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과의 인연

나의 인연이야기

2007-11-03     관리자

올해같이 폭염이 계속되던 병오년 6월달이었다. 여름 한 철을 문경 소재 ‘운암사’에 들어가 시험준비를 위해 유숙한 지 이틀째 되는 첫새벽녘, 독서삼매에 몰두하지 못하고 새벽녘까지 버티던 나는 서서히 찾아드는 수마를 단호하게 물리치지 못하고 그만 탁자에 엎드려 책상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러나 그 꿀맛 같은 새벽 단잠은 찰라였다. 뜻밖에도 전날 처음와서 참배하였던 대웅전에 계신 부처님이 꿈속에 나타나셨던 것이다. 빙그레 웃으시면서 "그만 잠을 깨고 이 신문이나 읽어보라."고 하시면서 신문 한 장을 생시와 같이 주셨다. 그 순간 난데 없는 목탁소리에 깜짝 놀라 그만 잠을 깨고 말았다.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성인 중의 성인이신 부처님의 좋으신 '계시'라 생각하고 다시 책을 보려고 탁자 위에 놓아둔 법철학 책을 잡는 순간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그 옆에는 부처님이 주고 가신 그 신문, 꿈에 본‘불교신문’이 놓여 있었다. 처음 절을 찾아온 날, 먼저 주지 스님께 첫인사를 드릴 때 그 방에서 불교신문을 처음보았다. 종교 관계 신문을 처음 보는 순간 호기심도 생겼고 황산덕 교수님의 불경 해설 연재물이 게재되어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 당시 내가 읽고 있던 황교수님의 법철학과 무슨 연관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하여 한번 읽어 보고 싶어 신문을 가져와 읽어 보았으나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그냥 탁자 위에 놓아 두었던 것이다. 너무나 뜻밖의 현실에 우연이라고 할 수도 없고 어떤 암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아도 미로와 환상속에 사로잡혀 눈뜨고 꿈꾸는 것만 같았다.
그때 다시 들려오는 잔잔한 목탁소리에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해보니 이는 분명히 부처님께서 ‘불법’도 공부해 보라는 계시로 생각되어있다. 목탁 소리나는 법당을 가보고 싶은 충동이 불현듯 생겨 법당을 가보니 주지스님과 상좌스님이 새벽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나는 한쪽 구석에서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없이 한참동안 절을 하다가 꿈에 현몽도 하여 주셨는데 시험도 합격할 수 있도록 가피를 내려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불현 듯 생겨나서 그때부터는 마음 속으로 시험합격을 염원하는 서원을 세우고 난생 처음 영과 육을 집중시켜 기도를 하였다. 셀 수 없이 절을 하고 있는데 상좌스님이 다가와서 “절 그만 하이소.”하면서 수건을 주시기에 나의 몸을 살펴보니 전신이 땀에 젖어 비 맞은 사람같이 된 것을 그때야 알았다.
절 밖 약수탕에서 새벽 목욕을 하고 나니 인간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깨끗한 내 마음 자리를 찾아보는 것 같았다.
이 순간이 종교의 경지인지 부드러운 부처님의 품안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본 끝에 부처님의 세계가 이렇게 청정무구한 마음 자리라면 나의 내면 세계를 의지할 안식처로 정하여도 되지 않을까 하고 처음 마음 먹어 보았다.
아침식사를 마치자 주지 스님이 찾는다고 하여 스님께 인사드리니 “학생은 얼굴이 동자상같이 잘 생겼고 부처님과 전생에 큰 인연이 있기에 이 절까지 찾아와 부처님 도량에서 공부하는 것 아니겠는가. 법조인이 되어도 부처님 법을 공부해 두면 많이 도움이 될거야. 오늘부터 조석예불과 ‘반야심경’을 암기하는데 만약 2일 이내에 암송하지 못하면 학생은 고시에 합격할 수 없네, 알겠나.”하시면서 명령을 내리셨다. 그리고는 어제 가져간 불교신문에는 ‘반야심경’해설이 연재되니 참고하고 다 암송하거든 조석예불에 참례하게.“하셨다.
이 무슨 인연일까. 꿈속에 부처님께서 주신 그 불교신문을 주지 스님조차도 참고하라 말씀하시니…. 빨리 암송해야 시험에 합격한다는 말씀이 생각나서 그만 그날 오전 중에 다 외워버렸다. 그리고는 그날 저녁예불에 참례하니 저녁공양 후 주지 스님께서 “아예 절에 들어와서 불경공부 한 번해보지 않겠나.”하고 웃으시면서 “시험준비 잘하게.”라고 하셨다. 나는 그 다음 해인 정미년 시월 달에 시험에 합격하였다.
나는 그때 필사한 “반야심경‘을 나의 수첩 갈피 끼워 속에 항시 가지고 다니며 내 마음이 여유롭지 못할 때면 그때를 회상하며 독송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