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웃 덕분에 내가 있고

2007-11-01     관리자

< 데 뷰 작 품>
나의 첫 작품이 책에 실리던 해가 1959년 4월이었다. 빡빡 머리에 교복을 입고 만화를 그려가지고 무턱대고 ‘아리랑’ 잡지사를 찾아갔다. 당시 편집장이었던 N씨가 나의 보잘 것 없는 만화 심술통의 원조 심술첨지 보고서는 싹수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놓고 가른 것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나의 첫 작품이 ‘아리랑’ 지에 게재된 것을 보자 흡사 만화가가 된 듯 붕 떴다. 그로부터 제 7의 미술인 <만화>라는 장르의 그림세계에 발을 내딛게되어 올해로 34년째 만화를 그리고 있다. 나를 만화가로 데뷔시켜주었던 N씨는 당시 몇 군데 되지 않는 잡지사를 소개시켜주어 만화가로 가는 길을 터 주었던 것이고, 오늘날 불교만화 ‘달공거사’탄생과 부처님까지 만나게 원인제공을 해준 잊지 못할 이웃이었다

<선 업 (善業) >.
십 수년 전 낚시를 좋아하는 만화가 10명이 모여 심수회(心水會)를 만들었다. 자유 직업이다 보니 밤새그린 만화원고의 먹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동료들과 강, 바다, 저수지로 달려가 어종과 크고 작고에 관계없이 욕심 껏 낚아 올렸다. 낚시 바늘이 물고기 입에 꿰는 순간 낚시대 끝을 통해 오는 찰나의 쾌감을 위해 밤을 새워가며 무수한 물고기들을 공포에 질리게 하고 죽였다. 그것도 아무 거리낌없이...
이런 잔혹 행위는 불교만화를 그리게되면서 끝이 나는데 부처님말씀을 읽고 난 후 너무나 큰 죄임을 깨닫고는 낚시를 딱 끊었다. 그로부터 낚시터에 가게되면 내가 하는 일이란 동료들이 잡아 논 물고기들을 거두어 방생하는 일이었다. 낚시광 이었던 나의 이러한 행동에 동료들이 동참해주어 이제는 거의 낚시를 그만두고 다른 취미로 바꿨다. 불교로 인해 수 만 마리 어류의 생명을 건지게 해준 이면에는 ‘불광’지에 만화를 그리게 해준 좋은 친구인 고교동창 덕분이었다.

< 우 리 산>
1970년대 6월초 말로만 듣던 설악산을 등산한다고 가벼운 배낭 달랑지고 아내와 함께 시외버스로 설악산 입구인 용대리에 내려 백담사까지 걸어가면서 계곡의 절경과 비경을 만끽하며 백담사에 도착했다.
부처님께 절을 올렸다 이때 만해도 불교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내가 부처님께 절을 올린 건 이번 산행을 사고 없이 해달라는 소망이었다. 그때의 내설악은 등산객을 전혀 볼 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이때 우연히 등산을 하던 L이라는 젊은이를 만나 그의 안내로 설악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수렴동 대피소를 거쳐 오세암에 이르면서 점점 험해지는 설악산에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런 험한 산을 아무 예비지식도 장비도 없이 넘으려고 하다니.... 앞장서서 안내하는 L군이 바로 부처님이었음을 후에 일게 됐다. 자기보다 더 큰 배낭을 짊어진 L군은 험한 산을 오르면서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며 올라가고 있었다. 고전 끝에 마등령을 넘어 안전하게 하산하였다. 그날 L군과 같이 1박하면서 산 속에서의 <쓰레기>이야기를 했더니, ‘제가 좋아하는 산이라 치우는’것이라는 L군의 말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후 나도 낚시터에 가면 뜰 채로 쓰레기들을 치웠고 산행 때도 쓰레기를 줍게됐다. 바로 이런 L군과 같은 좋은 이웃이 있기에 자연은 건강해지리라 믿는다.

<허공처럼 넉넉하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집과 화실의 거리가 2.5km떨어져있는데 이곳을 차를 가지고 출퇴근하던 어느 날 허리가 삐꺽하는 바람에 3일간 침을 맞았다. 한의사의 말로는 ‘운동부족’으로 온 것이라는 것이다.
그로부터 걸어서 출퇴근하게 됐는데 집에서 화실까지 가려면 올림픽공원 울타리 옆을 걷게 되는데 이 길에선 거의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걷는 길로서는 최상인 이 길에 4계절의 향기를 마음껏 맡으며 걸어다녔는데, 지난번 공직자 재산 공개로 사회가 시끌거리 던 날도 이 길을 걸어가다가 새의 집을 보게 됐는데 새끼를 부화했는지 어미 새가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주는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새의 집엔 으리으리한 치장도 부정한 재물도 없는 아주 단순하고 복잡하지 않는 집에서 살아가는 새의 생활.
여행을 하다보면 산사의 요사채에서 잘 때가 있는데 그 방에 들어가 보면 같은 크기의 방이라도 이런 방엔 세간이 없다보니 넉넉해 보이고 이런 곳에선 마음도 넉넉해지게 된다. 마음도 이렇게 비우면 모든 게 넉넉해 보이게 된다. 바로 이웃에서 살고 있는 하등동물인 새가 보여준 넉넉하고 순리대로 사는 생활방식, 어느 스님 글처럼 ‘허공처럼 넉넉하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좋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