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의 성좌들] 8.임제의현(臨濟義玄)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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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6     지완 스님

  1. 머리말

  세존의 정법안장이 마하가섭에게 전해지고 그 뒤 대대로 전전상승하여 33대 혜능 대사에 이르렀다. 혜능 대사에서 다시 남악회양, 마조도일, 백장회해 황벽희운 선사를 거쳐 임제 스님에 이르렀다. 혜능 대사 이후 선종은 크게 융성하여 후대에 이르러서는 5종으로 분립되어 서로 그 위세를 떨치었는데 그 중에서 임제 스님의 법손이 가장 오랬동안 융성하였던 것이다.

  우리 나라의 불교도 임제 스님과는 너무나 깊은 관계가 있다. 고려의 나옹 왕사는 임제 스님의 19세가 되는 평산처림선사의 법을 받아왔고 또한 태고국사께서는 임제 19세 석옥청공 선사의 법을 받아와 이조시대의 우리 나라 불교는 온전히 임제 스님의 법맥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2. 출생과 성장

  임제 스님의 출생 연대는 분명치 않으나 9세기초 원화년간(806~ 820)이 아닐까 한다.
  스님의 휘는 의현이고 임제는 그 법호이다. 
  속성은 형(邢)씨이고 조주의 남화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보통사람보다 빼어나 남다른 데가 있었고 자라서는 부모님께 극진한 효행을 하여 이웃에 널리 알려졌다.
  스님이 언제 출가하시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아 알 수가 없다. 타고난 성품이 탁월하고 인간바탕이 순진하며 진리를 알고자 하는 뜻이 간절하였다고 전하여 온다.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서는 강원에 있으면서 계율을 세밀하게 연구하고 부처님이 설하신 경전과 여러 조사들의 저술하신 논(論)을 깊이 연구했다.
  그런데 하루는 갑자기 탄식하면서「이곳은 세상사람을 구제하는 약방문에 지나지 않는다. 敎밖에 근본 마음을 전하는 종지는 아니다.」라고 말하고는 일시에 던져 버렸다. 그리하여 선종으로 개종하고 선지식을 찾아 행각에 나섰다.

  3. 수행과 오도(悟道)계기

  행각에 나선 임제 스님은 처음에 황벽희운선사 밑에 가서 공부를 했다.
스님의 뜻이 진실하며 행동이 순수하고 전일 하였다. 이것을 보고 수좌인 목주 스님은 감탄하였다. 「임제는 젊은 후배이지만 다른 대중과는 다르구나!」
  그리고 임제 스님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 보았다.
「그대는 여기에 와 있는지가 얼마나 되는가.」
「삼년이 됩니다.」
「지금까지 조실 스님에게 법을 물어본 적이 있는가?」
「아직 법을 묻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물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수좌는 말해 주었다.
「그대는 어찌 조실 스님에게 가서 <불법의 똑바른 참뜻이 무엇입니까>하고 묻지 않는가?」
  임제 스님은 바로 가서 물었다. 그 묻는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청천벽력 같이 난데없는 몽둥이가 날아와서 임제 스님을 후려쳤다. 황벽 스님이 때리신 것이다. 임제 스님은 아무 말도 못하고 조실에서 물러 나왔다. 수좌 스님은 물었다.
「문답은 어떻게 되었는가?」
「뭐가 뭔지 통 모르겠습니다. 제가 묻는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조실 스님은 바로 후려갈기셨습니다.」
  그 다음 날 수좌 스님은 또 일러주었다.
「다시 한번 가서 물어 보아라.」
  임제 스님이 또 가서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똑바른 참뜻입니까?」
  이번에도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몽둥이만 얻어맞았다.
  그 다음 날에도 수좌 스님의 권에 따라 또 가서 물었으나 몽둥이만 실컷 맞았다. 그러나 그는 맞은 까닭을 도무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이곳에는 인연이 없다하고 떠나려고 생각하였다.
  임제 스님은 수좌 스님에게 말했다.
「다행히도 스님의 자비하신 지도를 받아서 조실 스님에게 법을 물었으나 세 번 묻고 세 번 얻어맞았습니다. 그러나 제 업장이 두터워 깊은 뜻을 알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기만 합니다. 하는 수 없이 이제는 떠나가야 하겠습니다.」
「그대가 꼭 가려고 하거든 조실 스님에게 하직 인사나 하고 가도록 하게나.」
  수좌 스님은 먼저 황벽 스님에게로 가서 말했다.
「이번에 법을 물은 젊은 사람은 대단히 진실하오니 만일 와서 하직 인사를 하면 잘 이끌어 주시길 바랍니다. 장차 한 그루의 큰 나무가 되면 천하 사람을 위하여 서늘한 그늘을 이룰 인물이 될 것입니다.」
  임제 스님이 가서 하직 인사를 하니 황벽 스님이 말했다.
「가려거든 대우 스님에게로 가거라. 너를 위하여 말해줄 것이다.」
  임제 스님은 대우 스님에게로 갔다. 대우 스님은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황벽 스님 회하에서 왔습니다.」
「황벽 스님은 무슨 말이 있었는가?」
「제가 불법의 참뜻을 세 번 물었다가 세 번 얻어맞았습니다. 저에게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황벽 스님이 그처럼 노파심 간절히 너를 위해 수고해 주신 것이다. 그런데 여기 와서 허물이 있는가 없는가 묻는단 말이냐?」
  임제 스님이 이 말 아래 크게 깨달으시고 「황벽의 불법이 몇 푼 어치 안 되는군」하고 중얼거렸다.
  이 말을 들은 대우 스님은 임제 스님의 멱살을 움켜쥐고 말했다.
「이 오줌싸개 새끼야! 이제 금방 잘못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하고 말하더니 이제는 황벽의 불법이 몇 푼 어치 안 된다고 큰소리치니 도대체 너는 무슨 도리를 보았느냐? 빨리 말해라. 빨리 말해.」
  임제 스님은 대우 스님의 옆구리를 세 번 쥐어박았다. 대우 스님은 그를 밀치면서 말했다.
「너는 황벽 스님을 스승으로 하라. 나하고는 관계가 없다.」
  임제 스님은 곧 대우 스님을 하직하고 황벽 스님에게로 돌아갔다. 황벽 스님은 물었다.
「어디에 갔다 왔느냐?」
「저번에 자비하신 지도를 받잡고 대우 스님을 뵙고 왔습니다.」
「대우 스님은 무엇이라고 말씀하더냐?」
  임제 스님은 거기에서 지난 이야기를 죄다 아뢰었다. 황벽 스님은 말했다.
「이 사람〔대우 스님〕을 붙잡아서 한번 몽둥이를 먹이지 않으면 안되겠군.」
  임제 스님은 「뭐 기다릴 것 있습니까? 지금 당장 먹이십시요」하고는 바로 손바닥으로 황벽 스님을 갈겼다.
  황벽 스님이 「이 미친놈이 호랑이 수염을 만지는구나」하니 임제 스님은 바로 할을 했다.
  황벽 스님은 말했다.
「시자야! 이 미친놈을 선방으로 데리고 가서 자리를 잡아 주어라.」
  바로 인가를 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임제 스님은 황벽 스님의 법통을 이은 것이다.

