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치레도롱뇽을 아십니까?

천성산 이야기

2007-10-07     관리자

지율 스님의 단식이 100일째 되던 지난 2월 3일 저녁 6시 30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시민들이 정성껏 접은 ‘종이 도롱뇽’ 12만6백 마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촛불문화행사가 열렸다.
한겨울 추위에도 불구하고 서너 살 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700여 명이 촛불을 들고 지율 스님과 천성산을 살리기 위해 한마음이 되어 다함께 노래를 부르고 시를 낭송하며 기도했다.
그 날 밤 정부측과 지율 스님측이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의 관통터널과 관련되어 3개월간 환경영향공동조사를 실시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지율 스님의 단식이 중단되었다. 조사단은 양측에서 추천한 각각 7명(전문가 각각 5명 포함)씩 총 14명으로 구성하기로 했으며, 3개월 동안 지하수, 지질, 생태계와 터널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조사를 하게 된다. 조사 결과에 대해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대법원에 모든 자료를 제출해 재판 결과를 따르기로 했다.
개발논리와 환경생태적 가치의 첨예한 대립으로 촉발된 지율 스님의 목숨을 건 100일 단식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라 천성산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경남 양산의 천성산(千聖山)은 천 가지 연꽃이 핀 것같이 아름다워 옛부터 소금강이라 불리었으며, 역사적으로는 원효 대사가 1,000명의 제자에게 화엄경을 설해 성인(聖人)으로 만들었다는 고사가 전해지는 곳으로 천성산, 원효봉, 화엄벌 등의 지명은 원효의 설화에서 유래되었다. 터널공사로 인해 가장 직접적으로 피해 받게 될 도롱뇽의 이름으로 천성산과 뭇생명을 대신하여 ‘천성산 고속철도 공사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일명 도롱뇽 소송)을 하며 유명해진 꼬리치레도롱뇽(Korean clawed salamander)은 보통의 도롱뇽과 달리 까다로운 서식조건과 줄어만 가는 개체수로 인해 대표적인 환경지표종으로 꼽히고 있다.
천성산에는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보전지역인 무제치늪과 습지보호지역인 화엄늪 등 22개의 고층습지가 존재하고, 법적 보호 동식물이 30여 종이나 되며, 초1급수의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꼬리치레도롱뇽의 주요 서식처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는 고속철도사업이 진행되면서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인 ‘대구~경주~울산~부산’ 노선 중 천성산을 관통하는 원효터널(길이 13.27km, 너비 13.891m-국내 최장규모) 공사로 인한 생태계 파괴문제가 대두되었다. 터널공사는 지하수맥 왜곡과 지하수 하강을 수반하여 그 결과 계곡과 습지의 메마름을 초래하며, 지하수의 감소로 인해 산사태 및 지반 붕괴의 위험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도롱뇽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질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희귀한 고층습지 지형이자 생태계의 보고(寶庫)를 잃을 수 있게 된다.
천성산 내원사 산감(山監) 소임을 맡아 가장 가까이에서 천성산을 지키고 있던 지율 스님은 천성산이 아파 우는 소리를 가장 먼저 들었다. 2001년 4월, 천성산 정상 부근까지 올라온 굴삭기와 레미콘을 보며 산의 울음과 애원의 소리를 들었다.
산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끝까지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후로 천성산을 400여 차례 오르내리며 천성산의 수많은 생명들과 하나가 되어, 외롭고도 힘겨운 ‘천성산 살리기 운동’을 펼쳐나갔다.
지난 1994년 11월 실시된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는 천성산을 관통할 13㎞의 터널 위에 있는 무제치늪 등의 습지들에 대한 조사와 주요 보호동식물에 대한 조사가 빠지는 등 여러 부분에서 부실하게 이뤄진 것이었다.
지율 스님은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와 공사노선 변경을 위해 그 동안 국토순례(25일간), 세 차례의 단식(총 141일간), 부산역~천성산 3보1배(8일간), 부산시청 앞 매일 3,000배 정진(40일간), 양산 공사현장 농성(100일간) 등을 벌여 왔다.
그러나 정부는 터널공사엔 아무런 문제가 없고 공사 중단으로 인한 수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을 이유로 공사를 강행했다. 마침내 지율 스님은 지난 해 10월 27일부터 죽음을 무릅쓴 4번째 단식(100일간)에 들어가 정부로부터 환경영향공동조사 합의를 이끌어냈다.
지율 스님의 단식을 지켜보며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속도와 편리, 개발에 눈멀어 환경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돌려버리는 무지와 무관심이 지율 스님의 외침을 외면케 하였다. 만약 지율 스님이 세상을 떠났다면 생명의 진정한 가치를 지켜내지 못한 우리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편 이번 환경영향공동조사 합의에 대해 목숨을 건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국책사업이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사찰의 환경파괴에 대한 성찰이 요구되기도 했다. 현대사회에서 개발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 인간도 살 수 없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제2, 제3의 천성산 문제가 터지지 않도록 환경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환경전문성을 키워 개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갈등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많은 사찰이 자연에 신세를 지고 있는 만큼 불교계가 앞장서 반대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내놓고, 환경보호에 박차를 가해 노력을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