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교리강좌] 정토사상(淨土思想)

알기 쉬운 교리강좌

2007-10-15     해주스님

자각적인 선(禪 )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살펴 온 불교사상이 법에 의지하고 자신에 의지하는 자력신앙의 형태를 가진 것임에 반해, 정토사상(淨土思想)은 아미타불의 본원력에 의지하여 정토에 왕생하는 이론과 방법으로서 이러한 신앙을 타력신앙이라고 부른다.

정토교설에 해당하는 많은 경전중 특히『무량수경(無量壽經,大徑』,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觀經』, 『아미타경(阿彌陀經,小經』의 3부경(일본에서 이를 淨土三部經이라 명명함)을 소의로 하여 정토종이 성립하고 정토사상이 천명되었다.

중국에 정토사상이 처음 전파된 것은 후한 명제 때 안세고가 『불설무량수경』을 역출함으로로부터이다. 이 경은 그 후에도 여러 차례 번역되었는데 정토3부경으로 신봉된 것은 강승개가 역출(252년)한 『무량수경』이다.

『무량수경』은 아미타불이 극락세계를 건설하게 된 원인인 법장보살의 48원과 염불을 통한 극락왕생을 설하고 있다. 『관무량수경』(강량야사 역)은 주로 극락왕생의 방법으로서 정산 2선(定善, 散善)의 16관을 설하고 있다. 그리고 『아미타경』은 아미타불과 서방정토의 장엄을 설하고 그러한 정토에 왕생하는 길로서 아미타불의 칭명염불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정토계경전에 설해진 교설을 바탕으로 정토사상이 전개되고 정토종이 성립되었던 것이다. 중국의 정토교가로서는 여산 혜원류, 도작 선도류, 자민류 등의 계통이 있는데, 정토교를 독립 대성시킨 것은 당대 도작(道綽)과 선도(善導)의 공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혜원은 여산에서 백련사(白蓮社)를 열어 염불을 권하였으니 123인이 염불의 청정업을 닦아 일세를 풍미했다. 이 여산류와는 달리 그 근원을 인도에 두고 한국, 일본의 정토교로 발전시킨 것은 정토론을 역출(529)한 북위의 보리유지 계통이다.

보리유지로부터 관무량수경, 정토론을 배운 담란은 오로지 염불에 의하여 서방왕생을 기약하였다. 그는 미타정토는 삼계에 속한 것이 아님을 밝히고, 항상 스스로 지혜가 얕은 범부임을 자각하며 범부의 왕생은 부처님의 원력인 타력에 의함을 논하였다. 그리하여 칭명염불(稱名念佛)의 한 계통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이 담란의 정계가 도작이며 다시 선도가 계승하였던 것이다 .

도작(562-645)은 담란의 입적 후 10년경에 출생하여 담란의 비문을 보고 감격해서 정토교에 들어갔다. 그는 모든 이들이 다 염불하기 쉽도록 소둑(小豆)로써 칭명한 것을 계산케하는 소위 소두염불(小豆念佛)을 전하였다.

선도(613-681)는 도작의 고제자로서 서방 변상도를 보고 정토문에 입적하였다. 이러한 선도류 정토종의 특색은 말법사상에 입각하여 죄악관을 주장한 것이다. 그들은 경전상에 대두되고 있는 극한상황적 모습에 주시하고 당시의 극한상황을 말법시대로 파악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그러한 상황에 처하여 스스로의 힘으로는 깨달음을 실현할 수 없는 나약한 죄악범부임을 깊이 인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시대에 가장 알맞은 법은 정토교 뿐이라고 단정하고, 가장 행하기 쉬운 칭명염불(稱名念佛)로써의 정토왕생업을 닦도록 한 것이다.

정토(淨土)는 정토교리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중 하나로서 글자 그대로 청정한 땅, 즉 부처님 국토를 가리키는 말이다. 정토에는 미륵보살의 도솔정토를 위시해서 많이 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수승한 공시 아미타 부처님이 계신 서방 정토 극락세계로 보고 있다.

『무량수경』이나 『관무량수경』등에 설해진, 즐거움이 충만한 미타 극락정토의 장엄상은 다른 정토에 비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 주불인 아미타 부처님은 무량한 수명과 광명을 가진 부처님이라 해서 무량수(無量壽, Amitayus), 무량광(無量光, Amitabha)불로 불린다.

