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불교미술] 중국편26.키질 38굴

비둘기에 얽힌 두가지 본생설화-키질석굴 벽화의 비둘기 본생도와 시비왕본생도-

2007-10-20     이기선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두 편의 본생설화는 모두 비둘기와 관련이 있기에 묶어 보았다. 하나는 키질석굴 제80굴의 주실굴정에 그려진 비둘기의 본생이고, 다른 하나는 제38굴 굴정(窟頂)에 있는 시비 완본생의 그림이다.

비둘기의 본생

 「대지도론(大智度論)」권 제11, 석초품중단상의(釋初品中檀相義) 제19를 보면 다음과 같은 짤막한 본생인연설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전생에 한 마리의 비둘기가 되어 설산(雪山)에 살고 있었다. 그 때 산에 큰 눈이 내려 한 사람이 길을 잃고 뜻밖의 재난에 심한 고통을 당하였다. 춥고 굶주려 마침내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을 때 비둘기가 이 참상을 보았다. 하여 먼저 불을 구하기 위해 땔감을 물어다 쌓고는 불을 피운 다음 자신을 불 속에 던져 이 굶주림 사람에게 보시하였다. 

  그림을 보면, 마름모꼴의 중앙에 결가부좌한 부처님의 설법을 하는 모습이 보이고 긴 장대(竿)를 두 손으로 잡고 있는 사람과 한 마리의 새가 각각 좌우에 있다. 그리고 이 그림의 오른쪽 위에는 연못으로부터 솟아난 나무 아래 두 손을 앞으로 뻗어 무엇인가 움켜잡으려는 자세를 한 인물과 바로 그 앞쪽에 한 마리의 새를 활활 타고 있다. 이러한 그림의 표현으로 미루어 볼 때 굶주린 사람에게 비둘기가 자기 몸을 불살라 보시하는 바로 그 장면을 나타낸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그림의 색상이 주는 느낌과 배경의 표현이 경에서 설하는 눈보라가 치는 혹한의 느낌보다는 따스한 봄날의 풍경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이 그림이 그려진 키질이 열사의 사막에 자리한 때문이라면 이 또한 흥미로운 일이라 하겠다.

 

시비(尸毘)왕의 본생

이 본생인연설화는 세 가지 이전(異傳)이 전하는 바 여기에 소개하는 것은 「현우경」제1권에 의한 것이다.

옛날 제바발제(提婆拔提)성에 시비(尸毘)라 이름 하는 왕이 나라를 자비로써 다스리고 있었다. 그때 제석천은 죽음을 앞두고 지금 세상에는 이미 불법이 사라지고 콘 보살들도 없어 어디에 귀의할지 몰라 근심에 싸여 있었다. 이를 본 비수갈마가 그 연유를 알고는 시비왕이 뜻이 굳고 정진하여 반드시 불도를 이룰 것이므로 그에게 귀의할 것을 권하였다. 이에 제석천은 시비왕이 과연 보살행을 실천 하는가 시험해보리라 하고는 자신은 매로 변하고 비수갈마천은 비둘기로 변하도록 부탁하였다. 

  매로 변한 제석천이 비둘기로 변한 비수갈마천을 급히 쫓아 잡아먹으려 하였다. 그러자 비둘기는 황급히 시비왕의 겨드랑이 밑으로 날아들어 왕에게 목숨을 의지하였다. 매가 뒤쫓아 와 왕에게 말하였다. 

 『그 비둘기는 본래 내 먹이인데 왕의 곁에 와 있습니다. 나는 몹시 굶주려 있으니 빨리 내게 돌려주시오.』

  비시왕이 말하였다. 

 『내 본래의 서원은 일체 중생을 제도하는 일이다. 비둘기가 내게 와서 목숨을 의지하였으니 결코 너에게 줄 수 없다.』

  이에 매가 다시 말했다. 

 『대왕은 지금 일체 중생을 제도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내 먹이를 뺏으면 나는 굶주려 죽을 것이니 그렇다면 나와 같은 무리는 대왕이 제도하실 일체 중생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씀이신가요?』

  왕이 물었다.

