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불교] 툽텐 쵸드론(Thubten Chodron)

서양의 불교

2007-10-06     관리자

서양불교계를 이끄는 비구니

티벳불교의 겔룩파 비구니 툽텐 쵸드론(54세)은 로스앤젤레스 근처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미국인이다. 그는 현재 서양불교계의 큰 지도자인 카규파의 두 노장비구니들, 즉 61세의 텐진 팔모와 68세의 페마 쵸드론의 뒤를 이을 만한 훌륭한 승려이다.

1971년 UCLA에서 역사학을 공부하여 학사학위를 받은 그녀는 1년 반 동안 유럽, 북아프리카, 아시아를 여행한 후 돌아와 교사자격증을 땄고 이후 로스앤젤레스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USC(남캘리포니아대학)의 석사과정에 등록했다.

1975년 예세라마와 조파라마가 개최한 명상코스에 참석했다가 그 가르침에 매료된 그녀는 네팔의 코판 승원으로 그들을 따라가 공부와 수행을 하였다. 1977년 사미니계를 받고 1986년 대만에서 비구니계를 받은 툽텐 쵸드론은 인도와 네팔에서 달라이 라마, 첸잡 세르콩 린포체 등의 지도를 받으며 공부를 계속했다. 이후 이태리의 라마쫑카파 대학의 교육프로그램을 2년간 책임 관장했고, 프랑스의 도르제팔모 승원에서 승려를 위한 3년 안거 집중과정을 이수했으며 싱가포르의 아미타바불교센터의 주석스승을 맡기도 했다. 이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불교친우재단(Dharma Friendship Foundation)에서 10년간 주석스승을 했으며 현재도 자문을 맡고 있다.

툽텐 쵸드론 스님은 비구니의 위상과 수행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관심이 많아 1993년과 94년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여 개최한 ‘서양불교 비구니의 삶’ 국제회의를 공동조직하고 주최하였다.

또한 종교간 대화에도 솔선수범하여 1990년 유대인 대표단이 다람살라로 달라이 라마를 처음 방문했을 때 함께 했고, 이어 제2회 유대인-불교의 만남인 게세마네의 모임 행사에도 참석을 했다. 또한 가톨릭-불교의 종교간 대화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2000년에는 그간 종교간 대화에 종사해온 다양한 사람들의 지혜를 한데 모은 책, 『종교간 지혜(Interfaith Insights)』를 출간하기도 했다. 현장의 체험적 지혜를 담은 이 책은 모든 종교에서 공통의 영적 주제를 끌어내는 한편 종교간 차이점도 존중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수행·전법도량인 시라바스티 승원

전법에도 열심인 툽텐 쵸드론 스님은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는 물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로 강연을 다닌다. 그런 와중에 서양인들이 배우고 수련할 승원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현재 미국 서부 위싱턴주의 뉴포트 시 근처에 시라바스티 승원을 건립 중에 있다.

시라바스티는 원래 붓다가 25번의 우안거를 그 곳에서 나면서 수많은 설법을 남긴 유서 깊은 도시의 이름이다. 인도로 성지순례를 간 쵸드론 스님은 붓다 시대에는 시라바스티에 비구니사원과 비구사원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워싱턴 주에 짓는 승원 이름을 지으려 할 때 마음에 와 닿는 몇 개 이름을 선별하여 달라이 라마께 보였더니 시라바스티가 좋겠다고 하였던 것이다.

2003년 10월 숲이 울창한 240에이커의 대지를 사들여 건설이 시작된 시라바스티는 지금 하나씩 건물을 지어나가며 조금씩 발전해나가고 있다. 시라바스티는 주로 스님들의 수행공간이지만 재가자도 단기 및 장기 거주를 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매주 일요일이면 법회를 열고 어린이들도 환영하고 있다. 나이가 든 어린이들이나 십대는 어른들과 함께 법회를 하고 어린 아이들은 부모들이 돌아가며 돌보도록 하고 있다.

쵸드론 스님은 일상생활에서 붓다의 가르침을 실용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강조한다. 특히 서양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데 재주가 있다. 그녀의 법문은 따스하고 유머가 가득하며 명료하다. 그런 스님이니만치 당연히 많은 대중불교서를 저술하였다. 『열린 마음, 맑은 마음(Open Heart, Clear Mind)』, 『화를 삭이기(Working with Anger)』, 『다르마의 꽃: 불교비구니로 살아가기(Blossoms of the Dharma: Living as a Buddhist Nun)』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양성 평등, 사회봉사, 명상으로 세상에 평화…

2004년 여름 시라바스티 승원에는 먼 곳에서 와서 10~30일 동안 머물며 일하는 후원자들, 잔디 깎기, 통조림 만들기 등의 일을 도와주는 지역의 청소년들이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으며, 특히 식사시간에 이루어지는 풍부한 즉석 토론이 즐겁다고 한다.

이곳에선 양성평등과 사회봉사를 중요하게 여기며, 독경 및 예불은 대체로 영어로 하고 있다. 스님들은 주 1회 정기법문을 하며 다른 지방에도 가서 법을 가르친다. 쵸드론 스님은 시라바스티를 법을 전하는 중심지로 여기기 때문에 스님과 재가자를 다 명상과 토론을 이끌고 의식을 집전하는 지도자로 가르치고 있다.

운영위원회가 주요 결정을 내리는 시라바스티에 쵸드론 스님은 몇 가지 원칙을 세워놓았다.

첫째, 시라바스티는 부처님 당시대로 소박하고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는 수행마을로서 사람들에게 사표가 되고 세상에 평화를 보탠다.

둘째, 시라바스티의 스님들은 보시 받은 음식만을 먹고 가게에서 식품을 사지 않는다. 즉 붓다시대처럼 나가서 탁발을 하진 않아도 원칙은 당시와 같은 것이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친절에 의존해서 살아갈 때 음식에 대한 집착을 끊고 주어진 음식에 만족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또 남의 친절로 생명을 부지하기 때문에 가슴속에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이 생기고, 그런 공양을 받을 자격을 갖기 위해 좀더 계율을 지키고 부지런히 수행할 것을 다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방문자들에게 숙박료나 식사대를 받지 않는다. 그런 것에 돈을 지불하는 것은 결국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상업적인 행위이다. 하지만 그런 식사와 숙박을 가능하게 해준 많은 사람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의미에서 성의껏 능력대로 돈을 낸다면 그것은 진정한 불교의 정신에 입각한 보시를 실천하는 것이기에 마음에 기쁨을 준다. 지불 의무를 이행할 것인가? 기쁘게 보시할 것인가? 그 선택을 각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쵸드론 스님은 또 수감자들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그들을 격려하고 붓다의 가르침으로 이끄는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 수감자들은 다르마친우재단(Dharma Friendship Foundation, DFF)에 가입하여 통신으로 수계를 받을 수 있다. 특정한 시간에 미국 전역의 다수자가 감옥에 설치된 스피커폰 전화기를 통해서 법사스님의 지시에 따라 계를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