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한다

보현행자의 목소리

2007-10-06     관리자

푸르른 봄과 여름을 지나 세상의 빛이 알록달록 노을처럼 물든 가을, 그리고 곧 다가올 겨울, 자연의 섭리대로 4계절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은 우리나라.
하지만 자연이 우리에게 큰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이지만 크나큰 시련을 안겨다 줄 때도 가끔 있다. 물론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한 탓에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서 막을 수 있었던 재해도 있어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지난 2003년 8월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와서 걱정스러웠는데 저녁 뉴스를 보니 역시 해마다 치르는 연례행사처럼 또 물난리 방송을 보도하고 있었다.
그 때 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무슨 일인가 묻기도 전에, 화면에 나오고 있는 저 현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나서겠다는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었던 상태였던 것 같다. 당장이라도 달려갈 수 있는 마음, 그렇게 우리 보문부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불광버스에 모인 40명, 너나 할 것 없이 정말 많은 분들이 자진해서 신청해 주셨다. 강원도 정선 골짜기로 꽤 많은 산을 넘고 넘어 도착한 것 같다.
현장은 우리가 상상하고 방송을 통해 접한 것보다 훨씬 피해 규모가 심각해 보였다. 무, 감자, 배추밭이 물에 모두 씻겨 내려가 있었다. 모두 그러한 참상을 처음 대하는 터라 할 말을 잃은 상태였다. 다리마저 물에 휩쓸려 주변 마을과도 단절된 상태였다. 하나라도 더 건지려고 애쓰는 마을 주민과 농부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우리는 10명씩 조를 짜서 각각 마을 트럭을 타고 무밭과 배추밭으로 흩어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15,000평,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넓은 땅, 처음에는 감이 잡히지 않아 황당했지만 서로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눈으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다.’라는 마음이 전해졌다. 삶의 전부를 잃은 듯 실의에 빠진 농민들의 모습을 보니 무엇인들 못할까 싶었다. 그런데 지금도 그 날의 일을 떠올리면 꿈만 같고 믿어지지 않는다. 끝이 없을 것 같던 무밭에서 무를 뽑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일을 우리 보문부가 일치된 마음으로 해낸 것이다.
그 곳 분들, 처음에는 서울 사람들이 생전 해보지도 않은 일을 어떻게 해낼까 하며 심드렁하셨는데 일을 다 마치고 나서 너무도 좋아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정신없이 한순간도 쉴 틈 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다가 서로를 보며 성취감에 너무 좋아서 박수 치던 우리 보문부 가족들, 정말 서로에게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우리 불광 보문부는 몸으로 마음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직접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언행일치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부원들을 볼 때마다 고맙고 절로 힘이 난다.
’86년 6월에 결사한 봉사단, ’94년 삼풍백화점 참사시 봉사 후에 활동을 더욱 넓혔다. 지금은 주지스님의 배려로 7조까지 조를 나누어 서울복지센터, 광진복지관, 서울대학병원, 길음동 자비의집, 적십자병원, 국군통합병원, 경찰병원, 삼전동치매노인복지관, 장지동 육영학교 등의 외부봉사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우리 보문부 단원들의 얼굴은 천진한 하회탈 같다. 나중에라는 말보다 당장 실천에 옮기는, 생활 속의 보현행을 실천하는 선택된 보살들이다. 우리 주변을 관심있게 돌아보면 봉사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모두가 봉사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자. 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