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쓰는 편지

웰빙 /생활속의 건강

2007-10-07     관리자

지금은 달콤한 점심시간, 저는 올림픽 공원을 산책하고 있어요. 자기가 하도 운동 좀 하라고 해서 지난 달부터 시작했어요. 맨날 전화해서 ‘밥은?’ 하고 묻는 당신의 첫인사를 위해서라도 점심은 굶지 않고 있으니까요. 물론 나이만큼 꼭꼭 씹는 것도 잊지 않고 있고요.
아무튼 당신 덕분에 걷기 예찬론자가 되었답니다. 그밖에도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걸어간다든지,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한다든지 하는 일이 이제는 예사가 되었네요. 일부러 시간 내서 운동하려면 일이 되거나 스트레스가 되니까, 생활 속에서 찾으라는 당신의 말에 이제는 전적으로 동감해요. 당신과 한 계열사에서 스릴 있는 ‘몰래 데이트’를 즐긴 지도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다음 달이면 우리도 이제 한 보금자리를 꾸리게 되겠죠? 참, 아침에 청첩장 문구 써 보낸 거 메일을 통해 잘 봤어요. 단숨에 외워지던 걸요.
“더 큰 사랑을 위해 둘보다 강한 하나가 되고자 합니다. 변함없는 믿음과 사랑으로 축복의 말씀 주십시오.”
‘둘보다 강한 하나’라는 말이 짠하네요. 아픔도 같이 나누고, 슬픔도 같이 나누고, 기쁨도 함께 나누는 하나. 우리가 하나가 된 적이 있었죠. 지난 해, 회사 체육대회 기억하죠? 당신과 제가 같은 조가 되어서 2인 3각이라는 게임을 할 때였어요. 저의 오른발과 당신의 왼발을 묶고 반환점을 향해 힘껏 달렸죠.
전 그 때 생각했어요. 하나가 된다는 것의 어려움을. 그리고 하나가 되려면 또 하나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하나로 묶인 저와 당신의 두 다리는 불편하고 힘들었어요.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게 다른 다리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 희생이 있었기에 우린 넘어지지 않고 결승선을 무사히 통과했던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요. 청첩장의 초대 말씀처럼 더 큰 사랑을 위해 둘보다 강한 하나가 되도록 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더 큰 희생을 위해 하나보다 강한 둘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요. 알았죠? 마음으로 쓴 이 편지, 오늘도 당신의 마음으로 부칠 테니까 잘 읽어요.
지금은 혼자 걷지만,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언제나 당신과 나란히 걷고 있는 은경으로부터.

박은경 님은 요즘 살림장만에 신바람이 난 예비 현모양처로서, 이전에는 아이들을 위해 책을 만드는 일에 온 힘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