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정(人情)과 정신건강

현대인의 정신위생

2007-10-11     관리자

   근래에 우리나라 고려대장경의 근원을 연구하기 위해서 돈황과 북경(北京)을 왔다 갔다 하고 있는 미국 친구가 서울에서 있었던 국제회의를 마치고 며칠 후에 귀국한다고 전화가 왔었는데 매일 점심과 저녁 약속이 되어 있고 나는 매일 여덟 시나 되어야 환자치료가 끝나고 점심시간에도 나는 한 시간 밖에 없어 화요일 아침 일곱 시에 아침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화제는 대장경 연구로부터 시작해서 미국문화와 한국문화 일본인의 기질, 지난번에 우리가 서울에서 열었던 태평양정신의학회 얘기 등 이었다. 외국인이든지 한국 사람이든지 한국에 오면 이렇게 초대하는 사람이 많아서 일찌감치 약속을 해두지 않으면 조용히 저녁이라도 같이 할 기회가 없는 경우를 가끔 겪게 된다. 그만큼 우리는 인정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것이 자타가 다 인정하고 있다.
   그 친구는 이번에 중공을 갔더니 몇 달 전과 급속히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북경의 호텔 창문에서 이번에 내다보니 수십 군데의 건축, 공사장을 바라볼 수 있고 지난번에는 미국과 공동자금으로 중국의 대장경을 인쇄하자는 제안에 대해서 외국의 자금은 절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완강히 공동 출판을 거절했던 것이 불과 몇 달 전 이었는데 이번에는 자진해서 미국에서 오십만 불을 출자를 해서 출판을 하자는 제의를 하더라는 것이었다. 나는 중공정부가 대한민국과 문화교류를 공식적으로 표명했기 때문에 중공에 갈 것을 대비해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말을 배워보니 중국문화와 한국문화가 전혀 이질적인 면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하니까 그는 중국과 한국의 공통점으로서 부모 특히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는 지극함이 부럽다고 했다.
   전에도 외국 친구나 한국 친구에게 늘 내가 해오던 서양문화는 소외(疎外)문화고 우리 문화는 관계(關係)문화 라는 말이 마음에 박혔는지 요사이 미국에서는 지지집단이 굉장히 불어나고 있다고, 미국 사회가 좋아지고 있는 듯이 얘기를 한다. 그래서 나는 소외와 고독의 극복은 가정 내부 부모형제 식구끼리 부터 이루어져서 모르는 사람으로 확충시켜 나가야지 가족 간에는 소외시키면서 자기 가정에서 소외된 사람들끼리 남을 지지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가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이 지지집단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도 상륙한 생명의 전화니 하는 등속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그는 장차 컴퓨터 중독환자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걱정을 한다. 나는 그 말을 들어보니 정말 장차는 마약 중독처럼 컴퓨터 중독이라는 병명이 생길 가능성도 있겠다고 했다. 약물이나 알코올이나 마약에 습관성으로 중독이 되는 성격이 있는 것처럼 컴퓨터 중독이 될 사람은 사람과 접촉을 꺼리는 사람이 되지 않겠느냐 했더니 소프트웨어를 이상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일본인의 말을 우리나라 정부나 나 자신도 바로 이해 못해서 우리가 외교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서부터 시작해서 5월 중순에 서울에서 있었던 태평양정신의학회 얘기로 돌아가서 개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미국이나 기타 외국 동료들의 불평이 많았다. 몇 해 전에 일본의 경도(京都)에서 있었던 세계정신의학회 지역심포지움 때 참가자들은 매일같이 시내 중심가에 있는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회장을 내왕을 해야 되고 환영이나 송별파티도 먹을 것이 없다. 