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전상서(스님 前上書)

푸른 목소리

2007-10-28     관리자


‘귀의불, 귀의법, 귀의승
계향, 정향, 혜향……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여시아문, ……’
모두가 생소한 낱말들이었고 그 속에 간직된 원대하고 한량없는 부처님의 가르치심이 무엇인지도 모른 체 이를 배우고 실천해 보고자 했었을 때의 부끄러웠던 마음, 아직도 그 가르치심의 근처를 맴돌며 부처님에게로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요즈음, 무엇부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만 되는 것인지도 모르면서 우왕좌왕하는 나를 보면서 이 글을 씁니다.
당신은 어느 종교를 신봉하고 있느냐고 묻는 이에게 서슴없이 ‘불교’라고 말했으면서도 정작 불교가 갖고 있는 깊고 원대한 뜻을 모르는 한 중생으로서의 삶을 영위하였으면서도 조금이나마 불자로서의 길을 가고픈 마음으로 종로 안국동 조계사 부근의 서점가를 돌며 책 몇 권 사기도 했으며 애써 이룩해 놓으신 사찰을 찾아 참배를 드리면서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찾고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없는 작은 성취감으로 즐거워하기도 하였습니다.
세상이 하도 빨리 변화하다고 ‘급변하는 사회’라는 표현을 하지만 요즈음의 우리의 삶 속에 부처님께서 이룩해 놓으신 가르치심을 조금이라도 배우고 익혀 생활화하면서 대승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애쓰고 계심에 동참하고픈 마음은 한량없으면서도 이 핑계 저 핑계로 차일 피일하고 있는 내 모습이 가엽기만 할 뿐입니다.
풀밭에 서면 풀내음이, 바닷가에 가면 바다의 내음이 있고 우리의 생활 속에는 생활의 모습이 여러 가지로 우리에게 보여지며 산중에서의 그 향기로움은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는 산 만이 갖는 신비함이 담겨져 있고 산사의 법당에서 좌정하고 참선을 하고자 했을 때, 불경을 독송하고 있을 때 타고 있는 향촉에서의 신비스러운 향기는 한없는 이상세계의 추구일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산행을 좋아하여 여러 선생님과 공휴일이면 산을 찾았고 정상을 올라간 후에라야 만족했던 것이 산사를 찾는 것으로 더 기쁨을 갖게 되었습니다.
산중에서 우리를 반겨주시던 산사의 스님, 어려운 시간을 저희들을 위해 법문을 해 주셨던 스님, 따뜻이 우리를 반겨주시고 우리가 불자로서 가야 할 길을 일러 주셨던 스님, 온 산을 뒤엎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삶의 근거를 깨뜨리는 와중에서도 보살의 이상을 실현하면서 묵묵히 산사를 지키고 계신 스님, 오늘도 온 누리에 부처님의 가르치심과 실행의 방법을 일러 주시고자 애쓰고 계신 스님들께 합장하여 예배드립니다.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나니 태풍이 온다고 야단법석입니다. 이중에서도 간간히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서 신비로움을 느꼈듯이 스님께서 일러주시던 모든 법문이 저희들에게는 감로수가 되고 있습니다. 천여 년의 역사를 지킨 증인인 사탑을 참배하면서 제가 가야 할 길을 알게 되었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굴리면서 무슨 말이 나올까 귀 기울이던 청순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들을 알았습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희노애락을 함께 하면서 우리의 정신과 생활이 한데 어우러져서 꽃피운 찬란한 불교문화를 찾아서 우리의 자랑과 정열을, 우리 조상의 슬기와 예지를, 두루 섭렵하여 이들에게 바르게 전하여 남의 것만 좋아하는 요즈음의 풍토에서 우리 것의 소중함을 지키고 계승시키는 일에 앞장서야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 불교문화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음을 알면서도 이를 다시 꽃피울 염도 없는 것 같은 작금을 보면서 우리의 불교가 민족불교로서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올바르게 인식케 하는데 앞장 설 것임을 말입니다.
더 배우고 익혀 생활화하면서 이를 권하는 아주 작은 말과 글을 모으기 위해 또 스님들을 찾아 뵙겠습니다.
언제나 그렇게 하여 주셨듯이 저희가 해야 하고 가야 할 일과 길을 하나하나 소상히 일러주셔서 부처님께서 이룩해 놓으신 한없는 가르치심의 아주 작은 한마디의 말, 한 줄의 글을 전할 수 있는 길을 일러 주십시오.
대승의 이상을 실현하고 생활불교로서의 정착을 위해 애쓰시는 모든 분들이 가고 계시는 대열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지켜주시고 이끌어 주시는 부처님의 가피를 받으며 살고 있는 저희에게 받은 만큼 되돌릴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시옵기를 기원하오며 사홍서원을 합송합니다.

“중생무변서원도
번뇌무진서원단
법문무량서원학
불도무상서원성”
佛光

․이태섭: 30년간 교직에 재직 중에 있으며 현재 경기상업고등학교 교사, 한국불교연구원 전국교사불자회장, 대한불교청소년교화연합회 상임지도위원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