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휴가법, 나의 낚시법

빛의 샘/나의 여름휴가

2007-10-30     관리자

오늘날 우리 한국 직장인들의 생활에서 잊혀져 가는 게 무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선뜻 ‘사색`과 ’여행`이란 대답이 나올 듯싶다. 잊혀져 가는 게 거창하게 들린다면 ‘퇴색해 가는 낱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항상 쫓기듯 생활하는 바쁜 일과에 어느샌가 진정으로 ‘쉰다!`는 휴가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이 사색과 여행이라는 삶의 여유와 풍요도 잊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곧 한국인 40대 사망률 세계 최고로 이어져 우리나라 30~40대 직장인 들의 사망 ,죽음이란 빨간 경고등을 마주하고 사는 처지에 직면해 있다.
더군다나 오늘날 필자와 같은 한국의 언론인들의 뇌리 속에서는 휴가는 고사하고 일요일은 쉰다는 개념마저 깡그리 사라진 지 오래다.
때문에 사색이니 여행이니 따위의 낱말 자체가 호사스런 것으로 취급되어 온지 어언 3~4년이나 지났다.
언론 특히 신문의 무한경쟁시대, 즉 3백65일 발행체제 중 지향하는 월요일자 발간.32면으로의 증면. 조석간 발행. 전국동시인쇄시대 등등으로 우리 신문기자들은 공휴일.일요일마저 반납한 채 지면의 노예가 되어 ‘광활한(?)지면 메우기`에 급급해야 하는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최근 각 신문들이 무한경쟁을 지양하고 휴일을 지켜 충전의 기회를 갖자는 바람직한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잃어버린 일요일 그것도 일부(한달에 두 번)를 되돌려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따라 나도 올 여름휴가를 가슴 설레이며 기다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결혼 10주년이 되는 만큼 집사람과 함께하는 달콤한 휴가계획을 갖고 있다.
집사람과 휴가계획을 짜면서 집사람이 딱 한가지의 조건만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 그게 무엇이냐고 물으니“제발 올해 휴가 때는 낚시질만 빼면 어디로 가든 상관하지 않을테니 낚시만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나의 대답은 간단히‘노!`였다. 낚시를 빼는 휴가는 휴가일 수 없노라는 게 나의 고집이었다. 뾰로퉁해지는 마누라를 붙들고 “당신이 좋아하는 바닷가를 갈테니 낚시하지 말라는 조건은 붙이지 말아라. 낚시하면서 우리의 10년 생활도 되돌아 보고 앞날도 설계하면 얼마나 좋으냐”는 식으로 얼르고 부탁하고 압력을 넣어 간신히 양해를 구해냈다.
낚시를 빼놓고 쉰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을 만큼 나는 휴일엔 으레 낚시를 해왔다.
나의 낚시는 굳이 고기를 많이 잡겠다는 게 아니다. 그저 첫째,물이 맑아야 되고 둘째,사람이 적어야 되며 셋째,주변 경관이 좋은 곳만을 찾아 다녔다. 때문에 10번 낚시가면 8번 정도는 빈 바구니였고, 잡은 고기도 모두 다시 방생해왔다. 말 그대로 낚시라는 행위만을 즐기고 있다
나의 낚시는 낚시할 저수지를 찾아 가는 길이 곧‘여행`이 되고, 낚시를 담그고 있는 때가 바로’사색`의 공간으로 삼아 즐기고 있다. 이렇듯 사색과 여행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낚시야말로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휴가는 물론 쉬는 때의 빠짐없는 고정메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올 여름휴가 역시 1주일 가운데 3~4일은 낚시를 즐길 계획이다. 맑고 조용한 저수지 한 모통이에 자리잡고 소나무아래 자리를 깔아 누워 물을 보고 하늘을 보며 내 자신을 들여다 보는 공간을 제공받을 수 있는 낚시야말로 가장 보람되고 흐뭇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아직도 굳게 믿고 있다.
잊혀져 가는 낱말이 되고 있는 ‘여행`과 ’사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낚시야말로 바로 나의 유일한,그러면서도 최선의 최고의 휴가법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고기를 잡고 못잡고는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는 평안한 낚시를 통해 여행과 사색의 공간을 낚아보시길 많은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신정섭: 83년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 경제신문사 문화체육부 담당기자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