커피도 일일이 돈을 주고 사먹어야 했기 때문에 외국 사람들의 불평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특별강연으로 불교 대학장이라는 연사가 선(禪)에 대한 강연을 하는데 옆에 앉은 서양 여자가 선이란 살아 있는 건데 힘없는 죽은 소리가 무슨 선이냐면서 중얼거리고 나가는 정도고, 몰래 각 나라의 중요한 인물만 식사 초대를 했는데 이것도 자기네들과 평소에 친한 사람만 초대하고 그 나라에서의 비중은 무시하고 한국서는 친일적인 인물을 주로 초대했고 한국이라는 나라는 인정하지 않는 식이였고, 세계정신의학회장인 파리대학의 피쇼 교수는 여비도 다 대주었는데도 내내 일본인을 못마땅하게 불평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서울에서의 제3차 태평양정신의학회는 4년마다 열리는데 첫 회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멜버른에서 있었고, 두 번째는 마닐라에서 4년 전에 있었다. 마닐라에서 할 때는 필리핀의학협회, 필리핀정신의학회, 미국정신의학회,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정신의학회의 공동주최로 학술논문도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받고 프로그램도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인쇄해서 비행기로 실어 오는 형편이었다. 한국은 한국전쟁과 경제성장으로만 알려졌지 중국이나 일본과 어떠한 인종이나 말, 문자, 문화적인 관계가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특별강연으로 빙하시대로부터 현재까지의 고고학(考古學)적인 연구결과를 한 분이 소개하고 일본에 오래 있으면서 동양미술을 평생 연구하고 일본에서 참선도 칠년이나 했다는 미국인 코벨 박사로 하여금 한국문화와 일본문화를 고분과 미술품을 일본 것과 한국 것을 비교해서 동시에 슬라이드를 비쳐서 강연을 하게 했다. 코벨 여사는 가끔 일본말을 섞어가면서 일본에 있는 고분벽화의 천연색 슬라이드로 옛날에 한국 사람들이 배에다 말을 싣고 일본에서 내리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일본의 천황이나 지배계급은 한국 사람이었고 일본문화는 한국 사람이 만든 것이고 본래 한국 사람이 형인데 요사이 와서 일본인이 형 노릇 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일본인들은 줄담배만 피우고 송별연 때 노래 부르러 나오면서 저희들끼리 패잔병 같다면서 나오더라는 얘기였다.
   첫날 개회 전에 일본인 욕을 하던 외국인들은 내가 개회사에서 서양은, 도 와 우리문화를 배우라고 시작해서 개회식에 이어 환영리셉션에서 푸짐한 음식과 음악에 완전히 도취되어 모든 사람이 마음 편하고 즐거워 보였다. 다음날 저녁의 환영만찬회에 이어 민속공연에서 한국문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다음날 아침에 앞서 말한 특별강연에서 절정에 달하는 느낌이었고 그날 재미교포 정신과의사 환영 오찬회에서는 한국인으로 태어난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제는 미국서도 꿀리지 않겠다는 소리가 나오고 정말 흐뭇한 표정들이었다.
   닷새째 마지막 날에는 송별연 때 각국 대표로 하여금 한 마디씩 하게 하고 그것이 끝난 후에 노래를 부르게 했는데 미국대표는 한국학회가 과연 도움 없이 해낼까 걱정을 했는데 도움 없이 훌륭하게 회의를 운영 제일급이고 한국정신의학은, 세계정신의학의 지도에 확고한 자리를 차지했고 도를 배우겠다면서 나보고 악수를 하면서 다음 세계는 당신네들의 세계가 될 것이라고 하고 자리로 돌아갔고, 일본 대표를 빼놓고는 모든 나라 사람들이 한국정신의학의 수준이 높다고 했고 이것은 일반임상과 도와 정신치료를 주로 말하는 것이고, 가장 강하게 인상을 받은 것은 한국인의 후하고 친절한 접대에 모든 사람들이 넋을 잃고 있는 인상을 받았다. 그것은 천주교의 교황이 한국에 와서 느꼈던 것처럼 대부분의 외국인이 평생 처음 경험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똑같은 사람이 서울에서는 혈색이 좋아지고 인물이 나고 여자는 미인이 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것은 바로 우리의 인정(人情)으로 푸근하고 경계나 긴장 고독을 느낄 필요 없는 마음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