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연 그리고 불교

나의 인연 이야기

2007-10-06     관리자

저는 부산에 살고 있는 50대 후반의 평범한 주부입니다. 그리고 20년 전에 영세를 받은 카톨릭 신자였습니다. “며느리 때문에 종교를 바꿨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먼저 주위 사람들이 조금은 놀라고, 나와 친근한 지인들은 “정말? 놀라워요. 며느리가 시어머니 종교를 따라야지 뭔가 순서가 잘못된 것 아닌가?” 하고 많이 의아해하더군요. 이렇게 모두들 미심쩍은 눈길로 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모든 일은 거부감 없는 순리와 자연스러움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종교를 바꾸고, 어떻게 불교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어떠한 심정으로 앞으로 살아가겠음을, 그리고 불교와의 인연들과 아울러 일어난 조그마한 사건(?)들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이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저희 아들이 지금의 며느리와 의과대학에 다니면서 연애를 하고, 같은 병원에 취직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모든 일이 정말 조금의 부딪힘이 없이 순조로이 진행되어 제가 불교에 귀의하는 데 한 가닥 보탬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들이 부산에 왔을 때, 조용히 의논하더군요. “엄마, 종교를 바꾸는 것이 어떻겠어요?” 지금은 간단하게 쓰고 있지만, 부연 설명이 많았고, 서로 마음을 맞추는 것이 어쩌면 정말 저도 놀랄 정도로 순순했으며,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그래, 순리대로 하자.” 그것이 저의 대답이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식이 다가오기 전 어느 날, 며느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내용은, 아들과 집안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특히 제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 뒤, 그에 관한 의논이었습니다.
여기서 먼저 저희 집안 ‘제사’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말씀드릴까 합니다. 저희 집 애들 아버지는 셋째 아들입니다. 그런데 제가 시집오기 전에 바로 위 형님이 총각 때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저의 시어머니께서 그 분을 사혼(死婚)시켜서, 절에 모시고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유별나게 그 형을 좋아했던 애들 아버지가 본인이 이 제사를 꼭 지낼 거라고 결심한 바가 있었답니다. 스님과 의논 끝에 형식을 갖추고 집에서 지내기로 해서, 어언 25년을 집에서 제사를 모시고 있습니다. 언제나 늘 어릴 때부터 아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 제사는 네가 네 제사로 알고 잘 지내야 한다.”라는 잔소리(?)를 해 왔습니다. 다행히 아들도 어렸을 적부터 본인이 직접 지방문을 쓰고, 늘 염두에 두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아들에게 전해들어서인지 며느리는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이상하게 이야기로 전해들은 조상 같은 분이 어두운 지하실 같은 축축한 곳에 누워있는 꿈을 꾸었답니다. 하도 기분이 묘해서 친정어머니께 이야기를 드렸더니, 결혼하기 전에 천도재를 지내드리자는 결론이 났기에 의논드린다는 전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조금 놀라웠습니다. 그 동안 그런 의식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고, 또 갑자기 불교 의식을 하자니 불안했습니다. 그래도 조상에 대한 위로이기에 기꺼이 좋다고 승낙했습니다.
절에 가서 어떻게 절을 하고, 소소한 행동 하나 하나가 낯선데 어떡하나 하고 걱정을 하고 있는 참에 또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 천도재 전 49일간 집에서 기도를 드리면 더욱 좋대요. 기도 내용은 어머니, 적으세요. 천수경 중에 신묘장구대다라니 일곱 번, 광명진언 내용 일곱 번, 지장경….” 그런데 광명진언 내용을 불러줘 적었는데, 정말 진땀을 뺐습니다. 도무지 내용을 잘 받아 적었는지 확인이 되지 않아 가슴만 두근두근, 다시 전화해 확인하자니 체면이 서질 않고, 이런 저런 불안 중에, 기도하기 전날 목욕을 갔습니다. 천천히 몸을 닦으면서, 어디 가서 물어보나, 기도할 때 똑바로 해야 할 텐데 어쩌나, 그런 차에 누가 내 등을 두드리면서 아는 체를 하는 겁니다.
이웃 아주머니였습니다. 평소에는 종교에 대해 별 얘기도 없었는데, 그 사람이 불교 신자인 것을 알고 너무 반가워서 슬쩍 조용히 물어 보았더니, 자기가 책을 보고 확실히 적어 준다고 했습니다. 그 날 너무나 목욕을 시원하게 했습니다. 참 마음에 있으면 얻는 것이 보이더군요.
그리고는 순조로이 기도문을 확인하고 49일간 기도를 끝내고, 절(화성 신흥사)에 가서 천도재를 잘 치렀습니다. 한결 마음이 편했습니다. 또 무사히 결혼식도 잘 치르고, 아들과 며느리 둘 다 가장 바쁜 직업이라는 의사들인지라, 두 달 후에나 어렵게 시간을 내 부산에 왔습니다.
오는 날 저녁 늦게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집 근처를 산책하고는 얼른 재웠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잠’은 보약이랍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도 편안히 잤습니다.
그런데 새벽녘에 ‘절’ 목탁소리에 제가 먼저 잠이 깼습니다. 희한한 일은 우리 아파트가 산 밑에 있고, 주변에 절이 몇 군데 있습니다만, 이사온 지 15년 된 그 날 처음으로 그 소리를 들었다는 것입니다. 참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깬 김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깨워 아침 식사를 하는 중에 며느리가 “어머님, 여기 절이 가까이에 있나 봐요. 새벽에 목탁소리를 들었어요.” 하는 겁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마음속으로 생각했지요. ‘내 속에 완전한 불교 인연이 우리들을 맺어 준 거구나.’ 그리고는 식사를 끝내고 곧장 절에 올라갔습니다. 우리 부부, 아들 부부 이렇게 4명이 절에 올라가는 아름다운 모습이 상상이 되시죠? 그럭저럭 1년이 되어가는 저의 불교 신행 생활에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됨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겠습니다.
사실 절에 처음 가 본 것은 아주 어릴 적 친구의 아버님이 스님이셔서, 저희 할머니와 함께 가본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관광으로 절에 갔을 때는 겉모습과 바깥 경치만 구경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가까이에 절이 있어 감사히 잘 다니고 있고, 또 인덕인지, 가는 곳마다 챙겨 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 예로 아파트 단지 내에 사는 뒷동 한 엄마는 멀리 절에 갈 적마다 언제나 저를 불러 태우고 좋은 보시를 하면서 동행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만나는 도반들과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면서, 좋은 불교 생활을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습니다.
그 동안 인연이 있어 여러 ‘49재’에도 동참했고, 스님들의 좋은 말씀도 들으러 다니고, 불교에 대한 여러 가지 책도 읽어보았습니다. 지금은 법정 스님의 책을 무더기로 딸에게 선물 받아서 너무나 행복해하며 두고두고 음미하면서 읽고 있는 중입니다.
끝으로 이 글을 맺으며 우리 며느리와의 아름다운 인연, 불교와의 만남을 아울러 늘 생각하면서 좋은 시어머니가 될 것을 다짐해 봅니다. 늘 수행하고, 기도하고, 실천하는 불자가 되렵니다. 그리고 이 글을 빌어 늘 「불광」지를 다달이 보내주시는 사부인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