  4. 교화와 입적

  황벽 스님의 인가를 받고서는 하북지방에 가서 진주성의 동남 모퉁이에 있는 임제원에서 널리 교화를 폈다. 임제라는 호도 여기에서 기인 된 것이다.
  그의 법을 이은 제자가 스물 둘이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임제종의 종조가 되었다. 그의 법을 이은 제자 가운데에는 신라의 지리산 화상도 있었다.

  당(唐) 함통(咸通)8년 서기 867년 1월 10일, 갑자기 임제 스님은 세상을 떠나겠다고 하신다. 앓지도 않고 단정히 앉으시고는 삼성(三聖)과 같이 문답하여 마치시고 고요히 가셨다.
  시호(諡號)는 혜조(慧照) 선사.
  저술로는 <임제혜조선사어록>이 한 권 있다.

  5. 법 어

  불법을 배우는 사람은 참되고 바른 견해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참되고 바른 견해를 얻게 되면 생사에 물들지 않고 가고 머무름에 자유자재 한다. 수승함을 구하지 않더라도 수승함이 자연히 오는 것이다.
  오늘날 진리를 배우는 사람들이 안 되는 것은 병이 어디에 있느냐? 병은 스스로 믿지 않는데 있는 것이다.  네가 만약 스스로 믿음을 철저하지 못하면 분주하게 일체경계를 쫓아 이끌려, 가지 가지 경계에 뺏기어 자유를 얻을 수 없게 된다.

  너의 한 생각 마음 위에 청정한 광명 ― 이것이 네 자신 속의 법신불이요 너의 한 생각 위에 분별없는 광명― 이것이 네 자신 속의 보신불이며 너의 한 생각 마음 위에 차별 없는 광명 ― 이것이 네 자신 속의 화신불이다. 이 세 가지 불신은 지금 목전에서 법문을 듣고 있는 사람인 네 자신이니 이것은 밖을 향하여 달려 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공용(功用)이 있는 것이다.

  시방삼세의 모든 부처님과 조사가 세상에 나오신 것은 다만 법을 구하기 위함이요, 지금 진리를 배우는 여러분 또한 법을 구하기 위함이다. 법만 얻으면 다 되는 것이다. 아직 얻지 못했다면 종전대로 지옥 아귀 축생 인간 천상을 오락가락 윤회하게 된다.

  이 법이란 무엇이냐? 법이란 것은 마음의 법이다. 마음의 법은 형상이 없어서 시방세계에 꿰뚫어 통하여 목전에 나타나 작용한다. 사람이 철저히 믿지 아니하여 바로 거기서 명칭과 연구에 집착하여 문자 중에서 불법을 사량복탁하여서 구하지만 하늘과 땅만큼의 거리가 있다.

  진리를 배우는 여러분이여! 불법은 공을 들여 힘써 조작할 것이 없다. 다만 평상하여 일이 없는지라 대소변을 보며 옷을 입고 밥을 먹으며 피곤하면 누워서 쉰다. 어리석은 사람은 알지 못하고 비웃지만 지혜 있는 사람은 잘 안다. 옛사람도 말하기를 <밖을 향하여 공부하는 것은 다 크게 어리석은 놈이다.>라고 했다.

  여러분! 어느 곳에서든지 주인공이 되면 그 서있는 곳은 다 진실한 것이다. 어떠한 경계에 부딪쳐도 여러분은 이끌리지 않는다. 가령 종래로 지은 나쁜 습기와 무간지옥에 떨어질 다섯 가지 행위가 있더라도 자연히 해탈의 큰 바다가 되느니라.

  오늘날의 공부인들이 모두가 법을 알지 못하여 마치 염소와도 같이 닥치는 데로 목구멍으로 삼킨다. 종도 주인도 가리지 못하고 손님도 주인도 분별하지 못하는 이따위 무리들이 삿된 마음으로 이 문에 든 자이므로 시끄러운 곳이면 곧 영합하여 들어간다. 그러니 어찌 이것을 참된 출가인이라 하랴. 바로 속가 사람인 것이다.

  대개 출가자라면 모름지기 참된 견해를 판단하여 불을 판단하고 말을 판단하고 참을 판단하고 거짓을 판단하고 범부와 성인을 판단하니 이와 같이 하면 참다운 출가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