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불교사원-보로부두르

내 마음의 풍경

2007-10-07     관리자

유네스코(UNESCO)에 의하여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보로부두르(Borobudur) 사원은 세계의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단일 불교사원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8, 9세기에 중부 자바 섬을 지배하고 있던 샤이렌드라(Cailendra) 왕조의 사마라퉁가(Samaratungga) 왕에 의하여 서기 750년경에 시작되어 842년경까지의 약 90여 년에 걸친 공사의 산물로 세상에 그 모습을 나타낸 보로부두르 사원은 캄보디아의 앙코르 왓트보다 약 300년 앞서고, 유럽의 대성당이 출현한 것보다 약 400년 앞선 것이다.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꼭 한번 찾아가 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마침 환태평양변호사협회(IPBA)의 총회가 인도네시아에서 열리게 된 것을 계기로 그 뜻이 실현된 것이다. 필자가 보로부두르 사원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약 1,200년 전의 것으로 그 규모가 단일 사원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것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스리랑카나 미얀마, 태국보다도 남방인 인도네시아의 중부 자바 섬에 있는 이 사원이 대표적인 대승경전의 하나로 꼽히는 화엄경 십지품(十地品)의 내용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점이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중부 자바 섬의 요기야카르타(‘족자카르타’라고도 부른다)에서 자동차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약 27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아직도 활화산인 메라피 산이 증기를 뿜어내며 우뚝 서있다. 요기야카르타는 자바 섬의 한 중간에 위치하여 역사적으로 자바 섬의 지배세력의 거점이 되어 왔던 곳으로, 보로부두르가 그 곳에서 가까운 곳에 축조된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라 하겠다.
보로부두루 사원은 서기 840년경까지 축조되었지만, 건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에 있는 메라피 화산의 대폭발로 인한 화산재에 묻히고, 그 인근에 살던 사람들도 모두 화산폭발로 인하여 죽었거나 다른 곳으로 멀리 이주함으로써 보로부두르 사원의 존재는 약 천 년에 걸쳐 잊혀져 왔던 것이다. 그러던 중, 1814년에 영국인 토마스 래플스 경에 의하여 사원의 일부가 발견되어 발굴작업이 시작되었지만, 1905년부터 1910년 사이에 비로소 당시 네덜란드 정부에 의하여 군 기술자인 반 에르프의 지휘로 본격적인 복원공사가 이루어졌고, 뒤이어 1913년부터 1983년에 걸친 대대적인 제2차 복원공사의 결과 보로부두르 사원은 다시 우리 앞에 그 웅장하고 신비로운 자태를 나타내게 된 것이다.
이 사원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소우주(micro cosmos)를 상징하는 형상으로 된 것으로, 부처님께서 장아함(長阿含) 중 세기경(世紀經)에서 설하신 것처럼 중앙 정상에 수미산을 상징하는 큰 스투파(stupa, 탑)가 있고 그 아래에 염부주를 비롯한 네 개의 세계를 상징하여 길이 120m의 네모꼴이 각각 동서남북을 면한 것으로 되어있다.
위로 보면, 네모꼴의 7개 층이 아래에 위치하고 그 위에 원형의 3개 층이 있어 모두 10개 층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십지(十地)를 나타낸 것으로, 아래 7개 층의 회랑에는 부처님에 관한 각종 설화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고, 위의 원형 3개 층에는 중앙 정상의 큰 스투파를 중심으로 그보다 작은 많은 스투파가 있는데, 각 스투파 속에는 불상이 모셔져 있다.
정상 중앙의 가장 큰 스투파를 비롯한 스투파는 꼭대기에 네모 판이 있고 그 위에 팔각의 첨탑이 솟아 있는데, 네모는 사성제를, 첨탑의 팔각은 팔정도를 상징하는 것이라 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사원은 우주·사성제·팔정도 및 십지의 관념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504좌의 불상이 각각 알맞는 위치에 배치되어 있어 그 웅장함은 참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한 가지 부연할 것은 어떻게 남방인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 대승경전인 화엄경의 십지를 표방한 사원이 설 수 있었는가에 관해서이다. 남인도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스리랑카를 비롯하여 아시아 대륙의 남단에 해당하는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등에는 주로 수도승을 통해서 비교적 일찍이 불교가 전파되어 초기불교가 보편화된 것과는 달리, 스마트라나 자바 섬은 4, 5세기경부터 인도 및 중국과의 해상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짐으로써 주로 상인들을 통하여 당시의 불교가 유입된 탓으로, 인도네시아의 스마트라나 자바 섬에는 후기불교가 전파된 것이다.
특히, 샤이렌드라 왕조 때에는 후기불교가 성하였고, 보로부두르 사원 건립이라는 거대한 불사를 일으킨 사마라퉁가 왕은 그 스스로가 열렬한 후기불교신자였다고 한다. 그러니 남방 소승, 북방 대승이라는 2분법적 논리는 문제가 있는 셈이다.
아무튼, 웅장하고 신비로운 보로부두르 사원은 천년의 긴 동면에서 깨어나 다시 그 찬란한 빛을 발하면서 우리에게 부처님의 장엄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