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하나된 마음으로 부처님 안에….

불자가정만들기

2007-11-03     관리자

잠시 들러간 장마의 장남으로 유난히도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
그리고 언제 올려봐도 빠져들 듯 티 하나 없는 가을 하늘이 연달아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 풍성한 수확의 계절 가을에 부처님 안에서 풋풋한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고 살아가는 한 가정이 있어 기자가 찾은 곳은 전남 광주시 진월동 진여성 보살님(본명 김은희 씨)댁.
첫대면에 조금은 어색해 하는 보살님, 그리고 선뜻 나서서 반가이 맞이하기가 쑥스러워서 그런지 문틈으로 빼꼼이 고개 내밀어 타인(他人)을 바라보던 세 형제들. 그러나 이들과 불과 몇분도 되지 않아 익숙한 사이처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별것도 없는데 이렇게 먼 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네요. 서울에 더 좋은 불자 가정이 많을 텐데요….”라며 겸손하게 말을 꺼내는 진여성 보살님.

아담한 진여성 보살님 댁의 거실은 마치 작은 불교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지장 보살 목조상, 인도에 다녀오신 스님으로부터 선물받았다는 나염된 부처님 그림, 미얀마에서 건너온 귀중한 탱화를 비롯한 여러 불상과 아기 동자상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진여성 보살님 댁의 가족 구성은 이렇다. 목포에서 사업을 하시는 처사님과 큰딸 경아 씨(법명:묘련, 25세), 둘째딸 형진 씨(법명:묘연, 23세), 막내 아들 유진 씨(법명:묘원, 18세).
이들은 마치 친구 같다. 부처님 안으로 서로를 이끌어 주는 도반말이다.
“저는 항상 아이들과 모든 것을 나누며 벽이 없이 친구처럼 지내려고 노력해요. 기쁨은 나누며 두 배지만 고민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 들지요. 우리는 거리낌 없는 순수한 친구예요.”
화목한 가정으로 주윗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며 수줍게 말하는 그는 “우리 가정의 화목은 다름 아닌 부처님의 가피력 때문이지요. 또한 우리 가족 모두가 한 목소리로 부처님을 부르는 기도의 힘도 클 거예요.”라며 가정의 돈독한 신심을 자랑한다.

춤꾼 공옥진 여사의 외동딸인 진여성 보살님의 부처님과의 인연은 굳이 특별한 계기가 필요없었다. 외할아버지로부터 불교 설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고 하는 그는 외가집 대대로 이어진 불교 집안에서 자란 탓도 있지만 항상 삼 배를 올린 뒤 무대에 오르신다는 공옥진 여사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싶었다.
고등학교 시절 불교학생회 활동을 한 것으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부처님 그늘을 떠난 적이 없는 그다.
“이 좋은 불교의 진리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제 종교를 가족들에게 강요하진 않았어요. 행동으로 보여주었지요. 열심히 기도하면서…. 그러다보니 결국 다들 부처님께 귀의가 되더라고요. 정말로 부처님께 감사드려요.”
어머니께서 다니시던 영광 불갑사를 다닐 때 처사님은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진여성 보살님의 극진한 기도로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자 불자가 된 것은 물론 보살님의 불교활동에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었다.
“큰딸 경아가 종교가 달라서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결코 나의 종교를 강요하진 않았어요. 그애 나름대로 선택한 종교를 무시할 수가 없었죠.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고 믿으며 열심히 기도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그애 방에 가보니 벽에 걸려 있던 십자가가 내려지고 싹 정리가 되었더라구요. 저는 그때 비로소 느꼈어요. 갖은 지식을 동원해 말로 설득하는 것보다 조용히 보여주는 힘이 더 크다는 것을요.”
“저는 저의 집안이 불교라서 저도 반드시 불교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았어요.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구요. 엄마가 다니시는 절에 몇번 따라가게 되면서 절에 있으면 웬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쉬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차츰 느꼈어요. 그후로 불교가 좋아졌고…. 저는 제 마음으로 불교를 느껴서 선택했을 뿐이에요.”
경아 씨의 말은 소신있고 경쾌했다. 국민학교 시절부터 스카우트 활동을 하면서 세계 각국을 돌아다녔고, 세계 청소년 대회에 우리나라 대표로 참가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형성된 듯한 깔끔한 성격에 매우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현재 다니는 원효사의 장보는 일은 경아 씨의 소임이라 일주일에 세네 번 꼴로 무등산을 올라야 한다며 살포시 웃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서 불교라는 넓은 바다에 이미 닻을 내리고 긴 항해에 들어간 듯한 평정함을 느낄 수가 있다.

