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사

호국의 의지가 숨쉬는.

2007-10-31     관리자

   1. 갑사의 역사정신

 계룡산 연천봉에서 서편으로 흘러내린 계곡, 천년의 신비, 태고의 침묵을 소리 높이 말해 주는 첨류를 타고 한참 내려 가면 바로 갑사에 이른다. 감사는 계롱산 동편의 동학사와 남쪽의 신원사와 함께 계룡삼사의 하나다. 공주에서 19km가 된다.

 지금은 도시의 혼잡과 현대생활의 피로를 씻으로 사방에서 모여들어 산 입구인 이곳 갑사는 동학사와 함께 때로는 큰 혼잡을 이루기도 하지만 그야 어쨌든 이 산, 이 계곡, 이 절에는 묵묵한 바위처럼 우뚝하여 침묵의 목소리로 우리에게 무겁게 이르는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갑사가 금산군에 있는 보석사와 함께 임란을 이겨낸 승군들의 중심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승군 대장인 기허대사가 바로 지금도 이 자리에 머무신다는 사실에서다.

 불교라 하면 대개 연상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모든 현상은 엇없는 것이라는 말, 그리고 온갖 것은 필경 죽음이며, 괴로움이라는 말. 그래서 세간 회피적 둔세적 성격이 강한 종교, 그래서 한 몸의 안녕을 위해서 세간을 버리고 산으로 가는 불교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도 불교에는 호법, 호국이라는 말이 곧잘 등장하고 호국의 역사가 줄기차게 이어 오기도 한다.

 사실 허무와 무상을 아는 삶은 참으로 거짓된 자기로 부터의 집착을 떠난 것이었다. 그러므로 모두와 함께 하는 큰 생명을 살고 이웃을 위하여 울고 웃고 몸을 바치기도 하는 것이었다.

 갑사는 이렇게 허망한 세간을 떠난 사람들이 진실을 세간에 실현하고자 몸을 버리고 겨레와 국토를 지켜 온 큰 목소리가 이어 내려 오고 있는 것이다. 갑사를 찾는 우리들은 먼저 이 절에 전해 내려오는 무거운 역사정신 앞에 숙연해지지 않을수 없다. 갑사를 찾는 사람이면 반드시 산내에 있는 표충원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2. 유구 1,500년의 역사

 갑사의 창건 연대에 대하여는 분명한 것이 없다. 백제 구이신왕 원년(420년)에 아도화상 창건이라 하는데 아도화상이 고구려에 온 것은 그때부터 46년 전인 서기 374년이다. 그러므로 그 말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또 산내에 있는 갑사 사비에는 신라 진흥왕이 창건 하였다 하였는데 그비는 조선 효종10년(1659년)에 세운것이다.

 천불전은 백제 25대 무영왕 3년(503년)에 중창 하였고, 제 27대 위덕왕 3년(556년)에는 혜명조사가 가람을 대대적으로 확충하여 천여칸이 되었고, 화엄종 10대찰이 되었다고 하니 갑사의 역사는 대체로 서기 500년 전으로 올라 간다. 1,400년이 넘는 장구한 역사를 갑사는 지니고 있다. 사명이 원래 갑사였는데 신라 제30대 문무왕 19년(679년)에 의상대사가 중수하여 화엄도량을 개설하고 오늘이 갑사로 개칭 하였다 한다.

 오늘의 가람은 모두가 임진왜란이후의 것이다. 왜병의 불길은 천년의 역사의 많은 것을 불 살라 버렸다. 오늘날의 대웅전과 진해당은 고려 문종 18년(1064년)에 중건되고, 그후 여러 차례 중수를 거친 것이다. 갑사를 찾는 우리들은 이 도량 구석 구석 땅 속 깊이 까지 역사의 숨결이 숨쉬고 있는것을 느끼는 것이다.

 오늘이 가람은 <계룡갑사>의 편액이 붙은 강당과 대웅전, 대적전, 응향각, 팔상전, 진해당, 전묵당, 삼성각, 표충원 등 10여동에 이른다. 그리고 귀한 성보문화재가 아직도 많다.

   3. 빛나는 역사를 담은 보물

 1. 철당간과 지주 - 갑사에서 반드시 보게 되는 것이 보쿨 256호인 당간 지주다. 철당간 15m지주가 3m다. 신라 문무왕 19년(679년)에 된 것이다. 당간은 직경 50cm의 철통 24개를 연결하고 있는데 원래 28개였다고 한다.

 2. 부도 - 보물 257호다. 대적전앞에 있는데 높이는 2.05m 고려때의 조성이다. 좌대에는 화려한 운룡문을 중대에는 12지신상을 양갹했고, 천인의 주악상 등이 세련되고 화려하다.

 3. 동종 - 종각에 보전 되어 있는 보물 78호다. 이 종은 조선 선조 17년 (1584년)에 조성된 것인데 1592년의 임진왜란을 이겨낸 셈이다. 종신에 석장을 짚은 보살상에 종대에는 범자가 총총하다. 높이 127cm 종구는 91.5cm다.

 4. 월인석보목판 - 월인석보 24권중 21권에 해당하는 목판 46장이다. 원래는 57장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귀한 문화재이다 (보물 582호). 목판에 기록된 개판기에 의하면 조선 14대 선조2년 시주백개만의 집에서만 들어 논산에 있는 쌍계사에 보존 했던 것이다.

 5. 공우탑 - 갑사 앞에 있는 석탑인데 갑사 중건시에 공이 큰소를 위한 탑이란다. 임진란때 소실된 사찰을 중건 하는라 크게 힘이 들었는데 어느 날 주장인 인호스님 꿈에 소 한마리가 걸어와서 <내가 지어 드릴테니 걱정 마시오>했다고 한다. 날이 밝아 밖에 나가보니 꿈에 본 소가 있었다. 이소가 불사에 필요한 자재를 끌고 왔는데 불사가 끝나자 소는 지쳐서 죽었다고 한다. 스님들이 소의 공덕을 기리는 탑을 세웠다는데 불사의 불가사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6. 갑사에는 이밖에도 약사여래입상, 3층석탑, 41구5촌의 大掛佛, 천진 보탑, 부도 등 성보가 있다.

   4. 유구를 흐르는 목소리

 갑사 표충원에는 서산대사, 기허대사, 사명대사의 영을 봉안하고 있다. 온갖 거짓을 버리고 진실을 찾아 불문에 뛰어들어 필경 진실한 도의 문을 열고 한 생애를 불멸의 광명으로 살아간 거룩한 스님들, 비단 여기 모신 3화상 뿐만 아니라 갑사 역사 1400년에, 거룩한 스님의 법맥은 끊임없이 이어 왓을것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에게 서산 사명 기허의 3화상이 진실하게 사는 길에 대하여 우렁찬 목소리로 말씀해 주고 있다. 인간과 죽음과 참된 삶의 의미를, 그리고 중생과 국토가 삶과 수행에 주는 의미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