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지켜라

청소년 불교강좌

2007-10-10     관리자

   흐르는 물은 썩지 않으며 매일 사람의 손길이 닿는 문고리에는 녹이 슬지 않듯이 우리의 몸이나 마음도 부지런히 갈고 닦으면 늘 건강하고, 맑고 밝은 제 모습을 잃지 않습니다. 아니 더욱 맑고 밝게 빛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지면을 통해 한 달에 한 번씩 내 마음에 행여나 때가 끼고 먼지가 앉지는 않았는지 재조명해 보고, 바람직한 일상생활의 태도를 확인하고, 가치관을 더욱 굳게 다져가고 있습니다.
   이달에도, 본래 맑고 밝은 본성을 제 모습대로 지니고 오로지 착하게 살아가는 우리들 중의 한 사람인 천신을 통해 세존께 여쭈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본래 맑고 밝은 본성-불성은 작용에 따라서는 더욱 맑아지기도 하고 반대로 흐려지기도 합니다. 이런 작용은 오직 자기 자신의 뜻에 달려있으므로, 자신의 본성을 재조명하고 거듭거듭 다짐하는 것은, 자칫 본성을 잃기 쉬운 고도 산업사회의 물질문명 속에 사는 현대인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노력인 것입니다.
   이런 노력은 하루 이틀만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 없이 본성이 지켜지기를 바라거나, 복이 저절로 굴러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이런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쉽고 편하게만 살려고 하며 당장 눈 앞의 일에만 집착하고 내일을 생각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들이 야기되고 그것이 톱뉴스로 보도되곤 하는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인간들의 이런 속성을 깨우치시면서 <인 · 과>의 법을 강조해서 설하시었습니다.
   정지된 공에 어떤 힘을 작용시키면<인> 그 힘의 크기에 따라 공의 운동이 일어난다<과>는 사실은 믿어도, 내가 지금 짓고 있는 업(業 · 인)에 따라 그 보(報 · 과)를 받게 된다는 사실은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이는 현대인이 너무 아는 것이 많고 영악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본성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스스로 노력해서 본성을 지키면 착하게 살게 되고, 착하게 살면 공덕을 쌓게 되고, 공덕을 쌓으면 복을 받게 되지만, 본성을 지키지 못하면 착하게 살지 못하고, 착하게 살지 못하면 짓는 공덕이 없으므로 받을 복도 없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인데 현대인은 이것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는 이미 본성에 구름이 끼고 때가 묻어서 모든 것을 포기했거나 아니면 알고도, 오직 현재 · 오늘 · 지금 당장의 현실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이 <인 · 과의 법>을 믿건 안 믿건, <인 · 과의 법>은 바늘 끝만큼의 착오도 없이, 반드시 지은대로 돌아오고야 맙니다.
   이 과보에는 인정이나 정상의 참작이 있을 수 없습니다. 또 누가 대신 받을 수도 없으며 고스란히 내가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날이 창창한 청소년들에게는 이 본성을 지켜가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봅니다. 혹 학교의 시험점수는 남보다 좀 뒤지더라도, 재능은 좀 뒤 떨어지더라도, 이 본성을 잘 지키는 일에 만은 게을러서는 안 되겠습니다.
   시험점수를 남보다 10점 더 따는 것보다는 본성을 잘 지켜 보다 큰 복을 받는 일이 중요한 것입니다.
   한 천신과 세존과의 또 하나의 대화를 들어 봅니다.
   어느 날, 밤이 이슥한 때 한 천신이 빛을 밝히면서 아나타핀디카의 숲으로 세존을 찾아뵙고 여쭈었다.

     이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으뜸이옵니까?
     그 어떤 것도 그것을
     능가하지 못할 만큼
     가장 뛰어난 것이 무엇이기에
     세상의 모든 것을 예속시키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시었다.

