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화엄경이 금강경보다 낫다는 말씀인가요?

2006-06-07     관리자

[질문]그럼 화엄경이 금강경보다 낫다는 말씀인가요?
저는 금강경을 읽고 있는데 그러면 화엄경으로 바꿔야 하나요?




[답변]이런 말씀 때문에 말씀을 드리기가 참 어렵습니다.*^*^*




금강경과 화엄경의 우열은 없습니다.
단지 쓰임새가 다를 뿐입니다.




밥을 먹을 때는 숟가락이 필요하나 국수를 먹을 때는 젓가락이 필요합니다.
물론 숟가락으로 국수를 먹을 수도 있고 젓가락으로 밥을 먹을 수도 있으나
어디까지나 밥을 먹을 때는 숟가락이요
국수는 젓가락이 어울리는 것이지요.



금강경과 화엄경은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간과하고 어느 경이 더 낫다고 말하고 한쪽만 주장하면,
그것은 부처님이 그렇게 우려하시는 양변(兩邊)에 떨어지는 것이요,
중도(中道)행이 못됩니다.




금강경은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지혜로 난관을 헤쳐나가는데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그 반면 화엄경은 더 넓은 세계로 마음을 여는 힘이 강합니다.





화엄은 전개된 세계요 금강은 전개 이전의 세계입니다.
화엄을 줄이면 금강이요 금강을 펼치면 화엄이 됩니다.




비유를 들면,
우주가 폭발(빅뱅)하기 직전의 출발점(이를 '특이점'이라 하지요)이 금강이라면
그 특이점이 폭발해 지금과 같은 만개 된 우주가 화엄입니다.



그러므로 금강에는 모든 진리가 농축된 채로 모두 담겨 있으며,
화엄은 그 진리가 실지로 생명의 꽃으로 구체화 되어,
낱낱의 잡화(雜華)로 피어있는 세계인 것입니다.
따라서 화엄경은 기회 있을 때마다 '세간의 경계가 여래의 경계',
즉 이 세상이 바로 진리의 나툼이라고 곳곳에서 설하는 것입니다.




우리 불자님들은 금강에서 화엄을 보고 화엄에서도 금강을 보셔야 합니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예로부터 화엄 하시는 분들 중에는 금강경 역시 중요하게 여기신 분이 많으나,
금강경을 공부하시는 분들 중에는 화엄을 다소 소홀히 하시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아마,
큰 세계는 작은 세계를 보기 쉽지만
작은 세계는 큰 세계를 보기 어려운
일반적 현상에 기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普賢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