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다양한 요구 수용해야

신도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2007-10-07     관리자

전 세계적으로 웰빙의 붐이 일고 있다. ‘정신적 행복’에 필수적인 마음 다스리기, 명상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사실상 불교는 대중 포교와 발전에 있어서 유래 없이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에 “불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명상과 요가를 하면 몸과 마음에 좋다고 해서 시작했어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들의 동기는 깨달음을 위한 수행은 아니지만 자신의 문제〔苦〕의 해결 혹은 행복을 추구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하게 됨으로써 잠재적인 불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대중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합하면서도 불교 본래의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실천하는 대승의 수행자가 되도록 내실 있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21세기의 포교의 핵심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래의 불교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 목표의 명료화와 체계화, 교육 내용의 다양성 확보, 그리고 현대적인 교육 방법의 적극적인 활용 등이 요구된다.

명확하고 체계적인 목표 설정
현재 각 사찰과 불교 관련 단체들에서는 크고 작은 다양한 강좌들이 개설되고 있으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은 매우 발전적이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각 강좌에서 이루고자 하는 교육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다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경전반의 예를 들면 그 강좌가 한문 경전의 해석을 위주로 하는지, 불교교리 설명을 겸하는 것인지, 독송과 기도를 포함하는 것인지, 경전의 내용을 생활 속 개인의 수행으로까지 연결시키려는 목적을 갖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목표란 바로 결과, 그리고 평가와 연결되는 개념이다.
즉 그 구체적인 교육 목표에 따라 경전반을 이수한 후에 결과로서 신도들이 해당 경전을 해석할 수 있다, 불교교리를 이해한다, 혹은 독송하고 기도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실천 수행하는 능력을 기른다 등으로 달라지게 되며 그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져야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처음 불교에 입문한 사람과, 다년간의 신행 경력을 가지고 교리 상식이 풍부한 사람에게는 한 구절을 설명해도 그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아직 이러한 구분과 체계가 효과적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다. 이는 자칫하면 신도들의 교육에 대한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교육의 효과를 충분히 발현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

삶의 다양한 요구 수용
다음으로 신도 교육에서 강화되어야 할 것이 일상생활의 향상을 위한 교양 교육이다. 21세기에는 평생교육의 개념에 바탕한 사회 교육 프로그램이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즉 신도들은 불자임과 동시에 사회와 삶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며 살아가야 하는 주체적인 시민이기도 한 것이다. 각 분야에서 불교와 연관하여 자기 개발과 사회참여기회를 제공하는 다양한 수요에 부합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요청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계문제나 직장생활은 외면할 수 없는 기본사항이다. 예를 들면 경영 분야에서 불교의 원리를 응용한 연구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러한 강좌들을 개설한다면 실제로 재가불자에게는 경전 공부 못지않게 불교를 직장과 삶의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구에서는 ‘닷 젠’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미 첨단 경영과 직결된 불교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한 성공한 재산관리사가 금강경의 원리와 부와 재산 관리의 밀접한 상호 연관성을 역설하는 금강경 해설서 『심상사성(心想事成)』(우승택, 도서출판 장승)를 출판한 바 있다.

내용의 다양성 확보
「여성 불자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설문조사 보고서(불교여성개발원, 2004년)」에 의하면 진실한 불자로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으로 사회 참여, 대외 봉사활동을 첫 번째로 들고 있음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두 번째로 부족한 것이 교리, 불교문화, 불교예절로 나타났다. 이는 교리나 경전 공부 혹은 기도보다 생활 속에서 그리고 사회적인 실천적인 요구가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에 기초해 볼 때 사찰의 신도교육 내용은 다음과 같이 훨씬 더 다양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교리와 신행의 연결: 불교 교리 공부가 일방적인 지식의 습득으로만 그치지 않고 신도들의 삶 속에서 구체적인 실천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최근 조계종 포교원에서 발행한 『불교의 이해와 신행』에서는 이러한 요구에 부합하여 각 장마다 연구 과제와 신행활동 과제를 설정하며 교리를 신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보조 지식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은 매우 발전적인 성과이다.

