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을 하시다

부처님의 八相法門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

2007-10-26     관리자


⑷ 빈비사라왕(頻毘娑羅王)
보살은 간지스강을 건너 마가다국(摩竭陀國)의 서울인 왕사성(王舍城)으로 향하였다. 마가다국은 당시 인도의 여러 나라 가운데 강하고 부유한 나라에 속하였다. 이 나라의 왕은 빈비사라 왕(頻毘娑羅王)이었다.
그는 카필라 성의 태자가 출가한 것을 알고 있었다. 빈비사라 왕은 카필라 성의 태자가 태어나면서 부터 그에 대한 소문을 들어왔기 때문에, 태자가 진심으로 출가한 것인지 아닌지, 알고 싶었다. 카필라 성의 태자가 출가하지 아니 하면 전륜성왕이 된다고 하는 예언을 왕은 들었기 때문에 싯다아르타 태자가 전륜성왕이 된다면 그의 나라가 정복될 것을 두려워 한 것이다.
왕사성에 이른 보살은 성에서 가까운 산기슭의 동굴을 도량(道場)으로 정하였다. 그는 아침 일찍이 일어나 출가한 수도승의 법도에 따라 왕사성으로 탁발을 갔다. 바루를 손에 들고 탁발하는 보살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 성에 출입하는 많은 수행자들을 보아 왔으나, 이같이 엄숙하고 위엄이 있고 거룩한 그러면서도 겸손하고 온화한 사람은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본생담(本生譚)에 의하면, 이때 왕사성 안은 벌집을 쑤셔 놓은 듯이 대단한 소동이었다. 마치 『미친 코끼리가 성 안의 거리를 헤맬 때와 같이 거리는 혼란하고, 아수라왕이 하늘의 궁전에 들어간 것처럼 소란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보살의 출현이 그만큼 충격적인 것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사람들은 『저 사람은 신인가? 아니면 신의 사신인가? 그도 아니면 영산(靈山)의 신인가?』라고 입을 모아 말하였다. 관리들은 왕에게 이같이 보고하였다.
『대왕이시여, 어떤 출가승이 성 안에서 걸식을 하고 있는데, 하늘 사람인지 인간인지 알 수 없습니다. 용의 화신(化身)인지, 금시조(金翅鳥)의 화신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를 보기위한 사람들로 해서 성안은 큰 소동이 일고 있습니다. 왕은 높은 누각에 올라 보살을 바라다 보았다. 왕은 보살의 높은 기풍에 놀랐다. 왕은 혼자서 말하였다.
『저 사람은 반드시 훌륭한 가계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 알아 오도록 해야겠다.』
왕은 신하들을 시켜 보살이 어디로 가는지 알아 오도록 명하였다.
『너희는 가서 그를 살펴 보아라. 그가 수상한 사람이라면 이 성을 나가 사라질 것이다. 그가 용이라면 땅 속으로 들어갈 것이며, 인간이라면 얻은 음식을 먹을 것이다.』
보살은 여러 가지가 뒤섞인 음식을 가지고 성을 나왔다. 산기슭에 이르러 동쪽을 향하여 앉아서 식사를 시작하였다. 맛은 커녕 보통 사람이면 먹지않고 버릴 음식을 먹으며, 『이만하면 내 목숨을 보존하기에 충분한 음식이다』고 생각하였다.
이를 지켜본 신하들은 뛰어가 왕에게 본대로 보고하였다. 왕은 곧 훌륭한 수레를 타고 성을 나와 보살이 있는 산기슭을 찾아갔다. 왕은 적당한 거리에서 수레를 내려 보살이 있는 곳으로 갔다. 보살은 식사를 마치고 가부좌하고 앉아 참선을 하고 있었다. 왕은 보살의 그 뛰어난 위의에 감복하여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저이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이같이 거룩한 위의를 갖춘 수행승은 처음이다. 혹시 싯다아르타 태자가 아닌지 모르겠다. 그는 전륜성왕의 상을 지녔다고 했다.』
이렇게 생각한 왕은 곧, 그가 싯다아르타 태자임을 확신하였다.
『태자여, 방해가 되어서 미안하오. 나는 왕사성의 빈비사라 왕이오.』
보살은 왕을 바라보면 조용히 말하였다.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왕은 망설이다가 말하였다.
『태자가 출가했다는 말을 듣고 나는 놀랐오. 무엇 때문에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였습니까? 그대와 같이 신분이 높고 훌륭한 청년이 중이 되는 것은 아까운 일이오. 태자가 원한다면 이곳에 머물러 나와 함께 있어 주시오. 무엇이든 그개가 원하는 것은 다 줄 것이니 이곳에서 인생을 즐기지 아니하겠오?』
보살은 웃으면서, 그러나 근엄하게 말하였다.
『나는 세속적인 욕망이 없습니다. 이승에 희망이 없어 출가하였으므로 어떤 일이 있어도 세속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목적이 있습니까?』
『대왕이시여, 아까도 말했지만 나에게는 세속적인 욕망이 없습니다. 물질에 대한 욕심도 명예와 권력에 대한 욕망도 없습니다. 오직 생과 늙음과 병과 죽음의 고통을 초월하여 최상의 보리(菩提)를 얻고자 출가하였습니다.』
『태자는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오?』
『그것을 얻기 까지는 죽어도 물러서지 않을 결심입니다.』
빈비사라 왕은 기뻤다. 태자의 말을 믿었다. 태자가 전륜성왕이 되어 마가타국을 정복하지 않을까 하는 그의 걱정은 덜어진 것이다. 누구나 보살을 만나면 그의 마음에 접하게 되고 그를 한 번 만난 사람은 깊은 인상을 받았다. 왕은 한때 지녔던 생각을 부끄럽게 여겼다. 그는 진심으로 보살에게 말하였다.
『구도자여 당신은 확실히 부처가 될 것입니다. 당신이 부처가 되면 우리 나라에 먼저 와주십시오. 그리하여 저에게 생․노․병․사를 끊는 도를 가르쳐주십시오.』
보살은 약속을 하였다.

⑸ 보살의 고행
보살은 아알라 선인과 웃다카 선인에게서도 그가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없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보살이 바라는 최고의 진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하였다. 이제 보살은 전혀 혼자서 수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보살은 수행하기에 적합한 곳을 찾아 나섰다. 보살은 아름다운 숲 사이로 맑게 흐르는 니련선하(尼連禪河)가 가까운 가야산을 택하였다. 그곳은 농가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온갖 꽃과 과일이 풍성하였으며 그 곳 사람들은 옛날부터 조용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보살은 이 곳이야 말로 수행자가 정진하는데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하였다.
이 때 웃다카 선인의 제자들 가운데 섞여서 수행하던 교진여등 다섯 사람은 서로 상의하였다.
『우리는 오랫동안 수행하였으나 스승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저 이는 짧은 기간에 스승과 같은 경지에 도달하였다. 뿐만 아니라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높은 경지를 찾아 노력하고 있다. 이 사람이야 말로 반드시 무상의 깨달음을 실현할 것이다. 우리는 그를 따라 배우기로 하자.』
이들 다섯 사람은 보살의 뒤를 따라와 멀리서 보살을 지켜 보았다. 이들 다섯 사람에 대해 파알리어(巴利語) 경전은 석가족 출신의 교진여(憍陳如)등 다섯 사람이 아니라 밧제리카(跋提梨迦)와 마슈바지트 등이라고 한다. 어쨌든 우리들의 보살은 자신의 수도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 숲 속으로 들어갔다. 보살은 가야산의 중턱에 이르러 나무 아래 풀을 깔고 앉아 생각하였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