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없어지고 마음까지 없어지니

불광 30주년 기념 연속 기획 특집/1인 1 수행법 갖기: 진언

2007-10-06     관리자

되돌아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는 삶의 연속이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내가 처리해야만 하는 줄로 알고 온갖 일에 해결사로 자칭하고 나섰는가 하면, 음식에서부터 옷 입는 일, 지나친 소비 등으로 그 욕망은 끝없이 점점 확대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살아가다보니 항상 심신이 지쳐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어 악성빈혈과 위궤양, 골다공증 등등으로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할 만큼 건강이 심각해지게 되었다. 또한 의협심이 강하여 잘못되었다고 생각되어지는 일에는 참지 못하고 일에 관여하다 보면, 좋은 결과도 나쁜 결과도 결국 중생의 잣대로 재는 일들인지라 그릇된 결과를 남겨서 세상이 다시 시끄러워질 뿐이었다.
이렇듯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헤매다가 어머니의 임종 앞에서 내 자신은 너무나 작고 초라하였으며 부끄러움 그 자체였다.

어머니의 좌탈입망
그런데 친정어머니와 금생의 인연을 하직하던 날! 어머니의 좌탈입망하시는 모습을 본 이후 본격적인 수행을 하게 되면서 생활태도와 사고방식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우선 근검 절약하는 생활이 점점 익혀져 가고, 성격과 언행이 참으로 많이 변하였다고 주변에서 말들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태어난 이후 건강이 가장 좋아져서, 과거에 결핵 4기였던 몸이 지금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강인한 체력으로 변하였다.
이렇게 살아가다보니 주변의 모든 대상들을 보는 눈도 대하는 태도도 함께 변해가고 있음을 스스로 알아질 정도가 되어가는 것 같다.
몇 년 전만 하여도 수행을 하면서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이 부족하여 수행을 하고자 하여도 체계적인 수행방법을 몰라서 쉽게 마음을 낼 수가 없었다. 본인의 경우도 오래 전부터 수행을 해보려 여러 자료들을 뒤져보고 이런저런 경전들을 외워보고도 하였지만, 그러면 그럴 수록 갈증만 더할 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깨달음의 길은 요원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삼칠일 동안의 계획을 세워 열심히 기도를 하면서 부처님께 대답을 들어보기로 결심을 하고 계획한 대로 매일 봉은사에 다니면서 기도를 하였다.

능엄주력 수행
21일 간의 기도를 회향하고 내려오다가 도량 내의 서점에 들렀는데, 『대불정여래 능엄주』라고 씌여진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 책을 펼친 순간 ‘부처님께서 내게 준 선물이 바로 이것이다’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정수리에서부터 발바닥까지 마치 번개가 내리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후로 오로지 그 길(능엄주를 열심히 읽고 외우는 일)을 향해 앞만 보다시피 하고 정진을 계속하여 불보살님의 가피를 입게 되었으며, 모든 일들이 어려움이 없이 순조롭고 또한 혜안이 조금씩 열리게 되었다. 처음 능엄주를 하게 되고, 외워서 본격적인 주력을 하면서도, 그리고 지금 이렇게 계속 흐르는 시간 중에도 참으로 많은 불보살님의 가피를 입었다.
능엄주를 하는 속력이 어느 정도 빠르게 되자, 하루에 108독씩을 100일간 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인 주력을 하였다. 처음에는 108독을 하는 데 하루에 16시간 걸리다가, 매일 그 속도가 빨라지면서 15시간, 14시간 등으로 줄어들면서 4시간 만에 108독을 마칠 수가 있었다.
시간이 남으면 또 다른 생각이 끼어들게 되므로 횟수를 늘려 하다 보니 이쯤 되었을 때는 하루에 400~500독씩을 하게 되었고, 이런 속력으로 한 지 3일째 되어(100일 입재시작으로부터 40일째 되던 날) 몸이 사라지고….

