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뿌리소서

깨침의 두레박

2007-10-30     관리자


다니야는 원래 떠돌이 목동이었다. 그는 소에게 먹일 좋은 꼴이 자라 있는 곳이면 어디든 돌아다녔다. 소는 다니야에게 귀중한 재산이었다.

다니야가 부처님을 만났을 때는 장마가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리고 장소는 갈대가 서걱이는 마히 강변이었다. 다니야가 말했다.
“저는 이미 밥도 지었고 우유도 짜 놓았습니다. 마히 강변에서 처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내 움막은 이엉이 덮이고 방에는 불이 켜졌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부처님은 다니야의 말을 귀 기울여 다 들어주었다. 그러나 움막에 이엉을 잘 덮었다고 자랑하는 다니야에게는 보다 큰 지혜가 없는 것 같았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을까. 아무리 억센 이엉이라도 어느 땐가는 썩게 되므로 비를 막지는 못할 것이었다.

잠시 후, 부처님이 말했다.
“나는 성내지 않고 마음의 끈질긴 미혹도 벗어버렸다. 마히 강변에서 하룻밤을 쉬리라. 내 움막은 드러나고 탐욕의 불은 꺼져버렸다. 그러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부지런하고 총명한 다니야는 금세 부처님의 말씀을 이해했다. 애착의 이엉을 걷어 버렸으니 마음의 움막에 번뇌의 비가 내릴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의미였다.

부처님과 다니야는 계속 몇마디를 더 노래하듯 주고 받았다.
역시 부처님의 말씀은 무엇을 구하려고 탐욕의 불을 켜면 근심 걱정이 따르게 되고, 탐욕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지고 비구름이 몰려와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강으로 뻗은 개울에는 금새 물이 넘쳤다. 번개와 우렛소리에 놀란 다니야가 말했다. “저희는 거룩한 스승을 만나 얻은 바가 참으로 큽니다. 눈이 있는 이여, 저희는 당신께 귀의하오니 스승이 되어 주소서. 위대한 성자시여.”
어느새 다니야는 부처님께 최대의 존칭을 써가며 애원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부처님은 이런저런 얘기 끝에 결론 삼아 조용히 법문은 읊으셨다.
“소를 가진 이는 소 때문에 걱정한다. 사람이 집착하는 것은 마침내 근심이 된다. 집착할 것이 없는 사람은 근심할 것도 없다.”

몇 년후, 출가한 다니야가 강변에 두고 온 아내와 자식을 못잊어 하자 부처님께서 이렇게 타일렀다.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생사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길도 가르쳐 주었다.
“연못에 핀 연꽃을 물속에 들어가 꺾듯이 애욕을 말끔히 끊어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이후부터 다니야는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애욕을 끊어버릴 수 있었고, 번뇌의 비가 뿌려도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고, 어리석은 무리로부터 시비를 떠나 무소의 뿔처럼 홀로 정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숫타니파타」에서

정찬주: 소설가로서 동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소설집 󰡔새들은 허공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산문집 󰡔마음의 바리때󰡕 󰡔불안한 마음을 가져 오너라󰡕 등을 발표하였으며, 최근에 성인동화집 󰡔너의 마음 나의 마음 우리들의 마음󰡕을 냈다.

윤장열: 서양화가로서 ‘81년 중앙미술대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으며 여섯 차례 개인전을 가진 바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