그러한 부처님 땅에 태어나는 살마들 또한 수명과 광명의 공덕속에 있게 됨은 자명한 일이리라. 정토사상은 바로 이러한 정토에 가서 태어나는 극락왕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한 극락왕생의 목적은 부처님의 본원력(本願力)에 의ㅎ하여 이루어진다. 본원이란 부처님이 부처되시기 이전, 발심 때에 세운 서원이다. 그 서원 속에는 자신의 깨달음을 실현하려는 자리적인 원은 물론이지만, 남에게도 깨달음을 얻게하자는 이타적인 원이 동시에 세워진다. 본원력에 의한다고 함은 바로 그러한 불보살의 이타구제적인 원의 힘에 의한다는 뜻이다.

그 본원의 수는 경전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 중 『무량수경』에는 48원이 보이고 있다. 아미타부처님의 극락정토는 죄악범부를 구제하려는, 법장 비구의 48원에 의해 건립되었다는 것이다.

그 48원은 몇 가지만 소개를 하면, 제1원은 “설사 내가 부처가 되더라도 나라에 지옥 아귀 축생이 있다면 정각을 취하지 않겠다”라는 무삼악도원(無三惡道願)이다. “설사 내가 부처가 되더라도 나라중 인천이 형색이 같지 아니하여 좋고 추함이 있다면 정각을 취하지 않겠다”(제4無有好醜願), “설사 내가 부처가 되더라도 시방 무량 불가사의 제불세계의 여인이 나의 이름을 듣고 환희하여 보리심을 일으키고 여신(女身)을 염오하였으나 목숨이 마친 후에 다시 여인상이 된다면 정각을 취하지 않겠다” (제35女人往生願)등이다.
고통받고 있는 일체 중생에게서 괴로움은 다 소멸시키고 지극한 즐거움 뿐인 그러한 극락정토를 건립하고자 하는 원력이므로 삼악도나 일체 차별적 고통내지 여신이기에 당하는 고통까지도 살펴 이루어진 본원임을 볼 수 있다.

정토사상가들을 이 가둔데 특히 “설사 내가 부처가 되더라도 시방중생이 지극한 마음으로 믿어서 내 나라에 태어나고자 하며 내지 십념하되 만약 생하지 못한다면 정각을 취하지 않겠다”라는 제18원(念佛往生願 또는 十念往生願)을 주요시해 왔다.

정토교의 목적이 정토왕생에 있고 그러한 왕생에 있어서 범부에게 가장 알맞은 길이 바로 이 제18원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가서 태어난다’는 ‘왕생’은 정토에서의 새로운 출생을 의미하여, 임종 후 일로 제시되고 있다. 인간의 임종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이다. 임종과 같은 극한 상황에 이르러서도 정토왕생을 바라는 10념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도의 정토교가 설하는 염불왕생도 이 제18원문을 근거로 하여 중생의 구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정토가 중에는 정토를 수행자의 마음에 나타나는 해탈계로 보려는 입장도 있고 예토와 정토를 마음 하나로 보는 유심정토설도 있다. 왕생을 불왕의 왕(不往而往), 불생의 생(不生而生)으로 봄도 그러한 원리이다.
그러나 정토교는 어디까지나 자기 힘만으로는 해탈을 실현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 처한 범부를 상대로 부처님의 자비가 베풀어진 교설이다. 그래서 부처님의 원심(願心) 장엄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처럼 정토왕생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죽을 때 지심으로 참회하여 단지 ‘나무아미타불’을 열 번만 염하면 왕생할 수 있다. 그것은 자력으로가 아니라 아미타부처님의 본원력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에 염불을 한 자가 아니면 죽음을 앞둔 위기상황에서 과연 염불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평소에 열심히 염불업을 닦도록 권하고 있는 것이리라.

원시경전에서 이미 염불, 염법, 염승이 강조되고 소승의 5정심관에도 염불관이 있었으나 뒤에 염불왕생을 고조한 『무량수경』등에 의한 미타 1불의 염불인 정토사상이 된 후, 비로소 정토문의 사상이 선정과 대립하는 독립된 지위를 얻어 이로부터 대단한 발달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선과 정토사상은 중국불교에 있어 양대 실천불교의 전개로 중시되어 왔던 것이다.



해주스님
청도 운문사에 출가, 공주 동학사 강원 대교과를 졸업하였으며, 동국대학교와 동국대대학원에서 화엄학을 전공하였다. 현재 동국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