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벌목 트럭 운전수는 선승보다 일찍 일어나는가

시 뜨락

2007-10-07     관리자

저 높은 곳에, 동트기 직전의 어스름 속에 앉아있는,
잘 닦여진 바퀴통들이 번득인다.
빛나는 디젤 배기통은
따뜻해져 퍼덕거리며
타일러 비탈길 위를 지나
푸어맨 샛강 위 벌목터로 간다.
백리 먼지 길
다른 삶은 없다.

In the high seat, before-dawn dark,
Polished hubs gleam
And the shiny diesel stack
Warms and flutters
Up the Tyler Road grade
To the logging on Poorman creek.
Thirty miles of dust.
There is no other life.

* * * 벌목트럭 운전수들은 생계를 위해 새벽같이 일어난다. 그들의 부지런하고 절절한 삶은 참선으로 도를 깨치려는 스님들의 구도의 삶만큼이나, 아니 보다 더 치열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벌목은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행위로서 스나이더가 반대하는 대표적인 생태파괴 행위이지만 달리 살아갈 방도가 없으므로 벌목 운전 일을 하는 그들의 삶을 시인은 평상심으로 도에 이르는 삶이라 인정하고 있다. 시인은 그들이 선승만큼이나 시퍼렇게 살아있는 정신으로 삶의 도를 닦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본 것이다.
게리 스나이더(Garry Snider) | 1930년 미국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북미 원주민의 정신세계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해서 인류학과 동양학을 두루 연구했다. 그는 동양적 전통을 미국에 있어 중요한 것으로 내세운 시인이다. 자연 속에서 노동과 명상을 실천하며, 일본에서 10년간 참선수행을 체험하기도 했다. 현재 데이비스 대학 영문과 교수로 있으면서 소수민족문화 보존운동과 생태주의 운동을 펼치고 있는 스나이더는 ‘불교 생태주의’가 인간도 살리고 자연도 살린다고 주장한다. 그는 나무젓가락 하나도 열대 우림의 파괴와 직결된다고 비판하며 “아귀를 닮아가는 미국은 생태 파괴의 주범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지난 2000년 우리나라에 들러 운문사와 지리산을 찾았으며, 올해 5월에 있었던 서울 국제문학 포럼에도 참석했다. 시집으로 『거북섬』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세계의 풍습』, 『심층 생태학』이 있다.

정영희 |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J. D. 셸린저(Salinger)로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W. B. 예이츠(Yeats)와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 (at Austin)에서 수학하고 매사추세츠 주립대학(at Amhurst)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있었다. 현재 경주에 있는 위덕대학교 영어학부 교수로 저서로는 『셰이머스 히니』(서울, 평민사)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