것이다. 큰 강을 흐르는 물줄기는 그 시작이 한 방울 한 방울의 물방울이다. 처음부터 시냇물도 아니요, 개천도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서 군중이 되고 집단도 된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적인 특성을 무시하고 모두들 묶어서 하나의 처방으로 대한다는 것은 치료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전법은 낱낱 가슴에 등불이 밝히는 작업일진대 개별성을 살리는 여러 통로에서 행하여야 한다. 결국 우리 모두가 전법자라는 말이다.

 우리 모두의 친한 벗, 이웃들과의 개별적 관계가 전법으로 통하는 훌륭한 통로라는 말이다.

 부처님은 5비구를 중심한 60인의 제자가 모였을 때, 전법의 명령을 내리셨다. 여러 방면으로 보내서 세상의 어둠을 밝히게 하셨다. 세간을 불쌍히 보고 저들의 행복을 위해서 전법의 길을 둘이 가지 말라고도 하셨다. 60인이 60방향으로 떠난 것이다.

 이 맑은 하늘 이 가을, 겨레의 행복과 나라의 평화를 생각하는 사람이면 더욱 전법의 결의를 다져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