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대신 유서 쓰기

아름다운 황혼

2007-10-07     관리자

오늘도 기도 후 사홍서원을 했습니다. 과연 나도 입으로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무엇을 어떻게 해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겠단 말인가? 35세에 남편과 사별하고 두 아들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젊을 때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나도 무언가 남을 위한 일을 해야겠다고 늘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12∼3년 전 어느 봄 불교계에도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설립된 것을 방송을 통해 들으면서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나도 동참해야겠다.’ 하지만 혼자의 뜻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두 아들들의 허락이 있어야 했기에 하릴없이 시간만 보냈지요. 그러다가 몇 년 전 본인의 결정만으로도 된다고 하여 생명나눔실천회에 장기기증을 약속하고 나니 마음이 너무나 홀가분하고 기뻤습니다. 아직은 누구에게 도움을 준 것도 아닌데 생명을 나누겠다고 약속한 것만으로도 참 기분이 좋더군요.
제 인생의 큰 스승이신 광덕 큰스님께 마르고 닳도록 배운 것이 “너와 나는 동일생명이다. 내 생명 부처님 무량공덕 생명”이라는 말씀입니다. 스님께서 하신 그 말씀 깊이 새기면서 먼저 각막을 기증하고 사후에 장기와 시신 기증을 약속하고 (사단법인)생명나눔실천회 회원이 되었습니다. 사후 기증이 적시에만 잘 이루어진다면 안전도가 100%라고 합니다. 사후이기 때문에 기증자가 후유증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불교의 대승정신이 너와 내가 하나임을 믿는 동체대비의 마음이요,부처님의 자비행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참 불자의 삶이겠지요. 생명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불자들의 새로운 보시 운동이라 생각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은연 중 뜻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한 생명을 살리는 인간 방생을 함으로써 우리는 부처님께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겠지요.
한편 저는 상담봉사를 하고 있는데,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여러 번의 유서를 썼습니다. 유서를 쓸 때마다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됩니다.
진정 나 자신 후회 없는 삶을 살았는가? 세월이 가면서 환경이 변할 때마다 유서의 내용도 달라져 있었습니다. 집착하던 마음에서 비우는 마음이랄까, 유서를 쓰려고 하면 정말 부끄럼 없는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젊은 날에는 일기를 썼는데 지금은 가끔 유서를 씁니다. 얼마 남지 않은 생(生) 뜻있게 살고픈 마음에서입니다.
그러고 보니 나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참 삶에 다가설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더욱더 열심히 공부하여 상담봉사자로서 최선을 다하렵니다. 앞으로 남은 생 광덕 큰스님의 가르치심을 되새기며 상담자원봉사자로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반듯하고 진실생명 그대로 불광의 행복한 불자로서 열심히 참 삶을 살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묘연성 이정애 님은 불광법회 포교사 1기 수료, 조계종포교원 불교상담개발원 카운슬러대학, 이화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대한가족계획협의회 청소년성상담 자원봉사교육과정 등 각종 상담자원봉사교육을 수료하였다. 조계종포교원 불교상담개발원 자비 24 사이버상담원으로 현재 불광사 바라밀 상담실을 비롯하여 각 상담실과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