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새롭게 출발하라

정무스님의 생로병사 10 중년의 삶

2007-11-04     관리자

가을바람이 제법 쌀쌀합니다. 가을 하면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말이 많습니다. 사색, 독서, 풍요, 결실, 남자의 계절, 중년, 외로움 등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습이라는 것이 몸에만 배는 게 아니라 마음에도 배는 게 사실인가 봅니다. 우리네 인생 하루하루의 행보가 이 몸과 마음에 새겨져서 어느 날 어느 생엔가 툭 터져 나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도 어느 가을날이었습니다. 또 수행은 다음 생을 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생 업을 닦기 위한 것도 아니고, 오직 바로 이 순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임을 안 것도 그 무렵이었지요.
왜 뜬금없이 가을 타령을 하다가 수행 이야기를 하는가 의아해 할 이도 있을 것 같아 결론적으로 먼저 언급해야겠습니다. 인생의 가을이라 할 수 있는 중년기야말로 새롭게 발심 수행하기에 적합한 시기라는 것, 딴생각 하지 말고 ‘중년의 새로운 출발은 수행으로’라는 것을 캐치프레이즈로 삼았으면 하는 것이 노승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
작년 가을 평소 알고 지내던 중년의 거사가 찾아왔습니다. 법당에 가서 참배를 하고 나온 그분이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모습이 참 외로워보였습니다. 차나 한잔 하자고 안으로 불러들였지요.
“스님, 그 동안 참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그 덕분에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았고, 자식들도 잘 컸고, 집사람도 그만하면 잘 하는 편인데 왜 이렇게 허전한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데, 그 눈빛이 너무 간절해서 내 가슴까지 잠시 쓸쓸한 마음이 전염된 것 같았습니다. 봄 감기보다 가을 감기가 더 무섭고, 사춘기보다 사추기가 더 무섭다고 합니다. 보통 40~50대에 맞는 사추기는 일생에서 가장 큰 생리적겱?��변화를 겪는 시기입니다(대체적으로 남성들은 점차 여성화되고, 여성들은 점점 남성화된다고 합니다).
초스피드로 변화하는 세상, 생존경쟁의 현장에서 생활인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가히 측정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도, 평범한 사람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남성들의 스트레스가 더 큰 듯합니다. 가정을 위해서 앞뒤 보지 않고 일에만 매진했는데, 결국 부인과 자식들에게서 버림받은 것 같다는 소외감 때문에 속으로 끙끙 앓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고, 자칫 잘못하여 외도를 해서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 대입이혼, 황혼이혼 등 결혼 20년차 이상 된 중년이혼이 대폭 늘고 있다는 소식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시기를 잘 보내느냐 못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집니다. 그야말로 지옥과 천국의 갈림길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점점 쇠퇴해가고 자신감도 없어집니다. 이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비교하는. 마음을 .버리고. 수행하라.
전업주부들의 경우 ‘빈 둥지 증후군’이라 하여 자식들 떠난 빈자리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도 많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보살(여성 불자)도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가벼운 우울증을 앓았다고 합니다. 다행히 부부가 나란히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함께 불교 공부를 하고, 봉사활동을 하고, 남편과 함께 스포츠댄스, 등산 등 취미생활을 하면서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가끔 주위 친구들이 암에 걸렸다거나 사업에 실패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소식을 접하면 우울해진다고 합니다.
“스님, 근데 불안한 건 여전해요. 제가 욕심이 많은 사람은 아닌데, 여전히 돈을 더 모아야 할 것 같고, 조금만 아프면 큰 병이 걸린 것은 아닌지 불안합니다.”라는 그 보살의 말을 들으면서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지 또 한 번 깨달았습니다. 우울증, 불면증, 불안증, 공포심 등이 모두 습관, 생각하는 방향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평소 남보다 잘 살아야겠다,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남과 비교해서 뒤처진 느낌이 들면 불안해지고 우울해지는 것입니다.
어디 그 보살뿐이겠습니까?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보살은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가치관의 소유자입니다. 100 사람에게 솔직한 심정을 얘기해보라, 중년기 당신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물었을 때 아마도 백이면 백 건강과 경제력이라는 대답이 나올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불자라면 조금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나온 삶이 욕구 충족의 삶이었다면 앞으로 남은 삶은 마음공부를 통해 진리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중년에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분들에게 마음공부의 원리를 일러드리겠습니다.

마음공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대로 완전하다. 내 인생의 모든 일이 나의 궁극적 목표를 향해 진행되고 있다. 나는 사랑받는 사람, 곧 보살이다.”라고 상상하고, 믿고, 그렇게 된다는 강한 집념, 성취를 확신한다면 잠재의식에 스며들어 실현되게 되어있습니다. 마음은 모든 일의 근본입니다. 마음이 주인입니다. 마음이 모든 일을 시키나니 마음속에 착한 일을 생각하면 그 말과 행동 또한 착해집니다. 마치 형체를 따르는 그림자처럼 즐겁고 행복해집니다. 마음을 선함으로 무장한 연후에 염불겶紈�수행에 대한 경전을 보고 정진해야 합니다.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은 세속적으로 하찮은 일에서 벗어나 단순하게 살아야 합니다. 사방팔방 늘어놓은 인연에 끄달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 마음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이혼하고 나서 마음공부를 하게 되었으니 오히려 전남편에게 감사한다.”는 보살도 있습니다. 이것은 극단적인 경우이고 부부가 함께 마음공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어떤 신도님은 정년퇴직 후, 언제 어느 때라도 수행하러 떠나기 위해 살던 집도 팔고 전세를 얻었다고 합니다. 집에 묶여서 외출도 제대로 못하는 분들, 늙어서까지 재물에 집착하는 사람들과는 아주 다른 차원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분 말씀이 “건강 때문에 훌훌 떠날 수 없다, 진작 스님 말씀을 들을 걸, 지금에 와서 후회된다.”며 안타까워하는 것입니다.
중년의 복병인 병고의 예방약이 바로 마음공부입니다. 중년 우울증이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면, 마음공부를 통해 우울증은 퇴치시킬 수 있습니다. 마음공부를 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평안하게 갖고, 건전한 도반을 사귀고, 절에 다니면서 수행하고 봉사하고, 절에 다니느라 좋은 햇살 받으며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면 저절로 건강해집니다. “건강한 자는 모든 희망을 안고, 희망을 가진 자는 모든 꿈을 이룬다.”는 아라비아 격언처럼 건강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년건강은 몸만 가지고는 절대로 극복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건강해야 합니다. 마음 건강의 필수 항목은 마음공부입니다.
중년의 모든 분들에게 새로운 출발을 제안합니다. 마음공부를 하십시오. 마음공부를 통해 자본주의 삶에서 찌든 욕망의 습을 끊어버리고 진정으로 행복한 삶, 유유자적한 삶을 영위하시길 빕니다. 많은 사람이 이 대열에 들어설 때 세상의 흐름까지 바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