본인의 형편과 몸에 맞게
능엄주는 긴 다라니이고, 범어이기 때문에 발음을 하기도 어렵거니와 외우기도 힘이 든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외우려고 하다보면 힘에 부쳐서 쉽게 포기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외우려 하기보다는 우선 자연스럽게 읽는 연습을 꾸준히 해가야 한다. 발음이 어려워서 경우에 따라서는 입술이 부르트기도 하고, 몸에 열이 나기도 하며, 이가 시리기도 한다. 그럴 때는 속으로 해가면서 몸을 잘 컨트롤(Control)해가며 하루하루 몇 독씩 더 해 나아가는 걸로 서서히 해야 한다.
발음이 자연스럽게 되면 읽는 속도가 차츰 빨라지게 되고, 그럴 때는 읽는 횟수를 점점 늘려간다. 횟수를 늘려 읽다 보면 반복되는 구절부터 자연스럽게 외워지게 된다. 그렇게 십 수일이고 몇 달이고 혹은 더 긴 세월을 걸려서라도 하다 보면 어느 날 능엄주가 자연스럽게 몸에 익어서 마치 몸 전체가 다라니인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언제 어디서나 항상 든든하다.
능엄주가 다 외워지면 하루에 7독을 일주일간, 그 다음은 21독을 일주일간, 그 다음은…, 이렇게 횟수를 본인의 형편과 몸에 맞게 늘려 나아가야 한다. 그러면서 매일매일 몇 독을 하였는지 기록하고, 또한 스스로 정한 횟수가 일찍 끝나면 계속 횟수를 늘려 가면서, 속도를 점점 빠르게 하는 훈련을 해 가다 보면, 숙련이 되어 망상이 들어 올 틈이 차츰 줄어들게 된다.
시끄러운 곳에서나 집중이 잘 안 되는 곳에서는 소리를 내어서 하면서 그 소리를 마음으로 들어가며 하여야 한다. 다라니를 외는 소리를 들으면서(耳根圓通) 하거나 큰소리로 더욱 빠르게 하면, 다른데 관심이 없어지면서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어지게 되어 있다. 주력을 하면서는 구절구절 주의 깊게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 소리를 주의깊게 관하다 보면 무념에 들게 되며, 무념에 드는 열쇠는 이근원통밖에 없다고 능엄경에도 기록되어 있다. 소리가 없어지고 아는 마음까지 없어져서 무념처에 들게 될 때까지 규칙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수련해 가다 보면 능엄주를 하는 횟수가 하루하루 빠른 속도로 늘어나게 되고, 나중에는 입으로 소리를 내어 할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그러다가 더욱 빨라지면 몸의 어느 한 곳에서 자리를 잡고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빠른 속도로 그냥 자동으로 돌아간다.

능엄주력 수행의 공덕
이쯤 되면 애써 하지 않고 지켜만 보고 있게 되는데, 마치 자동으로 녹음테잎이 돌아가듯 그렇게 흐르는 것처럼 계속 이어진다. 무엇을 하든 자리잡은 능엄주는 계속 돌아가고 능엄주가 몸을 끌고 다니며 일하고, 능엄주가 음식을 먹고, 행주좌와 중에도, 꿈 속에서도 계속 능엄주가 끊어지지 않는다. 꿈 속에서도 수행이 이어질 때는 일어나 보면 알 수 있다.
보통 그냥 잠이 들었을 때 아침에 일어나면 몸도 경직된 것처럼 굳어 있고, 아무 생각도 없이 마치 묵직한 느낌이지만, 자면서도 수행을 하게 되면 일어났을 때, 선정에서 깨어날 때와 똑같이 몸이 가볍고 정신도 맑게 깨어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시작과 중간, 끝까지 알 수 있게 이어진다. 이 정도 숙련이 되면 몸은 하늘에 뜬 풍선처럼 가벼워지고, 진공(眞空)상태처럼 느껴지게 된다. 잠이 저절로 줄어들고 망상도 어디로 갔는지 송두리째 뽑힌 것 같음을 알 수 있으며, 혼침이 없어져서 항상 깨어 있다. 몸의 가죽을 마치 한 꺼풀씩 벗겨낸 듯 나날이 새롭고 상쾌하여 지면서, 이런 날이 시작되어 며칠 지나지 않아 드러나는 자리가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반드시 스승을 찾아 지도를 받아야 한다. 이 때 눈 밝은 선지식을 만나게 되면 얼굴만 보고도 벌써 수행의 경지를 알고 다음을 일러 주실 것이다.
이 주력의 힘(테크닉)은 화두를 드나 관(觀)을 하나 무슨 수행을 대상으로 하여 하든 망상이 거의 없이 자기에게 주어진 수행의 주제를 끌고 갈 힘(선정력)이 되고, 이후에도 어떤 수행을 하든 쉽게 오매일여가 되어, 짧은 기간 동안에 각성(覺性)이 일어나게 된다.
또한 무슨 일을 하든 그 힘의 밑천으로 세상을 자신감과 포용으로 대하며 살아가는 에너지가 스스로 끊임없이 생겨남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엇이든 다 녹여버릴 수 있는 용해제와 같은 자비심이 스스로 방사되어짐에 환희와 행복감은 날로 확장되어질 것이다.

