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불 제 자

2007-10-28     관리자


많은 불자들도 그러하겠지만 나와 부처님과의 인연도 어머니로부터였다. 몸이 편찮으신 어머니께서 높은 산허리에 있는 절에 홀로 오르셔야 한다는 염려 때문에 함께 동행한 것이 부처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 산사의 스님 방 앞 툇마루에 앉아 따사로히 내려 쪼이는 햇살을 받고 있으면 그곳에는 이 세상의 모든 평화와 넉넉함, 편안함이 있었다. 불교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부처님은 잘 생기시고 덕이 많고 자비로워 우리들의 소원을 들어 주시리란 막연한 느낌만이 있었던 때였다.
조금씩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무릇 불자라 함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행화는 사람을 이르는 말일텐데 나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부처님의 말씀을 설법하는 절을 찾기는 하였으나 “자기 복 자기가 닦는다”고 “네 복은 네가 닦아라”는 조금은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분위기에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 초심자에게는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인연이 닿은 곳이 법륭사이다 법륭사는 시흥시 하중동에 자리한 절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담쟁이 넝쿨로 뒤덮인 담과 절을 감싸안은 듯, 주위에 과수원이 있어 고즈넉하고 한적한 절이었다.
지금 내가 몸담아 활동하고 있는 청년회는 주지스님(이덕기 스님)과 가까운 친분을 맺고 있던 불자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려고 주지스님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1991년 10월 13일 창립법회를 열었다고 한다.
매월 둘째 일요일 10시 30분에 법회가 열리는데 각 법회마다 큰스님이나 법사 님의 법문을 듣는 것 외에 기초 교리강좌 시간이 있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있다. 이 시간은 관념적이고 고답적이어서, 혹은 한자의 벽에 갇히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말씀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부처님의 말씀세계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서게 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또한 청년회는 사무국, 교화부, 문화부 섭외․홍보부로 나뉘어져 각부별로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목말라하던 나는 교화부에 들어 배우고 수행함으로써 부처님의 참제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나의 아둔함이 너무나 깊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짧은 8개월이었지만 많은 소중한 이야기들이 정겨움으로 남는다. 계룡산 갑사에서의 첫 야외법회, 처음 보는 법회라 당황하여 옆 사람 눈치보며 따라하기 바빴었고 동학사로 넘어가는 산행은 너무나 추웠던 날씨 때문에 산을 오름에도 불구하고 더욱 옷깃을 여며야 했었다.
체육대회 때 각 종목에서 꼴찌를 면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우리 교화부. 다음 추계 체육대회 때 필승을 다짐하며 다녀온 포천에서의 단합대회. 단소를 배울 때 불어도 불어도 소리나지 않는 단소를 원망하며 붉어진 얼굴을 마주보며 웃던 일들. 다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사물놀이 강습을 받을 수 없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회원들의 불심을 더욱 돈독히 하고 정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용맹정진과 수계식이 있어 그동안 꾸준히 기초교리 학습과 가 부 활동의 조그만 결실을 맺게 되리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해져 온다.
스님의 말씀이나 불경의 책갈피 속에서만 불법이 살아있지는 않을 것이다. 배운 것을 생활 속에서 실천함으로써 완성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부처님의 자비를 모든 사람이 함께 나누며 누릴 수 있도록 보살행을 할 때에 나는 부처님의 자랑스러운 제자가 되지 않을까 자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