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출판에 거는 기대

2007-10-28     관리자


약 10년 전 어느 분이 나에게 출판에 대한 감회가 어떠냐고 물어온 적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나는 출판에 갓 발을 내딛은 정도의 입문자에 불과했다. 그분의 물음에 나는 그간 생각했었던 이런 대답을 했다.
“출판도 하나의 예술입니다.”라고.
출판이란 무엇인가? 그 속의 불교 출판이란 또 어떠한 것인가? 불론 그 책이 가지고 있는 내용성도 중요하지만, 외형적인 측면에서 책의 편집과 표지 디자인 등 예술적인 감각을 부여해야 하는 것이다.
독자는 단순히 글자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의 모든 면까지도 상당히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음을 느낀다.
불교 서적의 출판도 그간 많은 발전을 해왔다고 일각에선 말한다. 물론 양적인 면에서 상당히 증가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 일반의 출판에 비하면 질적 ․ 양적으로 너무나 많은 격차를 가져오고 있다. 그 간격은 시간이 갈수록 좁혀지는 것이 아니라 넓어져 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선 불교출판계가 그간 너무 게을렀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며 동시에 불교 전체의 발전을 가늠하는 것이기도 하다.
약 10년 전 불교출판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른바 불교출판의 베스트셀러인 ‘불자지송’을 비롯한 각종 의식집, ‘여시아문’으로 시작되는 독송집, 그리고 스님들의 에세이류와 무책임한 번역서가 주축을 이루었다. 지금도 그러한 경향은 크게 다를 바 없다.
물론 불자독송집이나 복전 사상의 경전출판이 당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까지나 구태의연하고 재래적인 전통만 고수할 것인가.
시대는 지금 어떻게 가고 있나.
불전의 새로운 시대적 해석이 절실한 때이다. 만일 부처님이 지금 이 세상에 현실적으로 출현하신다면, 그의 말씀도 당연히 시대성 ․ 사회성을 강조하면서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의 고뇌와 갈등을 말씀하셨을 것이다.
따라서 현시점을 살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부처님 말씀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교보문고나 종로서적에 가면 기독교 관계 서적은 그야말로 깜짝 놀랄 정도로 다양하다. 출판 물량이나 출판사의 숫자를 보더라도 불교의 약 10배는 넘는 정도이다. 10년밖에 안된 수입종교가, 1500년이나 넘는 전통을 가진 불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같이 가고 있는 것이다.
한 시대의 사회를 이끌어 가는 것은 정치나 재벌이 아니라 바로 역사와 사회를 인식케 하는 출판문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계에는 아직 불교 사회를 이끌어 갈만한 언론이나 잡지, 출판물이 없다. 창간되었다가 폐간되기도 촉박한 현실이다. 따라서 불교출판의 질적 ․ 양적 성장은, 바로 현대 사회와 역사 속에서 불교가 무엇을 어떻게 인식하며 행동하는 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불교서적 출판은 사회 어느 분야의 출판보다도 독자층과 시장성이 빈약하다. 다시 말해서 스님을 비롯한 많은 불교인이 책을 보는데 퍽 인색하다는 얘기이다.
새해엔 스님들을 비롯하여 많은 불교인들께서 책 좀 많이 사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