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증(痴呆症)

건강교실

2007-10-29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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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71세를 돌파하게 되었다. 그럼으로써 인구의 고령화(高齡化)가 진행되어 65세 이상의 노인이 가정이나 사회에서 차지하는 수효가 늘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분명 경사스러운 일임에 틀림없으나 이와 아울러 노인의 복지 문제라든가 건강문제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장수하는 것이 곧 행복’이 될려면 건강하면서 오래 살아야지, 만성 성인병에 걸려서 운신을 못하면서 오래 사는 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사회에도 커다란 부담이 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인생의 최대 행복을 무병장수하다가 잠들 듯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것을 「고종명(考終命)」또는 「선종(善終)」이라고 하였다.
희망에 찬 신년 벽두에 왜 이런 심각한 화제를 끄집어 내는가 하면, 해가 바뀌면 나이든 사람은 늙는 것을 자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새해에는 새로운 각오와 생활태도도 한해를 시작하겠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이 긴 선진국들의 공통적인 골칫거리의 하나가 노인들의 치매증환자가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치매증이란 속되게 표현하면 노망증 또는 망녕증인데 그런 노인들이 많아지면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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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나이를 먹으며 기억력이 나빠지고 건망증이 생긴다. 갑자기 친구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든가,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려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도 며칠씩 잊어버리는 수가 흔히 있다. 그와 같은 건망증이 심해져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되면 심상치 않게 된다. 이와 같은 건망증 정도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노인성치매증의 시작인 것이다.
치매(痴呆)란 정상적이던 기억력, 판단력 등의 두뇌기능이 파괴되어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된 상태를 말한다. 건망증이 심해지면, 누가 왔던 것 까지는 기억이 되는데 그 사람이 무엇 때문에 왔었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 건망증을 「부분건망(部分健忘)」이라고 한다.
그런 상태가 심해지면, 식사를 끝냈는데도 식사한 것을 잊어버리고 아직도 밥을 먹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정도가 되는데 이 상태를「전건망(全健忘)」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건망증이 점점 심해지면 자기가 잘 간수하느라고 넣어둔 것을 그 장소가 어딘지 잊어버려서 찾지못하게 되는데 이때 딴 사람이 훔쳤다는 피해망상이 생긴다. 또 밥을 먹었는데도 밥을 주지않고 빵만 먹이더라고 엉뚱하게 꾸며대서 거짓말을 태연하게 하는 치매증이 생긴다. 실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 말이 사실인 줄 믿기 때문에 노인은 정상적인데 아들, 며느리가 학대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수도 있다. 그렇게되면 문제가 심각하게 된다.
더욱 심해지면 정신병 증상까지 겹치게 되어 자기 스스로는 아무 생각이나 행동도 못하게 되어 폐인이 된다. 그렇게 되어 가정이 파괴되면 그야말로 진퇴양난이 된다.
옛날에는 뇌가 그 정도로 쇠퇴되기 전에 모두 딴 병으로 세상를 떠났는데, 요새는 치료법과 생활의 발달로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에 그와 같은 비참한 치매증이 많아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면서도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이 생명만 붙어 있는, 그렇다고 오늘을 사는 것도 인간 이하의 본능적인 생활을 하는 치매증환자가 늘어가고 있는 것은 현대 문명의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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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신경세포가 파괴되고 점점 축소되어 지능이 파괴되면 드디어는 폐인이 되는 병에 「알츠하이머」씨 병이라는 것이 있는데, 어째서 뇌가 그렇게 파괴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노인성치매증은 뇌경색(腦梗塞) 때문에 생긴다는 것이 분명하다. 뇌경색이란 뇌동맥경화증이 생기고 뇌동맥에 혈액이 엉긴 것이 막힌 상태를 말한다. 그렇게 되면 뇌세포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액순환이 되지 못하여 뇌신경이 죽어버린다. 뇌신경은 세포가 재생능력이 없기 때문에 한 번 망가지면 되살릴 수는 없다. 다만, 경색증이 더욱 진행되지 않게 방지할 수는 있다.
뇌동맥경화증이 되지 않을려면, 당뇨병 고혈압 통풍(痛風) 심장병 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상생활에 있어서 균형잡힌 식사를 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도 필료하다. 뇌경색의 예방이 노인성치매의 예방이 된다. 혈액의 유동성을 좋게하여 엉키지 않게 하고, 일단 생겼던 혈전을 제게해 주는 「뇌순환개선제(腦循環改善制)」라는 약들도 개발되고 있다.
근래 등 푸른 생선인 정어리 꽁치 고등어 참치 등에 들어 있는 기름이 뇌동맥경색을 방지한다고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 EPA, DHA 등의 불포화 지방산이 그런 기름에 들어 있는데, 그것들이 혈액의 유동성을 좋게하여 혈전을 방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음식을 짜지 않게, 식염섭취량을 적게 하는 것도 뇌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뇌동맥의 기능을 아무리 늙어도 건전하게 유지하려면 근본적인 방법이 있다. 팔과 다리의 근육이 빠져서 힘이 약하면 팔 다리의 운동을 해야겠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 아닌가.
뇌의 기능을 약화되지 않게 하려면 뇌의 운동을 해야 할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체운동만 알고 머리와 마음의 운동을 무시하는 데에 중대한 맹점이 있다. 두뇌운동이란 두뇌활동을 하는 것이며 만사에 호기심을 갖고 세상 떠나는 날까지 생각하고 배우는 생활을 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 뇌의 혈액순환이 활발하게 되며, 뇌의 혈액순환이 잘되면 뇌세포의 퇴행성변화가 일어자니 않는다. 고래로 두뇌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장수를 하며 늙어도 두뇌가 명확한 사람은 육체의 딴 부분은 나약하더라도 무병장수한다. 매일 규칙적으로 불경을 독송하고 정성들여서 사경(寫經)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뇌운동이 된다.
또 한가지 뇌의 혈액순환을 좋게하는 방법이 있는데, 손가락을 움직이면 뇌도 활동을 한다. 수지(手指)를 몸 밖에 나와 있는 뇌라고 할 수 있다. 염주를 손가락 끝으로 세고 있으면 잠이 달아나는것도 그 때문이다.
손을 놀려 일을 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작업을 하는 등의 모든 행동이 뇌의 노화를 방지한다.
아무리 늙은 노인일지라도 손재주가 그대로 남아있는 사람은 정정하며 뇌졸증이나 치매증이 되지 않는다. 늙으면 보통은 손이 서투르게 되는데, 늙을수록 손재주가 늘어가는 사람에게는 치매증이 생기지 않는다.

홍문화: 약학박사이고, 서울대 약학대학장, 국립보건원장, 대한약학회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주요 저서에 「건강하게 사는 지혜」「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나」「약이냐 독이냐」「신동의보감」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