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한결같았던 30년 대중공양

수희찬탄

2007-11-04     관리자

우리 시어머니(보문회 회장 상생화 보살)가 불교를 독실하게 믿게 된 것은 일곱 살 어린 나이로 죽은 시누이 덕분이라고 한다. 시누이의 49재를 조계사에서 올리고 절망하던 때, 부처님 말씀 덕분에 차차 안정을 찾아가셨다. 그러던 어느 날 『불교교리문답』 책을 읽다가, “물고기는 노는 물밖에 모른다. 육지에 가면 기차도 있고 비행기도 날아다니지만, 물고기는 그러한 것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육지 이야기를 아무리 해줘도 믿지 않는다. 그처럼 중생 또한 불보살의 세계를 모른다.”는 말씀을 읽고 그 동안에 품었던 의심을 놓으셨다.
예전에는 도솔천이니 극락이니 하는 말들을 도무지 믿지 못했는데, 그 모든 의심이 풀리고 경전 말씀 그대로 믿게 되고, 부처님 말씀대로 행해야겠다는 발심을 하셨단다. 그 뒤로 불교 공부와 기도를 열심히 하셨던 시어머니께서 30년 이상 전국의 사찰로 군법당으로 대중공양(선방 수좌들이나 여러 사람에게 음식 등을 대접함)을 다니게 된 것은 시아버님 생일날 찹쌀공양을 올린 것이 인연이 되었다.
시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생일날 찹쌀공양을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찹쌀을 이고 천축사에 갔는데, 그 때 재무소임을 보시던 스님이 너무 반가워하시는 거야. 당시 천축사에 계셨던 무불 노스님이 ‘속이 헛헛하니 찰밥을 하라’고 하셔서 ‘절에 찹쌀도 없는데, 이 추위에 어떻게 찹쌀을 구할까?’ 걱정하던 중이라는 스님 말씀을 듣고 그 뒤로 쭉 하게 됐지.”라고 하신다.
그 뒤로 무문관(無門關, 문을 걸어 잠그고 용맹정진하는 곳)에서 수행하시는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게 되자, 주위에서 여러 사람들이 동참을 하게 돼 자연스레 대중공양 모임이 결성되었다고 한다. 무문관 공양부터 하면 30여 년이 넘고, 보문회(보현보살처럼 행하고 문수보살처럼 지혜를 닦자는 생각에서 보문회라고 이름지었단다)를 공식적인 모임으로 결성한 것도 만 23년이 되었다. 어머니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회원들의 만장일치 추대로 회장을 맡아 왔는데, 그 동안에 써온 회계 장부만 해도 여러 권이다. “이 장부는 염라대왕 앞에서 검사 맡아야 해.”라고 하시는 시어머니, 매사 정확하고 한결같으시다.
참으로 언행이 일치한 시어머니를 뵈면 존경심이 절로 난다. 시어머니 덕분에 나 또한 개종을 하였다. 백천만겁에도 만나기 어려운 부처님 법을 만나게 해주신 점 정말 감사드린다. 특히 회원들과 함께 봉사하고, 기도하고, 대중공양을 올리러 다니시느라 바쁘면서도 집안일, 자식교육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으셨다.
사실 시어머니께서는 내 남편이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 답답해서 점집에 갔었다고 한다. 그런데 보는 사람마다 운이 안 좋아서 가고 싶은 대학에 못 가겠다고 했다. 그런 것 믿지 말고 열심히 기도하라는 주위 분들의 말씀을 듣고 청도 운문사 사리암, 강화 보문사, 오대산 적멸보궁을 찾아다니며 지극정성으로 기도하셨다. 음력 8월 초 오대산 적멸보궁에서 밤을 꼬박 새워 12시간 동안 기도를 했다. 절을 하면 눈이 빠질 것 같고, 일어서면 뒤로 넘어질 것 같을 정도로 기도하셨다. 남편도 시어머니 정성으로 뜻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예전에는 “부처님은 공밥 절대 안 잡숫는다. 열심히 하면 다 베풀어 주신다.”는 시어머니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신행 이력이 쌓일수록 알 것 같다.
한때 전국적으로 회원이 150~200명 가까이 되었던 보문회는 사관학교마다 도서실을 짓고, 법당을 지을 때도 동참하고, 경장까지 만들어서 한글대장경을 기증하기도 하고, 군부대의 중요한 행사 때마다 지원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예전에 육군사관학교에 작은 피아노를 사주었는데, 최근 새롭게 지은 법당에 걸맞은 그랜드피아노를 사서 증정하기도 했다.
종단에서 체계적으로 군포교에 전력하지 못할 때 보문회의 활동은 큰 힘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시어머니도 78세가 되었다. 회원들 역시 돌아가신 분도 많고 거동이 힘드신 분도 많아 현재 20여 분 정도 모였는데, 지난 달을 기해 모임을 해체했다는 말씀을 들었다. 비록 모임은 없어졌어도 그 동안 쌓아온 공덕은 영원할 것이다. 시어머니와 보문회의 30여 년 전법행에 진심으로 찬탄의 박수를 올리며, 그 뜻을 마음으로나마 이어갈 것을 다짐해본다.

----------------------------------
선도심 _ 보문회 회장 상생화 보살님의 둘째 며느리로, 시어머니 덕분에 부처님 말씀 만난 것을 늘 고맙게 여기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