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더없이 좋은 기회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

2007-10-07     관리자

15년 전 봄 어느 날 알고 지내는 선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해인사에 가서 그날로 불자가 되었다. 그 다음 해부터 12년 동안 해인사 선우회 총무로서 활동했고, 지금은 회장을 맡고 있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15년 동안 한결같이 해인사에 가게 하였는지 되돌아보면 총무나 회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있었지만 절에 갔다 올 때의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환희심이 나를 해인사로 이끈 게 아닐까 싶다. 모두들 해인사에 오는 까닭과 느끼는 마음은 다르겠지만 다 나름대로의 깊은 인연의 소산이리라.
어쨌든 그 동안 신행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불사든 포교든 늘 부처님과 제불보살님이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 년에 몇 달 정도는 법회에 참석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은 달이 있기 마련이다. 어느 때는 참석예상인원이 심지어 10명도 안 되는 달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해인사에 가보면 평소에 잘 나오지 않던 사람이나 신입회원으로 가입하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오히려 더 많은 분들이 동참하여 법회가 원만히 이루어진 적이 많다. 게다가 처음 총무 소임을 맡았을 때는 ‘동참하는 회원이 작아서 어쩌나’ 하면서 회비를 걱정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생각지도 않았던 분들이 나타나 많이 보시를 하여 부족함이 없도록 채워주신다. 그래서 선우회를 10년 이상 이끌어 오면서 돈이나 사람 때문에 별로 걱정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불사와 법회는 제불보살님의 원력이므로 필요에 따라 사람과 돈, 물건을 적재적소에 공급해 주실 거야’ 하는 믿음을 가지고 여유롭게 신행활동을 해왔다. 그 동안 선우회는 많지는 않지만 인연 따라 불사를 해왔는데, 특히 염불과 참선에 대한 교재를 자체적으로 발간하여 공부해온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회원 대부분 전문적인 불교공부를 한 분들이 아니라서 오늘 이런 공부를 한번 해보자고 제안하면 말없이 순진하게 따라서 수행하는 분위기다. 어떤 때는 오직 신심으로 “부처님 감사합니다”를 다 같이 말하며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법회에서 만나면 초심자로 돌아가 자기 나름대로의 불교체험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신행생활의 공덕으로 인간관계가 좋아지고 생활이 잘 풀려나간다는 것이다. 공무원은 뜻밖의 승진을 하고, 사업가는 사업문제에 실마리를 얻고, 자녀가 공부를 잘해 장학금을 받아왔다는 등의 이야기를 환히 웃으며 하는 분들이 많다. 불법을 만나 행복해 졌으니 앞으로도 더 열심히 절에 다녀야겠다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이다. 무엇보다 법회를 통해 제각기 천차만별로 불교를 신행하고 생활환경이 다른 무대에서 다양한 색깔로 삶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 좋고, 다양한 체험을 공유함으로써 불자는 평소 마음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어 좋다.
만약 절에 다니는데도 그 공덕으로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신행생활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마음이 정리되면 나를 둘러싼 환경이 반드시 개선된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는 생활 속에 있다. 재가불자에게는 자기의 당면문제가 가장 좋은 화두가 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몸과 마음의 안정과 가정의 화목을 이룰 수 있는가를 먼저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법을 많이 공부하고도 자기 생활의 문제에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불자를 볼 때 안타깝다. 부처님이 출가하신 동기도 인생의 고통을 해결하고자 하였으니 사소한 일상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필자는 불법을 만나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불합리하고 모순된 세상이 어김없는 법칙 속에 있음을 알았고 삶은 더없이 좋은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부처님과 함께 하는 넉넉한 여유를 맛보고 있다.

김연우 님은 196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교육과 졸업, 경상대학교육대학원 물리교육학과를 졸업하였다. 현재 경남 거창군 위천중학교에서 과학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1991년부터 해인사선우회 활동, 해인사선우회 총무, 현재 해인사선우회 회장으로 신행생활에 힘쓰고 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