수행에 앞서
자신이 한번 정한 시간과 정진 일수 등은 꼭 지키는 강인함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100일을 정진하기로 계획을 세웠으면 그 100일을 채우기 위해 첫 번째로 몸 단속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처음부터 긴 날수를 계획하면 지루하여 포기할 수 있으므로 7일의 기한부터 정해 놓고 한다). 재가불자로서 또한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면 기본 오계(五戒)를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음식조절, 환경을 비롯해서 오랫동안 정진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을 위해 보조수단으로 몸을 호흡에 잘 맞추어 절을 한다거나, 복식호흡과 선체조를 필히 곁들여 가면서 몸을 이완시킨 다음 정진을 하여야 된다.
(국가대표 양궁과 사격선수들의 실험 결과, 그냥 활을 쏘고 방아쇠를 당기는 기록과, 몸을 이완시키는 운동을 하고 명상을 5분 이상 한 후의 기록에서 후자의 경우가 훨씬 좋은 기록의 결과가 나왔다.)
몸은 내팽개치고 무작정 정진만 온 종일 하겠다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수행을 포기하겠다는 징조이고, 결국 선정력이 길러지는 것이 아니고, 수행을 잘못하여 상기(上氣)되거나, 갖가지 병(골병)만 남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처음 본인도 무작정 많이 앉아서 정진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육신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용쓰고 참아가며 억지로 눌러보지만, 입술이 부르트고 목이 부어 오르는 것은 다반사였으며, 또한 몸살이 나서 며칠씩 혼침 속에서 그야말로 비몽사몽간 약기운에 정신없이 정진의 흉내만 내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이후 선체조와 호흡을 몇 가지 배워 조금씩 꾸준히 하면서 수행을 하였더니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선정력이 생기면서 24시간 정진을 해도 혼침과 피곤함이 없고, 몇 시간씩 앉아서 정진을 해도 몸의 상태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다리가 저리거나 허리 등이 아파서 정진을 못하는 경우는 없어졌다. 오히려 몇 시간씩 앉았다가 일어나면 몸은 더 가볍고, 수행도 그대로 이어져 흐름이 완만하여 삼매의 상태가 지속되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망상이 없으면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몸을 느낄 수 없으므로, 다리가 결리거나 허리가 아프는 등의 육체적인 느낌과 고통이 없다. 망상이 들어옴과 동시에 호흡과 몸이 느껴지게 된다. 화엄경에서 말하는 “우주의 주체가 곧 우리의 한 생각”이라는 사사무애(事事無碍)의 법계관(法界觀)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노력으로 수행을 하다보면 자신의 체험이 스스로에게 참고가 되고, 다음의 수행은 마음이 알아서 저절로 방향을 제시해 주게 되어 있다.
우리는 흔히 헌신한다는 이름으로 자신을 내팽개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 한국사람에게는 더욱 그러한 경향이 많은 것 같다. 그것은 자신을 학대하는 행위이며, 자신을 학대한다는 것은 곧 밖으로도 사람과 동식물, 그리고 환경에까지 그 학대의 악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다. 자기 자신을 존중한 사람은 남을 존중한다. 자신을 아는 만큼 남을 알고 세상을 안다고 한다. 진정한 자기자신의 내면으로 향한 자비와 존경심이 진지할 때, 타인에게도 그 자비스러움이 방사되어 퍼져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매일 수행 일기 쓰기
아울러 매일 수행일기를 써야 한다. 어떤 수행을 선택해서 하든, 수행을 하는 데 있어서는 기한을 정해 놓고 하면서 반드시 매일 기록을 해야만 한다. 예컨대 능엄주력을 하는 사람은 어제는 몇 독을 했고 오늘은 몇 번을 했는지를 주욱 기록해 나아간다.
왜냐하면 그날 하루 사정이 있어 수행을 하지 못하였을 지라도, 수행일기를 써야만 하는 이유 때문에 반드시 조금이라도 수행을 하게 되고, 또한 다른 생각이나 방황을 하고 있다가도, 자신이 하고 있는 수행의 대상으로 돌아가 조금이라도 수행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수행을 기록하다 보면 스스로에게 참고자료가 되고 평생 수행을 하는데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되며, 어느 수행지침서보다도 값진 것임을 자연스럽게 알아진다.
그리고 수행이 숙련이 될 때까지는 산만한 곳이나 외출 등을 자제하고 바깥 경계에 끄달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어떤 대상과 부딪치더라도 그것이 안으로 해석되어지거나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훈련이 될 때까지는 주의하고 삼가지 않으면 퇴보하거나 스스로 좌절하게 된다. 연잎에 어떠한 물방울이 떨어져도 잎에 물이 스며들지 않는 것처럼.