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와 재산공개

푸른꿈 밝은길

2007-11-01     관리자

Ⅰ. 금융실명제
지난 8월 2일 김영삼 대통령의 긴급명령에 의해 금융실명제가 전격적으로 실시되었다.
금융실명제의 필요성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기되었고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국민 앞에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했었지만 30년 간 지속된 개발독재와 자본, 관료집단의 결탁에 의한 완강한 저항에 부딪쳐 번번이 좌절되었다.
김영삼 문민정부가 갖는 정통성과 국민의 높은 지지율에 자신을 갖고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정면돌파한 대통령의 결단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지난 2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작된 사정정국이 다분히 감성적이고 정치적인 것이었다면 금융실명제 실시로 우리 사회는 본격적인 제도개혁의 길로 들어선 셈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정경유착으로 인한 부정부패와 가진 자보다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불공평한 조세제도를 바로 고치고 깨끗하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금융실명제를 조기 정착시키는데 국민들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실명제 실시에 따른 부작용
금융실명제 실시에 따른 부작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가명 돈이 금융시장을 이탈하여 기업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여 경기침체를 심화시키고 부동산 투기를 일으키거나 해외로 도피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채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경우 자금난이 가중되고 도산할 우려가 높다.
또 하나는 국민들의 사생활과 경제활동의 모든 정보가 노출됨으로써 국가권력의 감시하에 놓이게 되고 조세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위험성이 있다.
금융실명제에 따른 이러한 부작용은 지금까지의 경제정책이 고도성장을 목표로 한 중앙관리경제체제를 기초로 하여 운용되었고 저금리의 관치금융으로 지나치게 재벌중심의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은행예금의 실질금리는 인플레를 감안할 때 전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인위적인 저금리 하에서 대기업들은 건전한 기업육성과 주식공모를 통한 자금조달보다 손쉽고 값싼 은행돈을 빌려왔다.
결국 가계와 기업의 여유자금은 자산증식의 기회를 부동산에서 찾게 되어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가 만연하게 되었고, 불로소득이 과소비 풍조를 불러 근로자들은 근로 의욕을 잃고 생산성이 떨어진 한국경제는 국제경쟁력을 상실하여 아시아의 용에서 지렁이로 추락하게 된 것이다.

실명제 정착을 위한 대안
실명제의 부작용을 줄이고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공정한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시장질서가 확립되어야 한다.
첫째, 전면적인 세제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행 세제는 낮은 조세포착율을 전제로 정부에 필요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세율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고 있다. 실명제 실시로 사업소득자, 법인, 금리생활자들의 조세포착율이 높아졌으므로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등의 세율을 대폭 인하하는 대신 조세감면법을 폐지하고 종합과세하여야 한다.
또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종합토지세를 과표현실화하고 양도소득세의 비과세 감면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둘째, 관치금융을 청산하고 금융자율화와 한국은행을 독립시켜야 한다. 금융자율화를 통해 은행금리와 실질금리의 차이를 없애 시중자금을 제도금융권으로 흡수하여 중소기업이 은행돈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자유시장 경제원칙에 맞지 않는 제반 법령을 정비하여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고, 선거법․정치자금법․정보공개법․행정절차법 등을 민주사회에 걸맞게 개폐하는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국 현대사회는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과 이후로 양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실명제가 갖는 역사적 의미는 지대한 것이고 경제정치민주화뿐만 아니라 바른 사회로 가는 시금석인 만큼 조기정착을 위해서 모든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한다.

Ⅱ. 불교재산공개
지난 7월 14일 조계종 서의현 총무원장은 종단사찰의 재산공개와 사찰의 공개운영을 골자로 한 불교재산공개를 선언했다.
이어서 7월 28일 열린 조계종 109회 임시 중앙회에 총무원 법제위원회가 제출한 종헌 73조 개정안은 재산등록․재산처분 결과보고․수입지출예산 결산보고․ 재임 중 해임 이상의 징계처분과 직권면직에 해당하는 위반사항이 있을 때는 임명권자가 면직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주지면직 조항을 종헌에 삽입함으로써 총무원장의 인사권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실천승가회가 중심이 되어 승려 1,500여 명의 서명을 받은 종단개혁안은 일정 승랍 이상의 승려에게 종회 의원 선출권을 부여하는 참종권 확대와 종회 의원의 겸직반대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다.
조계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시대에 맞지 않는 종헌․종법과 주지와 총무원에 집중된 비대한 권한으로 사부대중이 종단과 사찰운영에 참여가 배제된 비민주적인 운영에 있는데,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의 핵심을 크게 벗어나 있다.
1,600년 전의 전통과 민족문화의 뿌리인 불교가 주체성을 확보하고 사회와 역사를 향도하는 진정한 민족 종교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겉치레가 아닌 뼈아픈 자기반성과 본질적인 개혁과 개명을 단행하는 정직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종교 지도자들은 물질 위주의 성장추구와 기득권 확보에만 치중하는 지금의 종교 행태가 국민들에게 기쁨보다는 슬픔을 주고 민주사회 건설과 국민복지를 지향하는 역사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