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부처님 감사합니다

2007-10-26     조혜원

  나는 치과의사다. 치료에 임하기 전에 반드시 기도 드린다. 나는 어떠한 경우라 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치료와 처치에 완미(完美)를 기한다. 이것은 내 정신적인 안정이 그 치료와 처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알게 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부처님의 자비하신 위신력이 끼쳐지고 있는 것을 깊이 믿고 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이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길을 부처님께서는 잘 가르쳐 주실 것을 나는 굳게 믿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나서 처음으로 절에 간 것은 유치원에 다닐 무렵이었다. 부산서 기차를 타고 몇 정거장 가서 한참 걸어 거의 산 정상에 다다르면 조그만 약수가 있는 절이다. 뜰 앞에는 맨드라미와 꽈리가 주렁주렁 열려있고 산나물과 풋고추를 따다가 장에 찍어먹던 밥맛이 지금까지도 새롭다. 그 절에는 내 조모님이 계셨고 항상 인자하시고 다정하셨다. 남을 헐뜯거나 악의나 욕심이라고는 전혀 모르시던 할머님은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집에서 절로 가시던 도중 친지 댁에서 그만 세상을 등지시었다. 아무런 병고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그 댁에서 손발을 깨끗이 씻으시고 밥상을 받아 맛있게 드신 후에 피곤하신 듯 누우셨다가 그대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이러한 할머니의 타계는 알 수 없는 감명을 내게 주었었다.

  또한 나는 자라면서 독경과 염불소리와 함께 했다. 내 부모님은 아침마다 염불로 그 날 하루를 시작하였고 그러시던 그때가 가장 축복 받은 날이 아니었던가 싶다. 물론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6.25로 오빠를 서울에 두고 오빠의 생사를 몰라 애타하시던 부모님은 오직 부처님께 의지하며 부처님께서 꼭 지켜 주실 것을 믿고 일념으로 염불하시던 것을 보았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헛되지 않아 오빠는 무사히 돌아오셨다. 이런 어린 때의 일들로 해서 내가 부처님을 믿는 마음바탕을 이룬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부처님의 참뜻을 알기까지에는 무척이나 긴 시간과 참아 견디기 어려운 일들을 겪지 않으면 아니 되었다.

  나의 대학 입학식을 며칠 앞둔 때에 아버님의 별세로 나로 하여금 부처님을 부정하고 염불은 소용없는 헛수고라 여기게끔 했다. 그 후로는 다만 물질적인 부와 안일함만이 지상최대의 행복인양 착각했었다. 이에 이끌려 다니다보니 바라던 행복은 고사하고 원망과 어리석은 욕심만 더할 뿐 내게 있는 것은 격한 증오와 초조뿐이었다.

   지칠 대로 지쳐 생의 의욕을 잃어버린 어떤 날 나는 걸려있는 달력에서 부처님을 보았다. 엷게 미소진 눈과 입매는 내게 무한한 자비를 베푸셨으며 그 잔잔한 미소를 통해서 부처님의 참 뜻을 나는 알고싶어졌다.  부처님 앞에 엎디어 한없이 흐르는 눈물을 가눌 수 없었고 이 참회의 눈물은 거칠기만 했던 내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었다. 가슴 가득한 사랑은 생의 기쁨을 주었고 여유 만만한 자신을 주었다.

비록 성불은 어렵더라도 내 속에 실재하는 부처님을 인식하고 올바른 마음가짐과 올바른 행동으로 내 가정을 위하고 사회나 국가 나아가서 온 인류에 이바지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않을까? 경에는 우리들의 일상생활, 즉 잉태한 여인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다고 들었다. 나라를 이끌 훌륭한 아이를 낳거나 기른다는 것은 여자로서의 보람일 뿐만 아니라 특권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자각을 이제 와서 하게되는 자신이 심히 부끄럽고 좀 더 일찍 부처님을 알지 못했던 나를 안타깝게 여긴다.

  지난 어버이날 나는 예쁜 목탁을 딸에게서 선물로 받았다. 아침마다 향을 피우고 목탁소리를 들으며 늦게나마 삶을 바로 알게 해주신 부처님과 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