진여성 보살님의 불교활동 무대는 다양하다. 20년 동안 인연지어온 무등산 원효사에서 사무 보는 일은 이미 인이 박인 생활이다. 그외 그가 가장 많은 정열을 쏟았던 부분은 광주 불교합창단 활동으로 창단 멤버이기도 한 그는 현재 4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음성 보시도 하고 포교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도 하고 일석삼조 아니겠어요? 저희 광주 불교합창단 활동의 영향으로 찬불가가 많이 보급되었고 소규모 합창단이 많이 생겨났어요. 열심히 하니까 좋은 일만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우리 단원들 모두 자긍심을 가지고 아주 열심히랍니다.
그는 또한 오랜 스카우트 생활을 했으며 그 속에서 스카우트 대장 생활을 10년 이상 할 정도로 봉사심과 리더십이 강하다. 얼마전 열린 세계 잼버리대회에서 온 가족이 운영요원으로 뛰기도 했다.
“스카우트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어요. 타종교인들은 적극적으로 대회에 참여하여 한몫들을 하는데, 불교인들의 활동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그는 요즘 전국적인 불교 스카우트 모임을 만들고자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바쁘다. 젊은 스님들과 함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어린이 스카우트 불자들을 양성하고자 추진하고 있다.
그밖에도 원효사 주지 스님의 뜻에 동참하여 대중적인 ‘시민 선방’을 계획하고 있다. 무등산 계곡을 찾는 이들에게 먹고 마시는 향락의 장소가 아닌 쉬어갈 수 있는 정신 수양의 공간을 마련해 주고자 하는 바람에서이다.
“선방의 문턱이 재가불자들에게 높게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예요.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시민들에게 선방을 개방하여 좀더 가까이 불교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여성 보살님은 활동가다. 한 가정의 주부, 아이들의 어머니, 남편의 아내의 역할만으로도 바쁜 그가 이토록 폭넓은 불교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든든한 후원자들, 가족들의 배려가 있기 때문 아닐까.
얼마전 송광사에 삼대가 보시한 컴퓨터 이야기로 듣는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던 주인공이 바로 공옥진 여사와 진여성 보살님 그리고 둘째 딸 형진 씨다.
모처럼 옷 사입으라고 어머니께 받은 돈과 둘째 딸의 코 묻은 돈을 모아 송광사에 컴퓨터를 보시할 수 있었다는 정성어린 이야기는 각박하고 인정이 매말라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보시의 의미를 다시 하번 되뇌여 보게 하였으리라.
귀여움을 한 몸에 받는 아들 유진이는 공부 잘하는 착한 불자로 장래 희망이 스님이란다.
얼마 있으면 큰딸 경아 씨가 유학길에 오른다. 모녀가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소망을 이루기 위한 도약의 길을 떠나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현대식 불교 유치원을 설립하여 미흡한 불교계의 유아교육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저는 아직 불교에 대해서도 유아교육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더군다나 두 분야의 접목이라는 것은 더더욱 어렵구요. 이제부터 시작해야죠. 비록 제가 전공했던 분야는 아니지만 늦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각자의 삶속에서 종교라는 또다른 한 부분을 위해 성실히 살아가는 진여성 보살님의 가정. 남부러울 것 없이 부처님 안에서 소박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 부처님의 가피는 계속되리라.
더불어 경아 씨의 앞길에도 부처님의 보살핌이 항상 함께 하길 바라며 기자는 고추잠자리와 코스모스가 한창인 가을길을 재촉하여 걸었다.
추석 차례상에 올려지는 과일과 송편만치 푸짐하고 소담스런 이 얘깃거리를 한시라도 빨리 모두와 나누고 싶은 조바심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