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의 사슬 끊기

웰빙/ 심신 다이어트

2007-10-07     관리자

비만이나 다이어트라는 말처럼 요즘의 세태를 잘 반영하는 말이 없는 것 같다. 예전엔 단순히 굶지 않기 위해 애를 썼지만 어느덧 먹을 것이 너무 풍부해 이제는 살을 빼는 게 많은 이들의 주된 관심사가 되었으니 말이다. 기계적으로 보면 비만은 과식과 운동부족이 제일 큰 원인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제 비만인들의 처지에서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하다.
그네들이 특별히 게으르고 탐욕스러워 살이 쪘다기보다 주위에 온갖 맛있는 것이 넘쳐남과 더불어 그다지 큰 힘을 들일 일이 없는 편리한 생활환경이 많은 이들을 자연스레 비만으로 몰고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살이 찌기는 쉽지만 그 살을 빼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다이어트와 관련된 온갖 상품이나 프로그램들이 판을 치는 것을 보면 그것이 좀처럼 쉽지 않은 것임을 짐작케 한다. 참으로 개개인의 의지로만 제어하기에 현대사회의 구조는 너무도 강력한 유혹의 올가미인가.
더불어 정신적인 환경은 어떠한가. 눈만 뜨면 인터넷이니 휴대전화니 수많은 정보의 홍수에 떠밀려 온통 제정신을 가누기 힘든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 많은 정보들을 요구한 것이 우리 자신임은 틀림이 없다.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사회의 흐름 속에 동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요구하고 또 수용해 나간다. 그리하여 그 어느 때보다도 인류는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의 바다 위를 항해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들의 정신적인 삶은 그다지 풍요롭다고 할 수가 없다. 틈만 나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의 정서는 정신적으로도 이미 과체중과 비만의 상태임을 반증하는 증거라고 생각된다.
불교용어 중에 지단(智斷)이라는 말이 있다. 지혜(智慧)의 다른 이름인데, 특별히 지혜는 끊어버리는 속성이 강하므로 이렇게 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끊는다는 말인가. 바로 온갖 번뇌망상을 일으켜 중생들을 미망의 윤회 속에서 전전하게 만드는 인과(因果)의 고리를 끊어버린다는 뜻이다.
우리들은 평소 우리 자신의 생각에 의해 살아간다고 믿지만, 사실 그 생각이라는 것이 바로 번뇌망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도 때도 없이 부지불식간에 떠올라 우리 자신을 사로잡는 그 생각은 진정한 우리의 자아가 아닌 것이다. 정신을 집중하여 잘 관찰해 보면 그 대부분의 생각들은 실제 주변의 자극에 반응하여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습관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런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인 생각에 몸을 맡겨 아무런 비판 없이 살아가는 동안 비만뿐 아니라 온갖 부정적인 상황이 우리 주변에 초래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통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불교의 수행은 관법(觀法)이란 말을 한다. 그 뜻은 진리를 관찰한다는 것으로, 말하자면 우주 만물의 운행에 내재되어 있는 인과의 실상을 정확히 목도하면서 밝은 눈으로 한 치의 어그러짐도 없는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것이 불도수행이란 의미이다. 육체적인 비만이든 정신적인 비만이든 그 인과를 살펴 무의식적인 업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것, 그것이 올바른 불자들의 삶이 아닐까.

이영근 님은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및 동대학원 불교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현재 ‘미디어 84000’의 대표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