     이름(名)이라는 것,
     이것이 모든 것의 으뜸이어서
     그 어떤 것도
     이를 능가하지 못하며
     단 하나, 이 이름만이
     세상의 모든 것을 예속시키느니라.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에게 있어 이름은 지극히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것에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으며, 그 이름만으로도 그것의 모든 것을 알게 됩니다.
   예컨대,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이면 얼음물에 채웠던 <콩국수>라는 이름만 들어도 입에 군침이 돌고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뿐 아니라, 그 재료 · 요리법 · 모양 · 맛까지를 알게 되듯이, 사람도 <박 아무개>하면 이름만으로도 그 사람의 태어남, 됨됨이까지를 짐작하게 됩니다. 따라서 <박 아무개>했을 때,『아, 그 사람, 거 몹쓸 사람이야.』하는 말을 듣는 사람이면 이 세상에서 사람구실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사람대접 받고 살기는 어려운 사람이며,『아, 그 사람, 매우 훌륭한 사람이지…』하는 소리를 듣는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잘 지킨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름을 잘 지킨다는 것은 자신의 본성을 잘 지킨 사람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삶에 있어 이름은, 육신보다도 목숨보다도 더 소중한 것입니다.
   이름이 곧 나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름은 곧 나의 모든 것-인격이며, 나의 명예이며, 나의 명분이며, 명성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름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마저 내던지는 수가 많습니다. 특히 옛 선조들은, 선비는 선비로서의 이름-인격을 갖추고 명예와 명분을 지키고 그 명성을 소중하게 여기고 보전했고, 중인(中人)은 중인으로서의 명예와 명분과 명성을 지켰으며, 상인(常人)은 상인으로서의 분수와 명분을 지켰으며 특히 선비들은 그 이름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마저도 기꺼이 내던졌던 예를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옛 선조들은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그 이상을 바라지도 않았고 그 이하로 타락하지도 않았으며, 만약 이를 어겼을 때는 기꺼이 응분의 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자신의 처지에 맞는 명예나 명분 그리고 명성을 지키지 못합니다. 이는 자신의 본성을 지키지 못한다는 뜻인 것입니다.
   자신의 처지에 넘치는 일을 바라고 그것을 이루려고 온갖 짓을 다하다가 마침내는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물의를 빚어 제제를 받기도 하고 패가망신하는 예를 흔히 보게 됩니다.
   또 자신의 처지를 지키지 못하고 그 이하의 짓을 하다가 사회의 지탄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최근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어느 교회 목사의 재물 밀반출 미수사건이라던가 모 정치인들의 투서파동 따위는 모두 그 자신들의 이름을 지키지 못한데서 비롯된 일들인 것입니다.
   이름을 지키는 사람은 그 이름을 떳떳이 밝힐 수 있으며, 떳떳하게 자신의 이름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은 떳떳하게 산다는 뜻이며, 떳떳하게 산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본성을 조금도 흠 없이 지킨다는 뜻입니다. 본성을 잘 지켰으므로 그 본성은 본래대로 밝고 맑으며 그러하기에 떳떳이 복 받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청소년들도 자신의 처지를 지킬 줄 모르고 그 이상의 것을 바라거나 그 이하의 것을 저지를 때 갈등 속에서 괴로움을 당하게 되고 나아가 주변이나 사회에 폐를 끼치고 물의를 빚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이 세상에서 <이름>이야말로 으뜸이며 그 어느 것도 이를 능가할 수 없으며, 그 <이름>이 세상의 모든 것을 예속-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시킨다고 하시었으며, 이름이 곧 명예 · 명분 · 명성이고 동시에 인격이며 나의 본성 바로 그것이기에 목숨을 걸고 이를 지키려 하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입니다.
   천신이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그렇다면
     이 세상은 무엇에 의해서
     움직이며
     또 괴로움을 받으오니까?
     그것이 무엇이기에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예속시키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시었다.

     이 세상은 마음에 의해서
     움직인다.
     그 마음으로 말미암아
     괴로움을 받는다.
     그 마음이 있어서
     세상의 모든 것을 예속시키느니라.

   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것이 이름이며 그 이름을 지키고 못 지키는 것은 오직 마음에 달렸다고 일깨워 주십니다.
   이 마음이 있기에 이름을 지켜 즐거움을 맛보게 되며, 또 반대로 이름을 지키지 못해서 괴로움을 받으며 떳떳하지 못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하시었습니다.
   이처럼 마음이 작용하는 것에 따라서 세상만사가 달라지기 때문에 마음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하신 것입니다. 
   현대인들이 이름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마음을 빼앗겨 버렸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처지를 알지 못하고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키지 못하고, 그래서 떳떳하게 이름을 내세우지 못하고 유명 메이커의 상표를 내세우고, 내가 지닌 재물을 과시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마음을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은 모든 사물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다만 그 외형만으로 모든 것의 가치판단을 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세존께서는 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세상은 강한 욕망에 의해
     움직여진다.
     그 강한 욕망으로 말미암아
     괴로움을 받는다.
     이 강한 욕망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예속시키느니……

   이름을 지키지 못하는 바르지 못한 마음은 마침내 옳지 못한 강한 욕망으로 변해버려서 그 강한 욕망 때문에 괴로워하고 그 괴로움은 모든 질서를 파괴시켜 응달의 독버섯처럼 번져가게 됩니다. 이런 현상이 바로 세존께서 설하신 불난 집(법화경)의 비유인 것입니다.
   청소년 여러분, 이 강한 욕망에서 벗어나서 바른 마음을 되찾고 그리하여 이름을 지키도록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