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밝히는 등불]보문회 회장·승보공경회 박명혜

사랑하지 않고 되는 일은 하나도 없어요

2007-10-29     사기순

어머니, 누구나 어머니를 생각하면 한없이 따뜻하고 부드럽고 포근하다. 어머니의 그 끝없는 사랑은 그 자체로 우리 삶의 자양분이요, 활력소이다. 그래 우리는 가장 힘들고 절망적일 때 어머니를 부른다. 가장 기쁜 일을 맞아 환희심에 충만할 때도 어머니를 부른다. 실로 우리에게 있어 ‘어머니’라는 말처럼 감동적인 언어가 또 있을까.

관세음보살, 우리 불자들의 가슴속에 관세음보살이 그토록 깊게 뿌리내린 것은, 가장 절박할 때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것은 바로 어머니같은 넉넉한 사랑 때문이리라. 그 넓깊은 자비원력 때문이리라. 어머니 관세음보살을 생각할 때 우리는 끝없는 행복감에 젖는다. 어머니 관세음보살이 있는 그 곳이 바로 극락정토 아닌가.

박명혜[大道心] 보살. 그이는 이 땅의 전형적인 어머니 관세음보살이었다. 자비의 향기로 그윽한 그이의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선수 기자촌 아파트 114동 804호 법당은 현관의 신발장에서부터 베란다의 난분(蘭盆)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었다. 그 정갈함에 반했다.

보문회(탄허불교문화재단산하 신행단체) 회장, 자행회(정신박약아를 위한 단체) 부회장, 지장회(전국 비구니회 산하 신행단체) 회장, 승보공경회 공동대표 등 보살행 실천을 쉬임없이 해나가는 그이. 그 바쁜 생활 속에서도·····. 집안 구석구석 빈틈없이 정돈돼 있는 것을 바라보며 기자는 또다른 의미의 감동을 받았다.

“사랑하지 않고 되는 일은 하나도 없어요. 우리는 매사에 항상 아끼고 사랑해야 합니다. 화초 하나를 가꾸더라도, 장독 하나를 닦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화초도 예쁘게 크고 장독도 반질반질 윤기가 납니다. 가정도 마찬가지고 사회도 마찬가지예요.”

사랑함으로써 삶을 윤택하고 풍요로운 삶으로 가꿀 수 있지 않겠느냐는 그이의 사랑론은 감로수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사랑으로 적신다. 어쩌면 그이가 근 이십여 년 동안 자비의 실천행을 남모르게 혼자서, 또 많은 이웃에게 권하여 함께 해올 수 있었던 것은 이렇듯 후덕한 사랑 덕분이리라.

“사람들은 ‘바쁜데 대충 하지 뭘 그렇게 밤낮 쓸고 닦고 하느냐’고 합디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청소 하나 못하면서 내 마음의 티끌을 어떻게 털어낼 수 있겠어요. 집안관리를 잘해야 마음관리도 잘할 수 있지 않겠어요?”

대개 바깥일이 바쁘다보면 안의 일은 소홀해지기 쉽다.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은 희생시킬 수밖에 없었노라고 많은 사람들은 소리높여 말한다. 그러나 그이는 이러한 작은 것을 소홀히 여기는 마음이 집안을 썰렁하게 만드는 마구니임을 안다. 그이는 불교를 통해 체득한 진리가 작은 것, 큰 것이 둘이 아닌 하나임을 안다. 또한 진리는 깊은 산사의 큰법당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안다. 주방의 접시에서도, 김치 담그는 손놀림에도 부처님은 살아계신다. 우리 생활자체가 바로 부처님이요, 불교인 것을 깨달았기에 그이는 매사에 열심이다. 설겆이할 때도 꽃에 물줄 때도 부처님 대하듯 하니 그이의 삶은 향기로움이 떠나질 않는 것이다.

그이의 삶을 진리로 이끈 부처님과의 인연, 14년 동안 회장으로서 이끌어 온 보문회와의 인연작복(因緣作福)의 귀한 이야기가 소중했다.

“30년전 초파일날 친구따라 강남 가듯 중학동창 따라서 처음 절에 갔었어요. 처음 갔는데도 생소하지 않고 마음이 포근하더라구요. 그런데 약간 언짢은 일을 보았어요.”

그이가 처음 절에 가서 만난 부처님은 한없이 자비로웠으나 게서도 귀빈은 따로 있었다. 그게 언짢아서 절에 다니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던 중에 또 한 친구의 권유로 기도를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잘사는 게 가장 큰일이었죠. 친구가 보름 동안 새벽기도 잘하면 일 년이 무사하다니 내가 그 좋은 것을 왜 안하겠어요.”

새벽 3시 30분,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하러 다니는 중에, 이대의(大義) 큰스님께서 친히 절하는 법도 가르쳐 주시고 대도심이라는 불명을 지어서 수계를 해주셨다. 대의 큰스님은 그이가 불교를 위해 큰 일을 할 것을 미리 예견했던 것 같다. 대도심이라는 법명을 보더라도·····.

“저는 인과(因果)를 철저하게 믿고 있어요. 항상 가피를 입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이 느낄 수 없는 영감(靈感)같은 것이 꿈속에 자주 보여지곤 했어요.”

