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충만한 기쁨 속에 살아가자면

특집/ 생활 속의 안거

2007-10-07     관리자

이 기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오직 기쁨만이 남아 있다. 이 기쁨은 무언가 성취되어서 오는 기쁨과는 다른 것이다. 그냥 가슴이 터질 듯한 기쁨 그 자체다. 가끔씩 기도에 심취되다 보면 주체할 수 없는 희열이 온 마음과 온 몸을 휘감는다. 손에 잡히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지만 힘이 생기면서 용기가 생기곤 한다. 덕분에 내 생활은 늘 자신만만해지고 두려울 것이 없고 행복하다. 발걸음이 가벼워지면서 밝은 빛만이 가득해진다.

무작정 하던 정근이 일념정근이 되고
무작정하던 ‘마하반야바라밀’ 정근이 하루 이틀 지나면서 점차 일념정근이 되고, 그러면서 주위가 밝아지는 것을 느끼고, 맑아지는 것도 느끼고, 필요할 때는 주위에서 기꺼이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와 할 수 있게 되고, 마음에 새겨두고 있던 일들도 어느새 해결이 되고,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위신력이요, 무량공덕이요, 가피로구나 하는 체험도 자주자주 하게 되었다.
기도하면서 더욱 확신을 갖게 된 것은 남편의 사무실이 큰 어려움 없이 운영되고,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된 아이들은 자신의 갈 길을 찾아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기도하면서 나를 밝히는 것은 나만을 밝히는 것이 아니고 주위도 함께 밝혀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확신하면서 부처님 만난 것에 더욱 감사하게 되었다.
몇 년째 서울 아산병원 법당에서 주 1회 봉사를 하고 있지만 봉사라기보다는 나를 뒤돌아보게하는 삶의 쉼터이기도 하다. 병원에 가득한 환자들은 나에게 삶을 일깨워주고 반성하는 기회를 주었다. 비록 내 힘은 미약하나마 그 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고, 마음의 안정을 찾고, 병마와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발원하며 병상을 돌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초발심일수록 원칙을 제대로 지켜야
지금은 기도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생활이 기도 자체가 되었지만 처음 불교에 입문해서는 정해진 기도 기간과 일과정진 시간을 어김없이 다 지켰다. 매년 정초기도, 여름철 50일 기도, 백중기도, 겨울철 50일 기도…. 그러다가 스스로 경전 독송, 500배, 1,000배, 3,000배 절하기 등을 정해 나름대로 하면서 환희심도 생겨나 몸놀림 한 동작 한 동작, 생각 한 생각 한 생각이 기도 아닌 것이 없었다.
길을 걸으면서도 설거지와 청소를 하면서도 ‘마하반야바라밀’을 염하다보니 일념정근이 되고 세상이 너무 밝아졌다. 아! 이런 것을 불성이라고 하는 것이로구나. 부처님 무량공덕 생명력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일체가 동일생명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비록 갑자기 온 것은 아니지만 광덕 큰스님께서 누누이 “내 생명이 바로 부처님 무량공덕생명”이라고 하신 말씀이 실감되기도 했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할 뿐 번뇌는 본래 없는 것이라고 하시며 구름 뒤에 태양이 항상 존재하고 있음을 늘 강조하시면서 못 알아듣는 이들을 안타까워하시던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듯도 싶었다.
사실 나 자신도 처음부터 이런 불자는 아니었다. 1990년 가을 잠실 불광사가 있는 근처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아이들 교육을 위해 처음 절을 찾은 것이 불광사였다. 초등학생이었던 두 아이가 절에 다니면 교육(예의바른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서)에도 좋을 듯싶어 매주 일요법회에 아이들과 함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왔다. 처음에는 남편과 아이들을 위한 기도가 전부였으나, 매주 광덕 큰스님 법문을 듣고 바라밀 교육, 불광불교대학, 연화부 교육 등등 기회 닿는 대로 모든 교육을 받다보니 자연 불광사 예찬론자가 되었다.
그러나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매주 법회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 말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요법회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합창단에 가입했다. 구법회 임원인 ‘명등(明燈)’의 소임을 맡아 법등가족들과 함께 수행하고 전법하며 봉사하게 된 것도 나에게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내가 밝아지니 세상이 밝아지고
덕분에 남 앞에 서면 말 한 마디 못하며 부끄러워하던 내성적인 성격도 바뀌었다. 의심 많던 성격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보니 매사에 너그럽고 감사할 일들이 이어진다. 눈에 거슬리는 것을 보거나 황당한 상황을 접하면 순간 격분하기도 하고 흥분하기도 하지만 곧바로 알아차리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게 된 것도 기도의 공덕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일상 중에 부딪치는 일이 적어지고 나 아닌 남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일상 중에 시시비비가 없어지니 모든 것에 걸림이 없어졌다.
절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가 “무슨 기도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눈 뜨자마자 혹은 잠들기 직전 “마하반야바라밀”을 염송하시라고 권한다. 1념도 좋고, 3념도 좋고, 108념, 1,080념, 3,000념…. 이렇게 쉬지 않고 계속하다 보면 기쁨의 기운, 희열의 기운이 가득해지면서 기도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생활이 기도 자체가 되어간다고 일러준다.
자기 생명을 참되게 살아가는 것이 수행이기에 살아있는 모든 시간이 수행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특별히 정진 기간을 정하고, 일상 중에 기도 시간을 정하는 것은 모든 생활이 수행이 되기 위해서이다. 그 시간은 하루의 시작인 아침이 좋을 것이고 자기 전 시간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만 깨어있을 때나 잠들어 있을 때나 한결 같은 수행이 되는 것이다.
일정한 시간에 정진을 한다는 것은 시간 있을 때 아무 때나 하는 것보다 그 정성과 노력의 정도가 몇 배나 더 간절해진다. 아울러 이렇게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하다보면 수행하는 생활의 틀이 잡히면서 생활이 정돈된다.
기도는 마음을 내고 하면 꼭 성취할 수 있는 부처님의 무량공덕이다. 만물이 성장을 향해 땀을 흘리는 계절! 비록 우리가 출가하신 스님들처럼 안거에 들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의 수행정진의 원을 세워 가행정진으로 그 기쁨을 누리고 나누는 행복한 불자가 되시길 기원드린다.
아울러 한량없는 부처님의 가피 속에 살아가고 있는 이 기쁨, 이 행운이 헛되지 않도록 일심으로 기도정진하며, 전법을 최상의 공덕 삼아 정진해갈 것을 부처님전에 거듭 다짐한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김양순 님은 1990년 불교에 처음 입문, 불광사에 다니게 되었다. 지역구 법회 임원인 송파 5구 ‘명등’을 역임했으며, 불광 마하보디합창단, 서울 아산병원 봉사활동을 통해 부처님의 무한공덕을 내어쓰고 나누는 행복한 불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