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寺의 향기] 오대산 상원사

古寺의 향기 문수보살현신도량

2007-10-15     관리자

󰊱 창건 연기
오대산 상원사와 중대 사자암은 문수보살의 현신 도량이며, 세존 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이 위치한 우리나라 불교의 성지중 성지이다.
일찍이 신라 선덕여왕 12년(643),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중국〈唐〉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정골사리를 모시고 와 오대산의 최고봉인 비로봉 밑의 용두(龍頭)에 봉안한 후 적멸보궁을 창건하고 이어서 지금의 상원사 터에 진여원(眞如院) 이라는 초암(草庵)을 짓고 보궁에 참배하였다.
그 후, 신문왕의 태자인 형 보천(寶川)과 아우인 효명(孝明)은 출가하여 오대산에 은거하면서 진여원 근처에 암자를 짓고 열심히 수행하였다.
이때 문수보살이 감응하여 날마다 갖가지 모습으로 나타나 이들을 찬탄하고 개오(開悟)케 하였다.
신라 왕실의 혼란으로 아우 효명은 33대 성덕왕으로 즉위한다. 왕 4년(705)에 자신의 수행터인 진여원 자리에 상원사를 창건하고 문수보살상을 봉안하였다.

󰊲호국원찰과 봉찬회

형인 보천태자는 계속 수행하여 만년에는 신통력으로 공중을 날아다녔다고 한다.
어느 때, 문수보살은 보천의 이마에 물을 뿌리고 확정적 성도의 예언을 주었다.
보천이 세상을 떠날 때, 훗날 국가의 안정과 호법을 행할 수행방법을 기록하여 후세의 왕들에게 잊지 말고 행하도록 간곡히 부탁하였다 한다.
이 수행법을 받들어 행하면 국가와 백성이 안락하고 문무가 화평하고 백곡이 풍성하리라 하였다.
이는 오늘날 상원사 적멸보궁을 중심하여 오대산 봉찬회가 시작된 효시이다.
자장율사가 부처님 정골사리를 봉안하고 보궁을 창건한 지 160여년 후, 보천태자가 발원한 봉찬회는 1,200여년이 지나는 동안 불교신앙의 뿌리를 이루었고, 오대산 보궁을 민족의 정신적 귀의처로서 면면히 이어 오게 하였다.
오늘날, 매년 음 4월 1일부터 30일까지 봉찬회 기도 법회가 열릴 때이면 전국 각지의 불자들이 모여들어 저때의 보천태자의 서원을 받들어 국가와 민족을 위한 호국, 호법을 기원하고 있다.
그 옛날, 보천태자의 호국, 호법의 간절한 염원이 오늘날 우리 모두의 가슴에 이어 오고, 미래 만겁으로 이 땅의 안녕과 불법 영원을 지켜가는 것이리라.

󰊳상원사와 세조

지난 여름(1984. 7. 21), 상원사의 문수동자상에서 부처님 사리와 조선조 세조의 여러 유물이 발견되어 불교계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또한 불교중흥에 진력한 세조의 불심을 재조명하고, 상원사에 전하여 오는 세조의 일화를 다시금 생각게 하였다.
세조가 왕권을 획득하면서 빚어진 불행은 세조 생전에 인과응보로 나타났다. 온 몸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스럼으로 갖은 명약을 써도 소용이 없었다. 어느 여름날, 상원사로 기도를 가던 중 날씨도 덥고 하여 근신을 물리치고 계곡의 맑은 물에서 목욕을 하였다.

이때, 동자승이 나타나자 세조는 「등을 문질러 달라.」하였다. 왕은 동자에게 『그대는 어디 가든지 임금의 옥체를 씻었다는 말을 하지마라.』하니, 동자는 『왕은 누구에게도 문수보살을 보았다는 말을 하지 마시오.』하며 사라졌다. 세조는 기이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몸을 돌아보니 어느덧 깨끗하게 나아 있었다.
세조는 감격하여 크게 불심을 일으키고 상원사 중창불사를 하였다. 그리고 화공을 불러 문수동자상을 그리게 하고 문수동자상을 조성하여 안치하였던 것이다.

󰊴운수납자의 수행처

고려말, 영로암(英露庵) 스님은 폐허된 상원사를 복원(1376년)하고 선객(禪客) 33명을 모아 10년 좌선을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상원사는 참선 수행처로서 수많은 납자들을 배출하여 한국불교 선맥의 커다란 줄기를 이어왔다.
최근세, 한암(漢岩)선사는 『차라리 천고(千古)에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라도 삼춘(三春)에 말 잘하는 앵무새의 재주는 배우지 않겠다.』하고 50세에 서울 봉은사을 떠나 76세로 상원사에서 입적할 때까지 27년간 산문을 나서지 않았다.
6· 25의 와중에서도 유일하게 상원사는 화재를 당하지 않았음은 스님의 위덕이었다.
또한 중대 사자암에는 스님이 꽂아 놓은 단풍나무 지팡이가 철이 바뀌며 자라고 있는데 『이 지팡이가 사는 날 내가 다시 돌아오리라.』는 일화와 같이 오늘날 상원사 일대의 구석구석에는 스님의 선풍(禪風)이 왕성하고 오늘도 조종(祖宗)의 안목들이 모여든다.
얼마 전 부임한 주지 삼보(三寶) 스님의 선원 복원 원력이 원만히 성취되기를 바라는 것은 필자만의 뜻은 아니리라.

󰊵 문화재

1. 상원사 동종(국보 제36호)
우리나라 현존하는 종 가운데 가장 오래 되었으며(제작년대 725년) 주종 예술의 극치이다.
2. 상원사 중창 권선문(보물 제140호)
1464년(세조10년) 세조가 상원사를 중창하기 위하여 발원한 권선문 2권이다. 우리나라 고문연구에 중요한 자료이다.
3. 문수동자상(국보 제221호)
조선조 세조 12년(1466) 조성으로 1984년 복장유물이 발견되면서 국보로 지정. 복장유물 23점은 보물 제793호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