부처님의 가피를 입은 사람들의 얘기는 신비롭기 그지 없다. 그이의 얘기도 그렇다. 어쩌면 그러한 신비로운 영험은 더 큰 불사, 만 중생을 위해 더 좋은 일을 하라는 격려의 뜻인지도 모른다.

가사불사가 좋다 해서 했는데, 거사님(김표진 박사)께서 국민대학 재직시 교무처장으로 승진했다. 또 관음재일만 되면 조밥을 쪄서 방생을 했는데 거사님께서 생각지도 않은 증권감독원 원장 발령을 받았다. 욕심 하나 내지 않았는데도 돈도 생기고 권력도 생기는 것을 보고 주위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면 ‘부처님빽’이라며 고마워하고 불사에 더욱 열심이었다. 거사님 뿐만 아니라 아들 3형제도 훌륭하게 장성했다.

현재 240세대 회원이 등록돼 있는 보문회는 이미 20여년 전에 그 싹은 트고 있었다. 그이의 장남이 국민학생 때, 자모들의 모임을 가졌는데 우연하게도 모두가 불자였다고 한다. 그것이 필시 우연이 아닌 지극한 인연이었음을 역설하는 그이는 자모회 모임을 불법을 실천하는 모임으로 이끌었다.

매달 커피숍에 모여 수다 떨 것이 아니라 절에 가서 기도하고 불사에 동참하여 눈에 안 보이는 저금을 하자, 복을 짓자 라는 그이의 진실은 자모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보문회는 그렇게 탄생됐다. 보문회 회원들 하나하나가 어머니 관세음보살이 되어 이 땅을 자비광명 넘치는 불국정토로 일군다는 큰 원력을 세우고 용맹정진해 왔다. 보문회는 강화 보문사, 서울 승가사, 남해 보리암, 운문사, 송광사, 월정사, 구룡사, 홍련암, 적멸보궁 등 이 땅의 부처님 도량을 찾아 다니며 마음을 맑히고 불사를 했다.

또한 1979년 5월에는 신행단체로 정식 발족해서 기금을 정립하였다. 1984년에는 보문회에서 탄허 불교문화재단 설립기금 마련에 대거 동참하였으며, 동국대 불교대학에 보문장학금을 기증했다. 또한 운문사 비구니 스님 의료비 정립을 위해 기금을 마련해 드렸다. 그밖에도 보문회가 알게 모르게 실천해온 보시행은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이 모든 불사는 회원들의 그이에 대한 태산 같은 신뢰로 이루어 질 수 있었다. 그이의 모든 사람에 대한 따사로운 사랑과 회비와 불사금에 대한 빈틈없고 깔끔한 금전관리는 회원들로 하여금 ‘은행은 못 믿어도 박회장은 믿는다’는 성원을 보내게 했다. 그이가 써온 금전출납부와 일기와 행사일지를 보면 그저 감탄사만 나올 뿐이다.

그 일기의 한 구석을 살펴보면

“회원들의 끊임없는 보시행의 모습이 거룩하게 보여지고 이런 일들을 옆에서 지켜주고 협조해준 남편에게 고마움과 아울러 새삼스럽게 미안해진다. 인생을 마무리짓는 이 시점에서 주변사람들의 자리를 편하게 해주고 뿌리를 내리는 작업을 해야되겠다고 생각했다. 아쉽다면 훌륭한 지도자를 만났다면 보다 알차고 보다 뚜렷한 일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위 일기는 1984년 6월 4일자로 기록돼 있다. 그이는 8년이 지난 후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된다. 남지심 씨와의 만남, 그이와 남지심 씨는 만나자마자 의기투합했고 환상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 그동안 뜻을 같이 하는 도반들과 함께 스님들을 올바르게 모시고 공경하자는 취지로 승보공경회를 창립했다. 그이와 남지심 씨가 공동대표로 올 5월 발기한 승보공경회는 재가와 승가를 함께 살려 한국불교를 새롭게 일으킬 모임으로 교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이는 앞으로도 신명나게 일할 것을 넌지시 비친다. 육순의 나이에도 새벽 3시면 일어나 예불하고 반야심경 사경(지난 2월부터 매일매일 하루도 안빠지고 써서 현재 천 오백 번 정도 썼다)하고 집안일 돌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부처님 공부(능인선원 10기 졸업, 정중선원 2기 졸업, 보문회 모임을 요즈음 불사에 앞서 경전 공부하는 모임으로 이끌고 있다)와 봉사활동(파르코 문화센터, 미가람 문화센터), 신행단체 회원들의 경조사에 참석, 상담을 하는 등 하루종일 쉴새없이 정진하고 있는 그이이게 몇 가지 원(願)이 있다.

스님들이 절처럼 드나들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고, 스님들과 스님들 부모님들의 노후를 안정시켜 드리고 싶고, 여성복지관을 꼭 만들어서 모든 주부들에게 부처님법을 전하고 싶다. 그것이 바로 가정이 잘되고 국가가 잘 사는 길이기에. 또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알차게 운영되는 ‘실버타운’을 조성해서 노인들이 부처님 도량에서 안온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차르륵 활동사진기가 돌아가듯 그이의 발원이 눈앞에 성취되고 있었다. 진실한 사랑으로, 사심없이 세운 자비원력은 반드시 실현되는 것 ···. 그이가 여지껏 지어놓은 인연작복의 힘이 그이의 원력을 훨씬 앞당겨 성취시켜 주리라. 나무 어머니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