@다양한 수행 프로그램 수용: 조계종의 전통적 수행법인 간화선은 물론, 다른 수행법 중 필요한 부분은 수용하여 교육 프로그램에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교 상담과 인간관계, 심리 치료 교육: 불교의 마음 다스리기는 삶의 문제 해결과 인간관계 향상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치유의 기능을 강화하고 보다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전문 프로그램 개발과 강좌가 요구된다.

@사회 복지 분야 등 사회참여 활동을 통한 교육: 불교의 보살행의 실천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가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봉사이다. 각 사찰에서 군 포교, 노인, 아동, 장애우, 호스피스교육 등이 실시되고 있으나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수요에는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웃 종교에서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미혼모를 위한 쉼터 시설은 아직 한 군데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불교와 과학 분야 강좌 개설: 서구에서는 과학과 불교를 관련시킨 연구, 특히 마음의 원리에 대한 연구는 활발해진 지 오래이다. 불교교리의 우수성이 과학에서 저절로 증명되는 셈이다. 달라이 라마와 과학자들의 공동 연구 결과로 2003년에는 미국의 MIT대학에서 공식 학술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한 바 있다. ‘Investigating the mind’라는 이 조직은 전 세계의 불교학자와 수행자들은 물론, 전문 과학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공동 연구를 점점 더 심화 발전시켜나갈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자 분야의 황우석 교수나 뇌과학 분야의 신희섭 박사 등은 불교의 원리와 과학적 연구에 연관성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 교육 프로그램: 합창단, 다도회 등 불교문화 속에서 창의성과 적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 내용은 얼마든지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단지 이 경우 문화 행사와도 관련하여 단기성,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전망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여 영어법회 등 국제 포교와 관련된 인적 자원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도 많은 투자와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현대적인 교육 방법의 활용
사찰의 신도교육은 교육학의 관점으로 보면 일종의 사회교육 분야에 해당하며 대중교육이다. 불교가 21세기의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바란다면 현대적인 교육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신도 비율에서 취약한 2,30대의 젊은 층 포교를 목표로 한다면 더욱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참여와 토론 교육: 현대 사회에서는 이미 일방적으로 강의하고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교육 대신 참여와 토론 교육이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 효과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교육 참가자들을 소모임으로 조직하여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공부하며 수행하는 모임이 있어서 서로 격려하며 지원하는 도반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다.

@온라인, 사이버 교육: 사찰 홈페이지 개설은 갈수록 증가하며 사이버 강좌는 미래에 가장 강력한 전망을 갖고 있다. 인터넷 포교도 포교원의 주요 사업으로 설정되어 왔다. 이미 교육과정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찰도 있으며 앞으로는 인터넷을 활용한 교육이 필수가 될 것이다.

시청각 교재의 활용: 인터넷은 물론 다른 시청각 교재, 영상물 등이 유용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할수록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실례로 대학생들에게 불교교리와 연관되는 영화의 장면들을 보여주며 설명한 결과 책으로만 볼 때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다는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휴대폰의 문자 서비스로 다음 시간의 준비 사항을 알리거나 지난 시간에 공부한 주요 경전 구절을 보내고 있는 사찰도 있다.

@수행 일지 작성: 개인의 수행일지를 작성하는 것은 자기 점검과 발전 정도를 평가함에 있어서 커다란 도움이 된다. 일정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수행일지 작성의 목적은 각 주제에 대한 개인 실천 정도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첫째, 개인별로 어떤 주제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는지 혹은 어떤 주제에 대하여 실천의 어려움이 있는지를 파악하여 이후의 교육이나 수행에 유용한 자료로 참고할 수 있다.
둘째, 교육자나 프로그램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각 주제에 대한 피교육자들의 이해와 실천 내용을 파악하기 용이하여 전체와 세부 주제에 대한 교육 평가와 이후 내용 개선, 발전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수행하며 잘 살기
불교 교육은 개인의 수행과 불교의 발전을 위한 초석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불교의 수행과 교육과 생활이 조화롭게 연결되어 진정한 웰빙이 무엇인지 사회에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불자로서의 정체성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행복한 수행자가 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의 마음에서 삶 속에서 가정과 사회에서 살아나는 생명력 있는 ‘수행하며 잘 살기’ 교육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