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의 정신분석

지혜의 뜰 /부모님을 위한 청소년 상담

2007-11-04     관리자

요즘 세상이 너무 험악해졌다. 쉽게 사람을 해치고 죽인다. 특히 어린아이와 여자들이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여자들이 범죄의 대상이 되었을 때 거의 대부분 성(性)문제를 동반한다.
강간과 같이 단순히 성만을 목적으로 하든 그렇지 않고 절도와 같은 다른 범죄를 하다 성폭행을 하든 여성 피해자들이 겪는 후유증은 심각하다.
요즘처럼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런 일이 닥칠지 모를 때 미리 한번쯤을 그것에 대해 가족끼리 또는 혼자서라도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강간과 같은 성폭력을 만에 하나라도 당하게 된다면 그당시 위기를 지혜롭게 넘겨야 하고 또 그 후유증에서 빨리 회복해야 되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에도 자기를 알고 남을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먼저 강간범에 대해 알아 보자. 정신의학자들은, 보통 남자들은 가끔 속으로 자기가 강간하는 장면을 상상은 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데 왜 강간범들은 이를 행동화하는가에 의문을 품고 이들에게 어떤 독특한 심리적 원인이 있지 않겠느냐는 견지에서 연구를 하였다.
몇가지 연구결과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69명의 강간범을 정신감정한 결과를 토대로 미국의 정신의학자 헨(Henn)이 발표한 것을 보면 강간범의 48%는 반사회적 성격, 21%는 기타 성격장애, 11.9%는 정신분열증, 4.3%는 약물 · 알콜의존, 2.9%는 기질성 뇌증후군, 2.9% 정신지체로 진단이 내려졌고 9%에서만 별다른 정신질환이 없다는 판정이 나왔다.
또 다른 연구 역시 미국 보스톤지역의 강간범 133명과 피해여성 92명을 대상으로 그로스(Groth)라는 여자 정신의학자가 연구한 것인데 ‘강간이란 성 자체가 목적이기보다는 성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힘을 과시하거나 분노를 풀려는 기도다.’라고 발표하였다. 현재 이 설명이 크게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정신의학자에 따르면 강간은 권력형 강간과 분노형 강간의 둘로 나뉘어지는데 권력형 강간은 전체의 64.9%를 차지하며 범인들이 추구하는 것은 남성성(男性性) 정복, 우월, 지배이며 자신 속에 있는 열등감, 왜소감을 부정하기 위해 그렇게 한다. 이들은 강간대상으로 동년배 또는 연하의 여성을 택하는 경향이 짙다. 강간시 범인은 피해자에게 ‘성감(性感)이 어떠냐’ ‘이름은?’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분노형 강간은 전체의 35%를 차지하였는데 범인이 여자에게 가졌던 분노, 경멸, 증오를 피해자에게 푼다. 이들은 상대를 때리고 옷을 찢으며 비속한 욕을 하며 몸에 상처를 내는 등의 포악한 짓을 한다. 범인은 자기의 인생에서 대녀관계(對女關係)가 갈등, 좌절, 질투,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어서 이들이 범행을 저지르는 의도란 여자를 해치고 여자에게 복수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심지어는 살인까지 할 수도 있다. 이들은 연상의 여자 또는 늙은 여자를 대상으로 찾는 경향이 짙다. 이 경우 피해자는 뒤에 정신적 · 신체적 · 사회적으로 극심한 후유증을 앓는다.
실제로 이런 일이 닥치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되도록 침착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 상황에 맞는 길이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지 강간범과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되고 불필요한 자극을 해서는 안 된다.
어떤 경우는 가해자가 계속 ‘좋지?’해서 ‘네!’를 연발했더니 가해자가 가라앉더라고 했다. 일부 피해자는 자신이 몸을 꼬고 소리치며 반항할수록 오히려 그가 더욱 흥분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이내 “나는 포기했어요.”라고 말했다.
강간을 당한 사람은 대개 강간외상증후군(强姦外傷症候群)이라는 후유증을 겪는데 초기 · 후기로 나눌 수 있다. 초기는 일을 당하고 2-3주까지 인데 두려움, 수치심, 당황, 분노, 복수, 자책을 느낀다. 두려움은 주로 범인이 자기를 다시 찾아서 어떻게 하면 어쩌나 하는 데서 오는 폭력과 죽음에 대한 것이고 자책은 주로 ‘내가 달리 행동했더라면!’하는 데서 온다.
