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이 되어

특집/ 부처님 닮아가기

2007-10-07     관리자

오년 전쯤에 스리랑카를 방문한 적이 있다. 동남아의 진주라고 불리는, 짙푸른 바다 가운데 떠있는 아름다운 섬의 나라 스리랑카에서 나는 참으로 신비하고도 경이로운 경험을 하며 얼마간을 보냈다.
인도의 요가와도 비슷한 그이들의 춤 동작과 부처님을 향한 그이들의 끝이 없는 경배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스리랑카 국민들의 대부분은 철저한 불교 신자요, 그야말로 진실하고 착한 불자들이다.
‘나눔’을 향한 그이들의 마음 씀씀이도 각별하다. 스님들의 공양을 늘 준비해 놓고 기다리며 꽃과 향, 밥 등을 준비하며 하루를 보내는 그이들의 삶은 아름답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미묘하고도 성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한다.
부처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스리랑카 스님들의 기원은 각별하다. 부처님 곁으로 가서 부처님을 닮아보려는 그이들의 마음은 아무런 보답도, 대답도, 하나의 티끌도 없는 기원일 따름이다. 무구한 때 묻지 않은 그이들의 눈빛을 지켜보면서, 나는 오랜만에 깊은 감회에 젖었다. 부처님을 향한 어떤 아득한 그리움으로, 그리하여 닮아 보려고 하는, 닮아 보고자 하는 그이들의 모습은 어떤 애틋한 ‘향수’ 같은 느낌을 내게 주었기 때문이다.
고요한 듯, 조금은 찬란한 듯한 스리랑카의 사원(寺阮) 앞뜰에서 그이들이 펼치는 한마당 축제는 밤이 깊도록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었다. ‘부처님, 붓다, 나무 나무관세음보살, 미륵보살…’ 이러한 암송을 그이들은 함께 외우고 외우면서 그이들의 기원을 아름답게 합창하고 있었다. 나의 가슴 속에 뜨거운 감동의 기운이 솟구쳐 올라 그만 눈시울이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부처님 닮기는 자기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그리하여 스스로도 모르게 본래(本來)의 모습을 찾아가는 일이다.
평안한 마음가짐으로 어느 날 문득 외진 산사(山寺)의 오르막길을 오를 때, 그대들은 어떤 기쁨을 누리리라. 땀을 흘리면서 걸어 모르는 후미진 산길 속에서, 그대들은 스스로도 모를 어떤 기쁨으로 충만해지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불심(佛心)이다.
오랫동안 못 보고 기억조차 까마득한 벗을 우연히 길에서 만나 따스한 차 한 잔을 나누며, 그간의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의 사연들을 나누면서 보내는 한 순간을 이 봄에 피어오르는 꽃처럼, 꽃봉오리처럼 기억하면 좋으리라.
스리랑카, 그 때 그러한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깊은 밤 가만히 앉아 우지지는 밤새 소리를 듣는다.

우리가 물이 되어 바다로 흐른다면
그 또한 기쁘지 않으랴
우리가 부처님 닮아 아무도 모르는
‘니르바나’의 깊은 강물 속으로
흐르고 있다면 그 또한 기쁘지 않으랴

우리가 물이 되어비가 되어
온 천지를 적신다면
그리하여 모든 이들 웃게 만든다면
그 또한 기쁘지 않으랴
꿈 속 같은 어느 날
후두둑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그저 그렇게 창가에서 가만히
있는 것도 좋지 않으랴

우리가 물이 되어 우리가 부처님 닮아
강으로 흐른다면그 또한 기쁘지 않으랴

독실한 불자인 여류시인 강은교 보살의 시 구절이다. 우지지는 밤새 소리를 벗 삼아 이런 조그마한 글을 써내려 간다. 아름다운 잡지 「불광(佛光)」과 또한 아름다운 많은 불자님들께 부처님 닮아 보시라는 연락을 띄운다.
불광의 착한 어린이들, 어머니들의 귀한 모양새가 어울려 참으로 고운 목소리를 뽐내길 바란다. 그리하여 이 봄의 개나리 피고 목련꽃 피는 어느 길을 아름답게 거닐고 거니길 원한다.
부처님을 닮아가는 길은 따로 없고, 그저 착한 마음으로 스스로의 길을 걸어감으로써 행(行)해지고 있음을 모두들 알고, 그것을 실천해 나가야 함을 믿고 또한 믿고 있음을 빈다. 「불광」의 여러 불자님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한다. 부처님을 닮아, 조금씩 부처님 곁으로 다가가길 기원하면서….
지현 스님은 ’71년 범어사에서 법종 스님을 은사로 출가, 소천 스님 밑에서 금강경 등 교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했다. 대중포교에 대한 특별한 원력과 열정으로 산중 사찰 청량사를 경북 봉화지역의 대표적 포교중심 도량으로 일구었으며, 현재 조계종 중앙종회 포교분과 위원장과 영주장애인 종합복지관 관장, ‘함께하는 시민행동’ 공동대표 및 ‘좋은 벗 풍경소리’ 총재로 활동 중이시다. 홈페이지 www.cheongryangs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