 『만일 너에게 다른 고기를 주면 비둘기 대신 먹겠는가?』

 『다만 갓 죽인 더운 고기라야 먹습니다.』하고 매가 대답하였다.

  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갓 죽인 더운 고기를 구한다면 그것은 하나를 죽여 다른 하나를 구제하는 것이니 이는 올바른 일이라 할 수 없다.」

  다시 생각에 잠긴 시비왕은 

 「무릇 생각에 가진 것은 다 자기 목숨을 아끼고 또 보호하겠지. 그렇다면 내 몸을 제외하고는 다른 목숨을 구할 수 있으랴 ···」하는데 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리하여 곧 날카로운 칼을 가져다 자기 다리 살을 베어내어 그것으로 비둘기 목숨과 바꾸고자 하였다. 

  그러자 매는 

 『왕은 시주가 되어 일체를 평등하게 보십니다. 내 비록 조그만 새이지마는 이치에는 어그러짐이 없으며 또한 치우침도 없습니다. 만일 대왕의 살로 이 비둘기와 바꾸려 하시면 저울로 달아 그 무게를 공평히 해야 할 것입니다.』고 이의를 달았다.

  이에 왕은 저울을 가져오게 하여 저울추를 가운데 달고 양쪽에 판을 각각 두어 한쪽에는 비둘기를 얹고 다른 한복에는 자신의 벤 살을 얹었다. 벤 살 쪽이 가벼워 비둘기 쪽으로 기울었다. 해서 다시 다리 살을 베어내어 저울판에 얹었다. 그래도 역시 가벼워 저울판이 기울었다. 양다리 살을 다 베어내고, 두 팔의 살과 옆구리 살을 다 베어냈지만 저울은 평형을 이룰 줄을 몰랐다. 

  마침내 왕은 몸을 일으켜 저울판에 오르려 하였으나 기운이 부쳐 헛딛는 바람에 땅에 쓰려져 그만 정신을 잃었다가 한참 만에 깨어나 스스로 그 마음을 꾸짖었다. 

 「나는 오랜 옛날부처 너 마음에게 시달려 삼계(三界)를 윤회하면서 갖가지로 고초를 맛보았으나 아직 복을 짓지 못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진하여 행을 세울 때요, 게으름을 피울 때가 아니다.」

  이렇게 자신을 꾸짖고는 억지로 힘을 다해 저울판에 오르면서 마음으로 기뻐하며 잘하였다고 생각하였다.

  그때 천지가 진동하고 하늘에서 꽃비가 쏟아졌다. 

  이에 제석은 본래의 형상으로 돌아와 왕에게 말하였다.

 『지금 누구도 따르기 어려운 그런 행은 무엇을 구해서 하는 것입니까? 전륜성왕이나 제석 또는 마왕이 되려고 원하는 것입니까. 삼계 가운데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 것입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내가 구하고자 하는 바는 삼계의 영화로운 즐거움이 아니라. 내가 짓는 복의 갚음은 불도를 구하려 하는 것입니다. 』

  제석천은 다시 물었다. 

 『왕은 지금 온 몸의 살을 베어 그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는데, 혹 지금이라고 뉘우치는 생각이 없습니까?』

 『없습니다.』

 『비록 없다고 말씀하시지만 지금 내가 보기에는 왕의 몸은 쉬지 않고 떨고 있으며 기운이 다한 것 같이 보입니다. 그러면서 뉘우침이 없다고 하시는데 무엇으로 그것을 증명하시렵니까?』

  이에 왕은 곧 서원을 세웠다.

 「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털끝만큼도 후회하지 않았으니, 내가 원하는 것은 반드시 그 결과를 얻을 것이다. 지극한 마음은 헛되지 않나니 내말과 같다면 내 몸은 곧 전과 같이 회복되리라.」

  서원을 마치자 곧 몸은 회복되고 오히려 전보다 더 훌륭해졌다.

  모든 사람들이 일찍 없었던 일이라고 칭송하며 기뻐서 어쩔줄을 몰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