피해자는 ‘표현형’과 침묵을 지키는 ‘침착형’ 두 형이 있는데 그 비율은 반반씩 된다. 후기는 2-3주 후부터를 말한다. 피해자는 평소보다 부단히 움직인다. 즉 이사를 하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다른 고장에서 지내다 오거나 전화번호를 바꾼다. 또는 사건과 관련된 악몽을 잘 꾸며 두려워서 혼자 외출도 못하고 집에 있지도 못하며 사람들을 피하고, 엘리베이터에 낯선 남자와 둘이 타게 되면 뛰어 나오고, 누가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 속에서 산다. 그리고 정상적인 성생활에도 지장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대개 6개월쯤 간다.
피해자는 산부인과와 정신과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산부인과에서는 성병과 임신의 위험성을 측정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예방하는 조치를 취해준다. 정신과에서 의사는 감싸주는 태도로 피해자의 말을 자세히 들으며 피해자가 방해받지 않고 분노, 경악, 치욕, 두려움, 불안 등 그녀가 느낀 것을 말로 표현, 발산하게끔 도와준다.
“그 일은 그만 잊어버려라.”는 권고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다. 수면제나 항불안제를 몇 일치 처방해준다.
강간을 당한 후 ‘강간외상증후군’을 겪는다고 앞서 이야기하였는데 그 예후가 어떤지 연구한 것을 보면 피해자 92명을 4-6년간 추적 조사했을 때 37%(30명)는 수 개월 후에 회복했고 37%(30명)는 수 년이 걸려 회복하며 74%는 1-2년 사이에 회복했으나 26%(21명)은 4-6년이 지나도록 회복을 못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잘 회복하는지 살펴봤더니 자부심이 높고 긍정적인 쪽으로 자기를 평가하는 여자일수록 더 잘 회복되었다.
예를 들면 “나는 침착하게 그 고통의 시기를 견뎌나갔지요.” 또는 “나는 웬만한 것도 다 잘 참는 성격이지요.” 등의 자세를 보였다. 반대로 자부심이 낮아서 자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여성들은 회복을 못했거나 무척 더디게 회복했다. “그때 그 사건으로 나는 내 자신을 의심하게 되었다.” “나는 원래부터 나 자신을 잘 건사하지 못했습니다.” “범인이 하라는 대로 따라 한 내 자신을 두고 두고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언제나 운이 없어요.” 등의 태도를 보였다.
또 잘 회복한 사람들은 그때 당시의 광경과 상황을 조리있게 남에게 설명을 하거나 극적인 제스처를 쓰면서 극적으로 표현한 경우였고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두 번다시 생각하기도 싫다는 사람도 예후가 좋았다. 일이 있고 난 뒤 이사나 여행, 친정이나 친구 방문, 전화번호 갱신, 독서에 몰입한 경우 등도 잘 회복했다. 피해자의 22%는 사건후 술과 약물남용에 빠지거나 자살기도를 했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회복을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주로 미국에서 연구한 것을 중심으로 강간의 원인, 대책 후유증 예후 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간 존재보다 귀중한 것은 없다. 강간은 성이 관련되긴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순결이다. 성행위다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단지 신체적인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해 다리를 한 대 차였다고 생각하고 얼굴을 한 대 맞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여성의 소중한 부위에 돌이킬 수 없는 행위가 있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 신체 일부에 물리적으로 충격을 가해졌다고 생각하고 그 이상의 어떤 의미도 부여해서는 안 된다. 사실이 그렇다.
강간 피해자는 누구보다도 보살핌과 사랑을 받아야 될 사람인데 남편이나 가족으로부터 거부당한다면 절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오늘처럼 사회가 불안정하고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을 때 우리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를 확실히 알고 있어야 어려운 일을 당해서도 안 흔들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