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토순례기] 부탄 6 최고의 잠비라캉

불국토 순례기/청정불심의 나라 부탄 6

2007-11-01     관리자

통사를 떠나 붐탕(Bumthang)으로 가는 길은 초반부터 험난했다. 마침 필자처럼 홀로 여행하는 카나다인을 만나 렌트한 차에 동행시켰다. 심심하던 차에 여러 나라의 여행담을 하며 전진했다. 거리가 멀어서 지루했지만 마을과 사람들이 나타날 때마다 촬영했다. 통사에서 붐탕의 자타르까지 가려면 가장 고비가 되는 곳이 유토라(Yuto La)라는 높은 재였다(3,404m) 이곳은 휴게소가 없고 초루덴과 다루쵸만 펄럭였다

늦가을에서 초겨울에 접어드는 이곳에선 산간 마을과 논 그리고 밭마다 농부들이 추수를 하거나 타작을 하고 있었고, 도로변에는 온 가족이 동원되어 도로보수 공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내리막길의 벌목된 작은 공간에서 방목생활을 하는 한 가족을 만났다. 여러 마리의 소와 히말라야의 들소인 야크가 풀을 뜯고 있는 곁에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 자녀 열다섯 명 정도가 있었는데 이 모두가 한 식구인 대가족이었다.
할머니는 양지바른 곳에서 옷감을 짜고 며느리는 소의 젖을 짜고 있다. 내가 다가가자 그들은 그들이 만든 겨울 양식인 치즈와 건포 · 술 등을 보여준다.

한 옆에는 텐트가 쳐있어 그곳에서 잠을 잔다. 이곳의 풀을 모두 뜯어 먹으면 이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생활은 비참하게 보였지만 이들은 자연과 더불어 욕심없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반나절이 걸려서 당도한 곳은 작은 마을인 춤계곡의 마을이다. (Chume Valley) 길가 마당에 네 명의 여인이 앉아서 베틀과 같은 나무틀로 직조작업을 한다. 양털이나 야크의 털로 스웨터, 목도리, 깔판 등을 짠다. 디자인이나 색이 원색적이고 현란한 부탄 고유의 색감이다.

필자가 묵은 호텔은 붐탕계곡의 넓은 평지에 있었다. 역시 손님은 혼자뿐이다. 여장을 풀고 자카르종을 촬영했다. 언덕위의 높은 곳에 자리잡은 이 죵은 한 때 영화를 누리던 중간 규모의 죵이였으나 현재는 텅 비어있어 공허함을 느끼게 했다. 승려들은 모두 통사죵으로 옮겨가고 현재는 승원의 본부로만 사용하고 있었다.

이 계곡의 가장 수준 높은 유적은 쿠루지라캉(Kurjey Lhakang)으로 독특하고 아름답게 장식한 담장 속에 예쁜 건물 세 개가 우뚝 서있다. 이 사원은 왕의 모친이 새로이 단장케하여 외벽이 모두 대리석으로 되어있고 다른 죵이나 라캉보다 새로운 시각의 멋진 건축물이다. 마침 마당에는 깃발에 목판으로 불경을 인쇄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방법은 아주 원시적이었지만 정성들여 두 명의 스님이 보조를 맞추며 일을 하고 있었다.

한쪽 옆의 양지바른 곳에서는 신도가 무엇인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목각으로 갖가지 용이나 짐승의 얼굴을 조각하는 것이다. 부탄은 나무가 많아서 옛부터 목각술이 발달했다고 한다. 공장이라고는 본 일이 없는 부탄. 그중에서도 이 외딴 산골 마을에 치즈공장이 있다고 하여 촬영에 나섰다. 간판에는 ‘Swiss Farm(Bad Bala Thang)’이라 써있다. 스위스 기술진이 만드는 치즈인 것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치즈는 구수한 냄새가 나는 상급의 치즈였다.
이 계곡에 있는 동안 이들의 생활상을 촬영하기 위해 여러 집을 방문했다. 이들의 겨우살이는 난방시설인 화덕에 장작을 지펴서 난방을 함으로, 사원이나 가정집 모두가 내부는 검은 그을음으로 더럽혀져 있고 몹시 추워서 잠자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다. 때문에 바닥은 모두 마루로 되어있다. 이것을 보면 한국의 온돌은 얼마나 합리적인가를 생각게 되며 한옥은 단층이고, 이들은 2~3층 건축양식임도 이해가 된다.

가정에 들어가면 여인네들은 발부터 치마속에 감춘다. 눈뜨고 볼 수 없을 두꺼비 발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없어 발이 시커멓게 되었다.

아무리 피구가 고운 사람도 자외선이 강한 이곳에서 2~3일만 태양에 노출시키면 황인종이라도 흑인에 가깝게 된다.

붐탕의 자타르에서 몽가르(Mongar)로 향한 동쪽 길에는 거의 왕래하는 차가 없는 한적한 곳이다. 한적한 국도를 구비구비 돌아 산으로 계속 오르는 동안 부지런한 이곳 농민들이 도로보수 작업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700m나 되는 우라재를 넘으니 계곡 밑으로 우라마을이 보인다. 역사가 아주 오래된 마을이다. 이 마을 꼭대기에 작은 사원이 있다. 우라사원(Ura Monastery)인 것이다. 사원 주변의 경사면에는 한가로이 양떼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사원에는 스님은 없고 관리하는 아낙이 나와서 문을 열어준다. 사원은 작았지만 벽마다 탱화와 만다라가 그려져 있고 섬세하면서도 그 색은 현란하여 황홀케 했다. 불상에는 비단옷이 입혀져 있고 불상 역시 한국의 경우보다 화려하며 복잡하게 조각되어 있다.

우라마을 사람들은 모두 협조적이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순박한 사람들이었다.
이 우라마을은 부탄의 여행 맨 동쪽의 종지부이다. 물론 보다 동쪽 끝으로 가면 몽가르 마을이 있지만 그곳까지는 이틀을 더 가야만 한다.

2주가 넘는 부탄의 여행에서 얻은 느낌은 지구상에 이렇게 때묻지 않는 순박한 민족이 있었나 하는 점이다. 부탄은 어느 나라보다도 불교의 원류가 변형되지 않고 고유하게 간직된 불교천국이고 모든 부탄국민은 어느 민족보다도 신앙심이 강한 불교도라는 점이다.

이 나라의 왕권은 절대군주로 군림하고 있으나 국사를 다스림에 있어서는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승려와 의원들이 참석하여 결정하는 의회정치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나라의 국민들은 모두 왕권을 절대 신봉하는 착한 국민이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